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사 (1)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0-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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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보람동 금강수변공원에서 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는 모습.
세종시 보람동 금강수변공원에서 나무 가지치기 작업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즐거운 나의 일터>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는 남한 사회의 직업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망 좋은 직업부터 탈북민들이 선호하는 직업 또 막 새롭게 생긴 직업까지 지금부터 여러분을 직업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즐거운 나의 일터>는 남북하나재단 취업지원센터 장인숙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장인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장인숙: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원래 8월 하면 휴가철인데요. 한국은 지금 코로나 확진자 수가 다시 증가하는 상황이어서 어딜 오도 가도 못하겠네요. 선생님도 어디 멀리 못 나가셨죠?

장인숙: 저도 방에서 책을 보면서 이 여름을 보낼 수 밖에 없었는데요. 며칠 전 지인이 일하는 작은 수목원에 가서 나무를 보며 차 한 잔 했어요. 잠깐이었지만 달콤한 쉼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승재: 좋았겠네요. 꽃과 나무로 가득한 수목원은 서울 근교에도 많아서 자연을 느끼고 싶을 때 잠깐 휴식을 취하고 싶을 때 많이들 가죠.

장인숙: 맞아요. 특히 제가 간 수목원은 전문가가 계획적으로 꾸며 놓은 곳이었는데요. 자연 그대로는 아니지만 사람의 정성과 땀이 담겨있는 자연이기에 충분히 위로가 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오늘은 공원을 관리하고 정원 꾸미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조경사’라는 직업을 준비해 봤습니다.

이승재: 벌써 나무가 가득한 숲에 온 느낌인데요? 요즘 남한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도 많고 공원도 많아서 조경사가 할 일이 참 많을 것 같네요.

장인숙: 그렇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 직업을 원예사와 혼동하신다고 합니다. 원예사가 꽃이나 채소 종류를 재배하는 전문가라면, 조경사는 꽃과 나무을 통해 거리와 공원 등의 주변 환경을 아름답게 꾸미는 전문가입니다. 물론 재배도 관리도 할 줄 알아야 하고요. 음, 남한에서는 집값이 가장 비싼 곳은 도심의 지하철역 주변입니다. ‘역세권’이라는 말을 쓰죠. 그런데 요즘엔 ‘숲세권’ 이란 말이 있어요. 교통이 편리한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이 얼마나 자연친화적인가, 이것이 좋은 거주지의 지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꽃과 나무가 울창한 숲이 인접해 있는 곳의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숲세권이라는 말이 등장하게 된거죠.

이승재: 맞아요. 저부터도, 아파트와 콘크리트 벽 뿐인 삭막한 도시에서 오래 살다 보니까 피로가 많이 쌓였어요. 매일 숲과 나무, 맑은 공기 생각 뿐이거든요.

장인숙: 이런 도시사람들의 욕구로 인해 최근 새로 짓는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 중 하나가 나무와 화단, 공원조성입니다. 특히 모든 땅에 집을 다닥다닥 지을 수 없도록,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집을 지을 땐 법적으로 조경을 해야만 하는 면적이 있는데요. 아파트는 적어도 전체 면적의 15% 이상을 꽃과 나무로 꾸며야 합니다. 주민들로 하여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는 겁니다.

이승재: 최근엔 건축 면적의 40% 가까이 꽃과 나무를 심어 자연을 강조한 아파트들도 생기더라고요. 누구나, 사람이라면 자연을 통해 큰 위로를 얻습니다. 이것엔 남북의 차이가 없어요. 도심에서도 자연을 즐기게 된 것 바로 조경사분들의 땀을 통해 가능하게 된 것인데요. 선생님, 저는 조경사가 몸 쓰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몸 만큼이나 머리를 써야 하는 직업이더라고요.

장인숙: 맞습니다. 자세하게 설명드리면 조경사는 고객이 조경을 의뢰하면 고객의 요구사항과 가진 예산을 파악하고 그에 맞게 계획을 세웁니다. 어떠한 분위기로 어떻게 공간을 구성할지 기획한다는 뜻이예요. 그리고 전체적인 방향이 정해지면 지정된 땅 크기를 측정한 후에 기후와 토양 등 해당 환경에 적합한 꽃과 나무의 종류, 심는 위치를 결정합니다. 이것을 조경 배식이라고 하죠.여기에 사람들의 동선을 고려해 조명, 벤치, 울타리, 산책로, 분수 등 시설의 배치를 포함해 세부설계를 합니다. 설계가 완성되면 공사비용과 기간을 고려해 필요한 수목과 조경시설물을 확보하고 인력 투입계획을 세우죠.

