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충청남도 천안시에 살고 있는 20대 여자입니다. 저는 어제 서울에 가서 친구들과 2024년 1월 1일 0시 보신각 타종행사를 직접 보고 오늘 새벽에야 집에 왔는데요. 사실 잠을 얼마 못 자서 좀 피곤하긴 있지만 그래도 특별한 새해를 맞아 뿌듯합니다. 문득 북한의 새해 풍경이 궁금한데요. 북한에서는 새해맞이를 어떻게 하나요?”
북한동포 여러분 새해를 축하합니다. 올해는 1월 1일이 새로운 한해의 시작이면서 또 새로운 한주의 시작인 월요일이기도 하네요. 새해 첫날 북한에 계신 동포분들에게 새해 인사를 드릴 수 있어서 기쁜 마음입니다.
한국에서는 지난 주말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연이어 3일을 쉬면서 연휴를 즐기고 있는데요. 해마다 1월 1일에는 서울 종로 보신각에서 새해를 알리는 '타종행사'가 진행되고, 여기에는 새로운 한해의 시작을 반기려고 자리한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오늘 질문자 분도 천안에서 서울까지 타종행사를 보러 다녀가셨네요.
보신각 타종행사에는 해마다 사회 각계각층의 유명인사들이 참여해 새해가 시작되는 밤 12시에 함께 종을 칩니다. 새해를 맞는 설레고 희망찬 마음을 담아 공연 등의 다양한 행사도 함께 진행이 되죠. 올해도 수만 명의 인파가 보신각에서 타종행사를 봤는데요. 한국의 대부분 행사들은 사람을 동원하는 일들이 거의 없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겁니다.
북한에서도 1월 1일은 정말 중요한 명절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선 1월 1일은 새해, 그리고 음력설을 설날이라고 부르는데, 북한에서는 1월 1일 신정을 '설날', 그리고 구정을 '음력설'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한국과 다른 의미로 1월 1일 바로 전날 매우 바쁩니다. 사실 북한에서도 이제는 음력설을 중요한 명절로 쇠고 있지만, 한동안 음력설이 봉건의 잔재라며 쇠지 않았기 때문에 예전부터 지금까지도 새로운 한해의 시작인 1월 1일 새해를 가장 중요한 하루로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날부터 집의 묵은 때를 벗기기 위한 대대적인 청소를 많이 하게 되죠. 묵은 때와 함께 그 해의 안 좋은 기운들도 모두 씻겨버리고 싶은 마음이었던 듯 합니다.
특히 목욕재계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한국처럼 언제든 뜨거운 물이 콸콸 나오고 샤워시설이 그쯘하게(거뜬하게) 갖춰져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북한에서 목욕은 분기 행사처럼 1년에 4번만 진행했다는 분들도 있어요. 특히 겨울에는 목욕이 더 어렵거든요. 하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새해 전엔 대부분 사람들의 묵은 때를 벗기기 위한 목욕 행사를 진행하게 됩니다.
참 그리고 새해부터 집에 물이 없으면 안 되니까, 물이 안 나올 경우 길어와서 집에 물땅크뿐 아니라 가능한 많은 그릇에 물을 그득그득 담아두게 되죠. 아마 이런 풍습도 어쩌면 미신의 일종이긴 하지만 집안에 재물이 가득 채워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긴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렇게 묵은 때를 벗기는 작업으로 새해를 맞을 준비를 했다면 그 다음은 깨끗한 몸에 깨끗한 옷이 필요하잖아요. 그래서 북한에선 1월 1일에 새 내복이나 새옷을 꺼내 입는 경우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미리 사두었다가 꼭 새해 첫날 꺼내 입는 거죠. 얘기하다 보니, 저도 북한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보냈던 순간들이 새록새록 기억납니다.
새해맞이가 여기 한국처럼 특별한 활동이나 재미있는 일들이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떤 날보다 목욕으로 가벼워진 몸과 새해를 맞이했다는 설레는 마음, 거기에 평소보다 많이 들어오는 전기와 여러 음식들 덕에 가장 풍요롭고 행복한 하루가 아니었나 싶거든요. 지금까지의 간략한 답변으로 북한의 새해맞이 풍경이 어느 정도 연상될 수 있으셨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2024년 올 한해, 북한 동포 여러분들 각자의 마음 속 소원들이 꼭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북한동포 여러분께 한국식으로 새해인사 다시 드릴게요.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함경북도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