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사람들은 원래 다들 말을 잘하나요?

탈북 방송인·조미영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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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anbong_club_b TV조선의 탈북자 출연 프로그램 '모란봉 클럽'의 한 장면.
/TV조선 캡쳐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정은주라고 합니다. 저는 북한 관련 방송들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요. 텔레비전에 출연하는 탈북민들도 그렇고, 또 요즘은 유튜브를 하는 탈북민들까지 엄청 많아지고 있는데 다들 참 말을 잘하더라구요. 북한사람들은 원래 다들 이렇게 말을 잘하는 건가요?

여러분 이 질문 어떻게 생각하세요? 한국에 살고 있는 탈북민이 3만3천 명 정도 되는데,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영상으로 탈북민들의 이야기를 쉽게 접하게 됩니다.

탈북민들의 방송출연 얘기가 나온 김에 말씀드리면 북한 방송과 달리 대부분의 한국방송은 질문지라고 해서 어떤 질문을 받게 될지 방송 전에 미리 알 수는 있으나, 답변을 정해주거나 강요 받는 일은 없습니다. 질문에 대해 자기 생각을 정리해서 자유롭게 대답하는 거거든요. 보통의 탈북민들은 말을 글로 정리하는 건 어려워서 질문 받으면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대답들을 하시는 경우가 많은데 그 대답을 들으며 한국사람들은 북한사람들은 어쩜 저렇게 말을 잘할까… 하는 생각을 한다는 거죠.

북한에서 직장이나 동네에서, 그러니까 사적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재밌게 하고 또 웃긴 얘기도 잘하는 사람들을 ‘말 잘한다’라고들 평가하지만 방송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말 잘한다고 느낀 경우는 거의 없는 듯 합니다. 보통은 짜여진 대본대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외워서 하다 보니, 어색한 표정으로 시키는 말을 하게 되고 TV 속 사람들의 말들은 거의 천편일률적으로 똑같다고 할 수 있죠.

북한에서 방송출연을 했더라면 탈북민들도 아마 말 잘한다 평가는 받기 어려웠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 누구의 간섭이나 통제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한국에서 탈북민들은 과연 북한에서 억압받고 산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정말 솔직하고 가감없이 자신을 표현해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많이들 보신다는 채널A 방송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 TV조선의 '모란봉 클럽', 그리고 자신이 직접 방송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유튜브를 통해서도 탈북민들은 자신의 북한에서의 경험 등 다양한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저도 가끔 들어가서 영상을 보다 보면 탈북민들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같이 울고 웃고 하게 됩니다.

문득 지난 2006년 개봉한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생각나네요. 슬럼독은 아주 가난한 빈민가에 사는 사람을 낮춰 부르는 말이고 밀리어네어는 백만장자라는 의미를 갖고 있죠. 영화에서 빈민가 출신의 18살 고아 '자말'은 거액의 상금이 걸린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라는 제목의 인도 최고의 인기 퀴즈쇼, 그러니까 알아 맞추기 경연 방송에 참가하게 되고, 모두의 예상을 깨고 최종 결승까지 오르게 됩니다. 중고등학교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한 그가 이런 성적을 내자 무슨 부정행위를 한 건 아닌지 의심한 경찰은 자말을 사기죄로 체포합니다. 결국 자말은 경찰에게 자신이 알아 맞추기 경연대회의 문제들을 단 한번에 풀 수 있었던 이유를 털어놓게 되는데, 회상 장면을 통해 영화는 빈민가 아이의 파란만장한 삶을 보여주고 아이가 인생에서 잊을 수 없었던 비참한 순간들을 통해 경연의 문제들을 맞출 수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탈북민들은 방송에서 엄청난 논리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어려운 용어를 써가며 유식한 말을 하는 것도 아니죠. 그들은 그저 자신이 살아왔던 북한에서의 삶을 말합니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 살면서 북한과는 너무나 비교되는 이 모든 환경이 얼마나 새롭고, 신기하고, 기쁜지에 대해 느낌을 표현하죠.

한국사람들은 아마도 북한에서 겪었던 어려움, 그 어려움을 뚫고 희망을 향해 용기를 냈던 이야기, 탈북과정에서 겪었던 고난들, 그리고 한국에 정착해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그 자체에 감명을 받고 칭찬과 격려를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질문에 대해 설명을 드리다 보니, 탈북민들이 그 힘들었던 시기의 이야기를 이제는 옛말처럼 웃으면서 할 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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