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김정은 강경 발언에 대한 탈북민들의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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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21살이 됐고요. 세종시에 살고 있습니다. 현재는 대학을 다니고 있는데, 내년 정도에 군 입대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근데 올해 들어 북한의 발언 수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더라고요. 김정은이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라'라는 말도 했던데, 탈북민들이 보시기에 정말 전쟁이 날 것 같나요? 북한이 정말 또 다시 한반도에 전쟁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고 보시나요?”

(음악 up & down)

북한이 올해도 한국을 향해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데요. 대한민국을 제 1의 적대국으로 선언하고 최근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대한민국 완전 점령·평정·수복’을 언급하는 등 한반도에 전쟁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이어온 핵과 미사일 개발로 국제 사회의 대북 압박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연합군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는데요. 이런 상황 속에서 나온 김정은의 발언은 참으로 거칠고 무모해 보입니다.

한국의 북한 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이 외부 압박에 대한 맞대응 차원으로, 또 계속되는 경제난과 통제 등으로 불만이 쌓이고 있는 내부 주민들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용도로 김정은이 이런 발언을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실질적인 전쟁 준비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인데요. 하지만 한반도 전쟁을 연상시키는 강경 발언에 담긴 실제 속내는 아마도 김정은 본인만 알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북한은 오히려 한국과 미국이 전쟁 준비에 미쳐 날뛰고 있다고 주민들에게 주입시키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한국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선 대다수 국민의 의사가 정책이나 제도 시행에 있어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들, 그러니까 여론이 반대하는 사안에 대해 무조건적이고, 일방적으로 일을 진행시킬 수가 없습니다.

다시 말해, 국민이 주인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정책이나 제도를 찬성하지 않을 수 있으며, 국민에 의해 선출되고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그러니까 정책의결자인 최고인민회의 대의원들 역시 국민의 의사에 반한 행동을 마음대로 취할 수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여기 한국에서는 절대 전쟁을 먼저 도발하는 일은 없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겁니다.

오늘 질문자 분은 21살로, 이제 20대 초반의 나이가 됐네요. 군 입대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때보다 남북관계, 그리고 이미 한 차례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른 한반도에 대해 다시 상기해보게 되는 시기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사실 이 나이대의 한국 청년들에게 전쟁은 평소엔 절대 생각해 보지 않는,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 여겨지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70여 년 전, 6.25전쟁이 있었다고 하지만, 이제 한국 사회에선 일반 사람들이 그 전쟁의 상흔을 느낄만한 부분들이 거의 없습니다. 참전 로병들도 이제 얼마 안 남아 계시고, 사회는 이미 너무나 발전되고 문명화되어 있으며, 특히 북한과 달리 국가가 국민들에게 전쟁의 공포와 불안을 심어주는 일은 더더욱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 오늘 질문자 분이 접한 전쟁은 학교 교과서나 박물관, 영화 속 모습이 전부였을 겁니다. 그러니 오늘 같은 질문이 충분히 나올 만하다 생각됩니다.

질문에 제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 드리자면,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일어나서도 안 되지만, 일어날 수도 없다고 봅니다. 북한이 지키고 싶은 것은 지금의 북한입니다. 김정은의 말 한마디로 정책도, 제도도, 법도 바꾸고, 나이든 간부도 김정은 딸에게 무릎 꿇고 말해야 하는 지금의 북한 사회말입니다. 일반 인민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지도자를 위해 목숨도 바치는, 그리고 인민들은 굶어 죽어도 여전히 김씨일가는 호의호식 온갖 사치를 누리는 사회, 그럼에도 인민들은 어떤 저항도 투쟁도 할 수 없는 그런 사회를 김정은은 지키고 싶어하는 거죠.

그래서 지금의 이 체제를 누군가 무너뜨리려 할까 두려워 핵과 미사일 같은 무기 개발에 사활을 걸고, 그 무기를 내세워 계속해서 국제 사회를 협박하고 있는 겁니다. 요즘 북한의 강경 발언에 대한 탈북민들의 생각도 궁금해 하셨는데요. 사실 엄청난 분노를 느낍니다. 북한에서 살 때 위대한 수령, 최고의 지도자로 생각했던 그 사람들이 사실은 막말과 깡패놀이를 좋아하는, 격이 한참 떨어지는 그냥 겁쟁이였다는 사실에, 그들을 향해 충성을 맹세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북한에 너무 많이 계신다는 사실에 정말 화가 납니다. 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