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고향으로 달려갈 생각뿐인 것 같습니다. 그러나 술 좋아하는 몇몇 남자 동료들은 집이 아니고 퇴근길 한 잔 걸칠 수 있는 술집으로 마음이 달려가고 있는 것 같은데요, 북쪽에도 요즘 음력 설날 쉰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손에 손에 설 선물을 들고 퇴근하는 사람들을 보고 있자니 고향의 설 풍경이 머릿속 가득해집니다.
오늘 음악으로 여는 세상, 이 시간엔 설을 맞아 우리의 소리 국악, 북쪽 식으로 하면 민족 음악을 소개합니다. 노래 듣고 얘기 이어가죠. '슬기둥'의 노랩니다. '산 도깨비'.
-슬기둥 ‘산 도깨비’
에루와 둥둥~ 하고 이어지는 추임새에 어깨춤이 절로 날 것 같습니다. ‘슬기둥’은 1985년 젊은 국악 연주가 9명이 뭉쳐 만들었습니다. 벌써 활동한 지 10년이 넘었는데요, ‘국악은 지루한 옛날 음악’이라는 편견에 맞서 국악을 대중화하는 데 노력해 온 젊은 국악인들의 모임입니다.
사실 몇 년 전까지 국악에 대해 사람들은 무관심했습니다. 고루하고 지루한 전통 음악 정도로 인식됐는데요, 젊은 국악인들의 이런 노력으로 국악은 주목받고 있습니다.
국악의 이런 변신은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음악적 시도 덕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 한 곡 듣고 얘기 이어가겠습니다. 국악 작곡가, 이경섭의 ‘바람의 유희’입니다.
-이경섭 ‘바람의 유희’
피리의 선율이 마음을 울리네요. 사실 이 곡은 공연장에서 들으면 더 좋습니다. 진짜 바람이 불고 휘감는 것처럼 느껴지는데, 직접 들려 드릴 수 없는 것이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 곡에 사용된 악기는 모두 우리 것이지만, 노래 풍은 어떠셨나요? 클래식, 재즈 등 다양한 음악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곡입니다.
이밖에도 가야금, 거문고, 아쟁, 해금 같은 전통 악기와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같은 서양 악기가 어우러져 연주하기도 합니다.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의외로 잘 어울리는데요, 피아노와 해금의 만남이 특히 그렇습니다. 해금 연주가 김애라의 ‘항상 나의 마음에’ 입니다.
-김애라 ‘Always in a heart'
해금을 개량한 소해금을 탈북자 박성진 씨가 가지고 나와, 대중 가수 노래의 전주 부분을 연주해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사실 감정에 호소하는 음악보다는 강하고 선동적인 음악을 선호하는 북쪽에서는 해금이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악기였습니다. 그러나 남쪽에선 사람의 감정을 잘 나타내주는 애달픈 해금의 음색이 요즘 인기입니다.
또 대형 오케스트라와 국악 연주자가 협연을 하고 클래식 곡을 국악으로 연주하기도 합니다. 양방언의 ‘제주의 왕자’입니다.
-양방언 ‘제주의 왕자’
양방언 씨는 재일교포입니다. 아버지의 고향이 제주도, 어머니 고향이 신의주. 북한 국적이었지만 1994년 한국 국적으로 바꿨습니다. 아버지의 고향 제주도를 생각하면서 쓴 곡인지, 밝은 선율이지만 어딘가 슬픈 구석이 있습니다.
북쪽도 민족 음악을 개량해왔습니다. 사실 이런 노력은 남쪽보다 훨씬 이전에 시작됐는데요, 문제는 개량만 남고 전통이 사라졌다는 것입니다.
오늘 들려 드린 남쪽의 새로운 국악, 어떠셨습니까? 처음 들어보는 곡이어도 아마 친근하게 느껴지지 않으셨는지요? 북남 남북 할 것 없이 우리에겐 모두 가야금 가락에 또 해금의 선율에 귀가 열리는 똑같은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새롭고 젊어진 국악처럼 새롭고 젊은 2009년 보내시길 바라면서 오늘 이만 인사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힘찬 곡 한 곡 띄어 드립니다. 놀이터의 ‘Fly to the sky (하늘을 날아서)’ 입니다.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세요.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지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