만화를 그리는 사람-애니메이터 (1)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0-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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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월트디즈니 특별전'을 찾은 김상진 애니메이터. 그는 '라푼젤'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다.
사진은 '월트디즈니 특별전'을 찾은 김상진 애니메이터. 그는 '라푼젤'의 캐릭터 디자인을 맡았다.
사진-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즐거운 나의 일터>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엔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는 남한 사회의 직업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망 좋은 직업부터 탈북민들이 선호하는 직업 또 막 새롭게 생긴 직업까지 지금부터 여러분을 직업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즐거운 나의 일터>는 남북하나재단 취업지원센터 장인숙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장인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장인숙: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이렇게 뜨거운 여름에는 사람들이 더위를 피해서 휴가를 가는데요. 요즘은 코로나19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가 없어요. 선생님은 여름 계획이 어떻게 되시나요?

장인숙: 저는 평소 바쁜 일상에 다른 취미를 갖기는 시간과 체력이 부족해서요. 주로 만화를 보며 하루의 스트레스를 해소합니다. 아마 이번 여름도 만화를 보며 휴가를 보낼 것 같고요. 그래서 오늘은 만화를 그리는 직업, 애니메이터를 준비해 봤습니다.

이승재: 애니메이터, 쉽게 말하면 만화가라고 볼 수 있는데 이게 종이에 그리는 만화가 보다는 컴퓨터로 작업해서 그리는 만화가를 말하죠. 요즘엔 만화책보다는 스마트폰, 그러니까 타치폰으로 더 많이 만화를 보니까요. 선생님도 타치폰으로 주로 만화를 보시나요?

장인숙: 맞아요. 그걸 웹툰이라고 하죠. 한국에서 만들어진 말인데요.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만화를 의미하는 ‘카툰(cartoon)’이 합쳐져 만들어진 신조어입니다. 저도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에 쉴 때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새로운 만화를 보는 게 취미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거의 다 만화책보다 스마트폰으로 웹툰을 많이 보죠.

이승재: 예전에는 엄마들이 만화책 좀 그만 보라고 아이들을 혼냈다면, 요즘엔 스마트폰 좀 그만 보라고 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는 거죠.

장인숙: 네. 사실 저도 어릴 때 엄마의 잔소리를 들을 만큼 만화를 참 좋아했는데요. 일요일 아침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만화를 보기 위해 언니, 동생과 일찍 일어나는 경쟁을 해서 텔레비전 앞의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습니다. 학생 때는 단편 만화들을 묶어서 만화 월간지가 발간됐는데요. 매달 발간일에 맞춰 서점으로 책을 사러 달려갔었죠. 만화 월간지를 읽고 나면 친구들에게 차례차례 빌려주었답니다.

이승재: 저와 비슷한 경험을 갖고 계시네요. 요즘엔 만화영화도 TV통로가 몇 백 개 이상 돼서 24시간 만화영화만 보여주는 통로도 엄청 많잖아요. 그래서 전처럼 방송시간을 기다릴 필요도 없죠. 제가 듣기론 북한 만화도 수준이 꽤 된다고 들었는데 객관적인 평가를 하신다면요?

장인숙: 북한도 애니메이션 제작 수준은 높은 편입니다. 만화 영화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4.26아동영화 촬영소도 있죠. 남한의 한 북한전문가(임을출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에 따르면 “북한이 중국 등 일부 국가로부터 아동용 애니메이션 주문 제작 의뢰를 많이 받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국제적 고립이 심화되면서 현재 국제 애니메이션 산업을 주도하지 못한 채 외국 애니메이션을 모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게 아쉬운 점이네요.

이승재: 북한 애니메이션, 만화영화는 김일성 전기형태나 미국 등 서방세계를 비하하는 내용들이 많아서 사실상 만화를 좋아하는 보통 사람들이 보기엔 재미가 없죠.

장인숙: 맞습니다. 하지만 북한 내부에서 본다면 영화나 다른 매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치색이 옅은 겁니다. 그래서 아동들의 교육자료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그 중엔 과학이나 보건의료와 관련된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이승재: 예를 들면요?

