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 보내고 싶은 방한 제품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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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40대 여자입니다. 이번 겨울은 예년보다 눈도 많이 오고, 왠지 더 추운 것 같아요. 특히 추위를 많이 타는 저는 사무실에서 등과 엉덩이를 따뜻하게 하는 전기 방석을 사용하거든요. 그런데 북한은 기후적으로도 여기보다 더 춥잖아요. 북한 사람들은 이 추위를 어떻게 견디고 계신지 궁금한데, 미영 씨! 혹시 한국에서 방한 용품을 보낼 수 있다면 이건 꼭 보내면 좋겠다... 하는 게 있을까요?”

(음악 up & down)

어제보다 오늘 기온이 4도 가량 더 떨어졌더라고요. 기온이 1, 2도만 차이가 나도 체감상으로는 더 춥게 느껴지잖아요. 서울과 함경도 날씨를 비교하면 보통 5도 정도 차이가 나는데, 서울도 이렇게 추우니 함경도 지역은 어떨지 대충 예상하실 수 있을 겁니다.

몇 주 전 정말 추웠던 날이 있는데, 이곳 사람들은 추워도 너무 춥다며 야단이었지만, 저한텐 그저 엄살처럼 느껴지는 거 있죠. 오랜만에 머리가 쩡 해지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니, 순간적으로 고향 생각이 확 나면서 얼마나 반갑던지... ‘여전히 난 청진 여자가 맞구나’ 새삼 느껴져 혼자 웃었더랬습니다.

이곳의 겨울은 여러분들이 계신 곳보단 추위가 덜한 편이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이 큰 걱정은 안 합니다. 겨울 추위를 거뜬하게 견디게 해줄 방한 용품들이 정말 많거든요.

여기 한국의 아파트나 주택 모두 북한처럼 아궁이에서 불을 때는 대신 가스나 경유 등으로 바닥을 데우는 온돌 난방이 집집마다 있어 집안 전체가 따뜻합니다. 침대 위에서도 온돌 효과를 보려고 전기매트를 사용하기도 하죠. 매트는 얇게 누빈 솜깔개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요즘엔 전기를 연결하지 않아도 되고, 전자파 염려도 없는 카본매트도 나오고 있죠.

그리고 이건 북한에서도 히터라고 하죠. 다양한 크기와 용도의 히터들이 있어서 집이 아닌 사무실에선 작은 히터를 각자 다리 옆에 켜 두시는 분들도 계시죠. 전기 끊길 걱정도 없고, 전기 비용도 회사가 지불하니 마음껏 전기 방한 용품을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요즘 또 많이 사용하는 건 바로 손난로인데요. 손 안에 들어오는 정도의 크기로, 산화철로 만들어 48시간 이용 가능한 제품부터 전지약을 사용해서 열을 내는 제품 등 야외에 오래 있을 때 아주 요긴한 제품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겨울엔 발도 너무 시리잖아요. 잘 때 신고 잘 수 있게 나온 아주 가벼우면서도 따뜻한 수면 양말이 있습니다.

사실 이뿐만 아니라 옷 안에 열을 낼 수 있는 기능을 갖춘 발열 잠바 등 보온의류, 장갑, 털신, 보온병 등 정말 다양한 종류의 방한 용품들이 있는데요. 오늘 질문에 답을 드리자면 북한에서 최고의 방한 용품은 솜바지와 동복이 아닐까 싶어요. 겨울에도 야외 활동이 많고, 실내라고 해도 난로 한 대로 공기를 덥히는 게 전부라 정말 춥습니다. 그래서 겨울철엔 내복과 솜옷이 필수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저는 북한에 꼭 보내야 하는 방한 용품으로 위에서 언급된 많은 제품들 말고, 다른 걸 떠올렸습니다. 바로 한국에선 어느 집에나 있는, 누구나 몇 개씩은 갖고 있는 손크림과 바세린입니다. 겨울은 찬 공기와 더불어 정말 건조하잖아요. 겨울철에도 야외에서 험한 로동을 하고 제대로 씻지 못하면서 손이 트고 얼굴이 트는 일들이 정말 많았는데요. 특히 군대에서, 돌격대에서 어린 여성들의 쩍쩍 갈라진 얼굴과 손을 볼 때면 정말 애처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생일이 겨울이어서 이번에도 보습에 좋은 손크림을 선물로 정말 많이 받았는데요. 볼 때마다 이중에 몇 개라도 북한에 보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사계절 중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이 가장 좋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겨울의 낭만을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일상의 모든 순간들이 따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올해 북한의 겨울이 너무 춥지 않기를, 그리고 마음만큼은 온기로 찰 수 있기를 바라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