이승재: 쉬운 일이 아니군요. 뭐랄까요? 굉장히 거대하고 종합적인 작업이네요.

장인숙: 그렇습니다. 이후에는 나무와 꽃을 다듬는 조경작업을 직접 하거나, 혹은 경력이 오래되었다면 다른 조경사들을 지도하면서 공사를 관리 감독 합니다. 이렇게 계획했던 모든 조경과정이 완료된 이후엔, 완공된 조경시설물에 대해 유지 관리의 업무를 맡기도 합니다.

이승재: 맞아요. 만들어 놓고 끝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가 중요하더라고요. 유지, 관리가 얼마나 잘 되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더 많이 찾거나 안 오거나 하니까요. 오늘 인터넷 뉴스를 보다가, 북한 노동당청사 앞에, 가운데 계단을 두고 양쪽으로 크게, 반원 형태의 풀밭이라고 할까요? 이렇게 조경시설이 갖춰진 사진을 봤습니다. 북한에서도 조경시설을 만들고 관리하는 일은 비슷할 것 같아요. 어떤 분들이 이 일 하고 계신가요?

장인숙: 북한에는 각 도, 시, 군, 구역들에 인민위원회 소속의 도시경영과가 있습니다. 도시경영과가 관할하는 원림사업소들에서 도시미화 사업에 필요한 가로수, 묘목, 화초 등을 키워서 도시 꾸미기에 사용하고 있는데요. 이 일은 북한의 원예사들이 하고 있습니다. 수목을 관리하는 부분에서는 북한의 원예사와 남한의 조경사가 유사한 부분이 있지만, 다만 남한의 조경은 국가 차원의 사업 뿐만이 아닌 개인과 기업차원에서 워낙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좀더 폭이 넓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자신이 원하면 누구나 이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고요.

이승재: 선생님, 북한의 사진을 보면 지방에는 민둥산이 많거든요. 이런 것도 조경을 통해서 개선될 수 있나요?

장인숙: 네. 그럼요. 나무가 없는 북한의 산들, 저도 사진으로 많이 보았습니다. 겨울이 되면 땔감을 구하기 막막한 상황이니까 인민들이 어쩔 수 없이 산에 있는 나무를 베어 추위를 버틸 수 밖에 없죠. 한두 번이면 자연의 재생력에 의해 회복되겠지만 그것이 수십 년 동안 계속되면 산이 버틸 수가 없습니다. 북한에서도 조경사업이 보편화되고 또 조경전문가들을 잘 키워내면 산림 황폐화의 문제도 속히 해결될 것입니다.

이승재; 그렇군요. 북한에도 효율적인 조경문화가 잘 정착되면 좋겠습니다. 선생님, 개인이 갖고 있는 작은 정원 같은 경우는 조경사 개인이 감당할 수도 있지만 도시, 거리, 아파트 단지와 같은 규모의 조경사업은 보통 기업이 관할하거든요. 조경사 자격을 갖추면 이런 기업에 취업해서 일하는 거겠죠?

장인숙: 맞아요. 향후 5년간 조경사의 고용은 다소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남한은 도시의 급속한 개발과 건물 신축 등으로, 쾌적한 생활환경 조성이 계속 요구되는 상황이거든요.

이승재: 아까 말씀하신 아파트 조경면적처럼 정부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녹지를 확보하도록 하는 관련 조례를 시행하고 있잖아요.

장인숙: 맞습니다. 그 또한 조경분야에 대한 인력수요 증가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주5일 근무제 확대 실시로 인해 리조트, 공원, 여가시설의 조경공사도 지속될 것이라 예상되고요. 아까 말씀드렸지만 아파트나 건물을 새로 지을 때도 조경을 먼저 고려하고 있어 앞으로 조경 관련 기술인력에 대한 수요는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조경업체 면허현황』을 보면 조경회사가 매년 조금씩 증가하고 있어 조경산업의 지속적인 성장과 고용 증가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승재: 네. 감사합니다. Gardening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정원 가꾸기란 뜻인데요. 전문가들은 산업이 발전하고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가드닝을 생활화하는 것이 인간의 정서적 측면에서 큰 가치를 지닌다고 말합니다. 당장 저도 답답할 때 나무를 찾고 숲을 찾는데요. 마음의 치유, 바로 힐링이 되더라고요. 여러분도 힐링에 함께 참여하고 싶지 않으신지요? 다음주에 조경사 또 한번 이어가겠습니다. 지금까지 <여기는 서을> 진행에 이승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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