장인숙: <용남이가 먹은 약> 이란 애니메이션을 보면 용남이란 어린이가 감기에 걸려 의사로부터 하루 한 알, 약을 먹으라는 지시를 어기고 약이 쓰다고 반 알만 먹었다가, 열이 오르자 두 알을 한꺼번에 먹고 아파서 쓰러지는 이야기입니다.

이승재: 약을 잘 복용해야 한다는 뜻이군요.

장인숙: 이 외에도 비누로 손 씻는 것의 중요성을 다루는 만화 <별남이와 고무공>이 있는데요. 이런 것들은 코로나19로 위생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요즘, 남한의 아이들과 함께 나눠봐도 도움이 될 만화죠.

이승재: 그렇습니다. 그런데 북한과 남한의 큰 차이점이 만화, 애니메이션이 한국에서는 아동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른들이 더 많이 보거든요. 저 지하철 타고 출근하는데 손전화로 만화보시는 분 정말 셀 수가 없어요.

장인숙: 맞아요. 말씀하신대로 만화를 접하는 대상과 만화를 접하는 방식이 크게 다릅니다. 어른들은 손전화나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해 보고 싶을 땐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만화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무료만화도 있고 돈을 주고 사보는 만화도 있고요. 게다가 남한은 주제의 제약이 거의 없습니다.

이승재: 네. 만화를 좋아하는 장인숙 선생님도 아동용을 보시는 건 아닐 거잖아요.

장인숙: 네. 그럼요. 현실 세계를 바탕으로 그려지는 사회비판물이나 정치물부터 남녀의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이야기, 온갖 상상력이 동원된 판타지 세계 등 저는 두루두루 다 좋아한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나 어른들 모두 좋아하는 만화, 애니메이션들도 꽤 많아요.

이승재: 맞아요. 아이와 어른들이 공감할 만큼 단순해 보이면서도 깊이가 느껴지는 만화들이 꽤 많죠. 보통 사람들의 삶을 그린 만화들이 특히 그렇게 느껴지더라고요.

장인숙: 그렇습니다. 그만큼 만화를 보는 나이대가 모든 연령층이니, 만화를 그리는 애니메이터가 정말 많다라는 점으로 이해하시면 좋겠네요. 그래서 만화가, 애니메이터의 경우는 그림을 잘 그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용이 성공을 좌우합니다. 그림 그리는 기교는 갈고 닦아 연마할 수 있지만 창의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 구성과 전개는 사실 배우기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창작에 대한 재능은 좀 타고 나야 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재능이 없더라도 실망하지 마세요. 창작의 재료는 다양한 경험에서 얻을 수 있으니까요. 직접 경험하는 방법도 있지만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간접 경험을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책을 읽는 것도 중요한 간접 경험입니다. 세상의 지식과 지혜를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매개체니까요.

이승재: 우리 탈북민들이 갖고 있는 경험 역시 굉장히 특별하잖아요. 북한에서 보신 청취자 분들도 있다고 얘기를 들었는데요. 몇 달 전에 한국에서 제작한 드라마 한 편이 현재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죠. ‘남한여성이 돌풍을 타고 북한 땅에 떨어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라는 상상에서 시작됐는데요. 남한과 북한을 무대로 그린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이 남한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요인 중 하나가 처음으로 북한 주민들의 소소한 삶을 꽤 구체적으로 그렸기 때문이었거든요.

장인숙: 네. 외부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북한의 이야기부터 탈북과정,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낀 것들에 상상력을 더하면 굉장히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할 수 있겠네요.

이승재: 맞아요. 만화, 애니메이션이 갖는 가장 큰 힘은 상상하는 모든 것을 그릴 수 있다는 거니까요. 자 그럼 다음주에는 본격적으로 애니메이터들이 어디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또 그 애니메이터가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 구체적인 방법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여기는 서울> 진행에 이승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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