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광역시에 살고 있는 30대 남자입니다. 새해부터 연평도와 백령도 주민들은 북한의 포격 도발에 일상을 모두 멈추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더라고요. 남북의 군사적 대치 상황을 연초부터 실감하게 됩니다. 그런데 북한이 이런 포격 도발을 일으키면 서해안 부근에 사는 북한 주민들은 어떤 상황에 있게 되나요? 북한도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포격을 진행하는 건가요? 포격 도발 사실 자체를 주민들에게 알리기는 하는 건가요? ”
(음악 up & down)
희망과 기대를 안고 시작한 새해인데, 들려오는 남북 관련 소식들은 계속 암담하기 그지없습니다. 북한동포 여러분들도 알고 계신가요? 북한이 지난 5일 서해안에서 한국을 향해 200여 발 이상의 포 사격을 진행한데 이어, 6일과 7일 연속해서 포격 도발을 감행했습니다.
이 일로 인해 지난 5일, 여객선은 물론이고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분들도 배를 띄우지 못해 일을 못했고,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대피소로 이동하는 등 연평도와 백령도 인근 주민들의 일상은 잠시 멈췄었다고 합니다.
서해안에서 북한의 도발은 이번뿐이 아닙니다. 1999년과 2002년, 두 번에 걸친 연평해전과 갑작스런 포격으로 민간인 사상자까지 발생시켰던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까지... 그동안 서해안에서 얼마나 많은 교전들이 있었는지 북한동포 분들은 아마 다는 모르실 것 같습니다.
한국처럼 수많은 방송사와 신문사가 있고, 해외 언론들이 들어와 있고, 또 전 세계와 실시간으로 연결되는 인터넷이 있는 곳에서는 주민들에게 무엇을 숨길 수도 없고, 사실을 왜곡해서 보도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내용이 있는 사실 그대로 신속 정확하게 보도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에서 보도는 국민을 위한 사실 전달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체제 유지를 위한 나팔수로만 존재하기 때문에 정치적 목적에 따라 짜깁기된 내용들만 보도하고 있으니 이번 서해안 포격 도발도 제대로 접하지 못하셨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번 포 사격으로 인한 포탄이 NLL 이북 쪽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남측의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또 다시 남북의 서해바다가 언제든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긴장감에 휩싸이게 된 건데요. 평화로운 일상을 깨고 예측할 수 없는 안하무인식 적대 행위를 이어가는 북한 정권을 향한 한국 사람들의 분노도 높아져 있습니다. 하지만 늘 그렇듯 한 켠에선 북한 정권과 별개로 북한의 도발로 인한 남북 긴장 상태가 올라갈 때 북한 주민들의 안위를 염려하는 사람들의 질문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 바로 여기, 한국입니다.
오늘 질문자 분도 북한의 도발로 고조된 남북 긴장 상태에서 북한 정권은 주민들의 최소한의 안전조치들을 취하고 이런 도발을 하는 것인지 궁금하셨던 것 같은데요. 대답을 드리자면, 북한의 상황을 한국처럼 생각하면 안 됩니다. 모든 것이 정반대이기 때문이죠. 일단 북한 주민들의 삶은 일상 자체가 전쟁입니다. 늘 외세가 북한을 모략압살시키려 책동한다며 북한 정부는 오히려 끊임없이 불안과 긴장을 인민들에게 주입시킵니다. 북한에서 방공호 대피는 늘 하는 일상 중 하나입니다. 정작 주민들은 이유도 모른 채 생계 활동을 내려놓고 전쟁연습, 군사훈련에 동원되는 거죠.
한국에 와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국가가 지켜야 할 것은 국민의 안전과 재산, 그리고 평안한 일상입니다. 국가의 존재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오로지 김정은만 지키면 됩니다. 그 한 사람과 그 가족을 지키기 위해 10대, 20대의 병사들, 그리고 일반 국민들의 목숨은 안중에도 없습니다. 국민들의 안전은 안중에도 없기 때문에 북한이 호전적으로 도발을 이어갈 수 있는 겁니다.
탈북민으로서 여전히 '결사옹위', '총폭탄'을 외치며 포 사격에 임했을 병사들과 포격과 군사훈련이 일상의 피로로 누적돼 있는 북한 주민들의 얼굴 표정이 그대로 눈 앞에 보이는 것 같아 정말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북한 주민 여러분께 오로지 한 사람과 그 가족의 체제를 지키기 위한 희생자가 스스로 되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드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