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는 내일로 다가온 추석연휴 준비에 분주합니다. 내일쯤이면 온 동네가 부침개 부치는 냄새로 진동하고, 가족들이 모여 나누는 이야기 소리에 온 아파트가 시끌벅적할 것 같습니다.
이곳에서는 추석과 같은 명절이 되면 여러 가지 특별 공연들이 많이 열리는데요. 특히나 어른들이 좋아하시는 트로트 공연이 인기가 많습니다. 보통 '효(孝)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소개되곤 하는데, 효 콘서트하면 빼놓을 수 없는 사람이 바로 나훈아씨 입니다.
지금 뒤로 흐르는 이 노래는 나훈아의 '사랑'입니다. 방송을 듣고 계시는 청취자 분 중에서도 이 노래 아시는 분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 곡하면 저도 빼놓을 수 없는 추억이 있습니다. 고등중학교 시절 이 노래를 처음 들었는데, 그때는 사실 남쪽 노랜지는 몰랐습니다. 사랑에 대한 노래는 이때가 처음이었고 북쪽에서는 쉽게 듣지 못했던 선율도 충격이었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몰래 이 노래를 부르면서 노래 가사처럼 내게도 사랑이 찾아오기를 고대했던 그 시절이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떠오릅니다.
나훈아씨의 목소리는 참 감미롭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은데, 이 나훈아씨의 '사랑' 못지않게 북한에서도 잘 알려진 노래가 바로 남진씨의 '님과 함께' 입니다. 남에서는 남진 씨의 노래도 노래지만, 노래를 부르면서 눈을 찡긋하는 표정과 옆으로 흔들 흔들 대는 특유의 춤사위 때문에 더욱 인기가 많았습니다.
나훈아와 남진은 같은 시기에 인기를 얻어서 가수를 좋아하는 사람들, 남쪽에서는 이걸 '팬'이라고 하는데, 이 팬들끼리 싸움까지 갔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도 벌써 30년도 전의 일이고 지금은 나훈아와 남진은 가요계의 전설쯤으로 남아있습니다.
남진, 나훈아씨가 부른 이 노래들, 남쪽에서는 이 노래를 '트로트' 라는 이름으로 묶어 부르는데요, '트로트'라는 이름은 구미 춤곡의 하나인 풋스트록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지금 들으시는 노래는 송대관의 '네박자' 인데요, 쿵짝 쿵짝 하는 빠른 두 박자 노래 그리고 세 박자와 다섯 박자를 기본으로 하는 노래가 바로 트로트입니다. 특히 빠른 두 박자는 뽕짝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뽕짝은 트로트를 폄하한다고 해서 공식으로 쓰진 않습니다.
흥겹고 우리네 정서를 참 잘 표현하기 때문에, 북쪽에서 온 우리 탈북자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특히 이런 트로트를 참 좋아하고 즐겨 부릅니다.
제가 남쪽 친구들을 만나서 이런 트로트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얼굴을 한번 다시 보고 나이를 물어보는 일이 많습니다. 이 노래 좋아하기엔 너무 젊다고 생각하는 건데요, 그 만큼 이 트로트 노래들은 장년층이 즐겨 듣습니다. 젊은 사람들에게는 한때 이 토로트는 한물 간 노래, 좀 촌스러운 노래로 여겨졌습니다.
그런데 근래 3-4년 전부터는 또 이런 인식이 바뀌었습니다. 신세대들의 감각에 맞는 트로트 가수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한 것인데, 이 시작은 지난 시간에도 소개해 드린 장윤정 씹니다.
지금 들으시는 곡이 장윤정 씨의 '어머나'입니다. 이 노래를 시작으로 줄줄이 '짠짜라','첫사랑','이따이따이따요' 등 여러 히트 곡을 냈습니다.
장윤정씨에 이어 박현빈 씨도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트로트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박현빈 씨의 노래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즐겨 부르는데 아주 솔직하고 거침없는 가사가 재밌습니다. 잠시 들어보시죠.
남쪽에 많은 유행가가 있습니다. 북쪽에도 숫자가 많진 않지만 그때그때 사람들이 즐겨 부르는 노래가 있습니다. 그래서 남쪽에 온 북쪽 사람들은 친구들 동료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면 참 어색한 것이... 남쪽 친구들이 부르는 노래는 잘 모르기 때문인데요, 이 트로트만은 다릅니다. 특유의 꺾기 창법에서 오는 정겨움 때문인지 몰라도 남에서 태어나고 산 사람이든 북쪽에서 온 사람이든 함께 부를 수 있습니다. 아마도 트로트의 선율과 가사에 우리 민족의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매력이 있는 듯합니다.
오늘 들려드린 음악들 어떠셨습니까? 오랜만에 노래다운 노래 틀어준다.. 이렇게 말씀하신 분들 분명히 있을 것 같습니다. (웃음) 풍요로운 추석 연휴 보내시길 빌면서 마지막으로 나훈아의 <영영> 보내드리면서 저는 물러가겠습니다. 지금까지 김철웅이었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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