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 살고 있고요. 며칠 전 환갑 생일이었어요. 가족들이랑 같이 식사도 하고 자식들이 준비한 선물도 받았죠. 얼마 전에 TV를 보니까 이제 한국 여성들의 기대수명이 90세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어쩌면 저도 ‘100세 생일을 축하 받을 수도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처음 들더군요. 한국은 노령인구가 이렇게 점점 더 증가한다고 하는데, 북한은 어떤가요? 기대수명은 몇 살 정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음악 up & down)
올해 60세, 환갑이 되신 거네요. 축하드립니다. 저도 기사를 봤어요. 한국의 남녀 기대수명이 남자는 86.3세, 그리고 여자는 90.7세가 된다고 하더라고요. 여기서 말하는 기대수명은 0세 출생자가 앞으로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생존연수를 의미합니다.
이번에 나온 이 통계는 한국 보험개발원에서 '제10회 경험생명표 개정' 결과로 발표한 내용인데요. 경험생명표는 생명보험 가입자의 사망 추이를 관찰해서 5년마다 작성하는 지표라고 합니다. 2019년 제9차 경험생명표에서는 남자가 84세, 여자는 88.8세였다고 하니, 5년 만에 각각 2.3년 1.9년씩 증가한 셈이네요.
근데 사실 여기까지의 설명이 북한 동포분들에겐 좀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요. 당장 하루,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내야 하는 현실에서 기대수명이니, 통계자료니 하는 것이 크게 와 닿지 않는 얘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북한 사람들은 평균 몇 살 정도까지 사나?' 오늘 주신 질문인데요. 이 기회에 북한 동포분들도 부모님, 가족, 그리고 주변을 한번 둘러봐주시면 어떨까요. '우리 북한에선 보통 몇 살 정도까지 어떤 모습으로 살다 가게 되나' 생각을 해보면서 말입니다.
북한에서 환갑은 축하와 함께 잔치상을 받아야 할만한 일입니다. 그 정도까지 건강하시다면 특히 더 그렇죠. 북한에선 50대 중반만 넘어도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처럼 보이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머리도 희고, 이빨도 빠지고, 등도 굽고 그렇게 이미 신체가 노화해버린 로인 말입니다.
탈북민들은 가끔 북한의 친척들 사진을 받아보곤 정말 깜짝 놀라게 됩니다. 헤어진 지 불과 몇 년 만에 기억 속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져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의 고단함이 얼굴과 몸에 그대로 묻어난 사진 속 가족과 친척들의 얼굴을 보면서 북한만 세월이 더 빠르고 험난하게 흐르는 것 같아 정말 마음이 아픕니다. 같은 나이라고 해도 한국과 북한의 신체 나이는 적어도 10년 이상 차이나 보이는 게 사실이니까요.
앞에서 질문자 분도 환갑 생일에 가족들이랑 식사하고 선물도 받았다고 했는데, 이게 딱 요즘 한국에서의 환갑잔치 풍경입니다. 예전에 사람의 수명이 그렇게 길지 않았을 때 60살까지만 살아도 많이 살았다고 해서 환갑을 크게 쇠고, 잔치상도 차려주고 했었던 건데, 사실 요즘 환갑을 그렇게 치렀다가는 뭔가 유난스럽다 생각이 들 만큼 한국은 젊은 로인이 많은 사회가 돼있습니다.
북한은 인민들에게 최소한의 정보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기대수명' 같은 통계를 내부에서 확인하시긴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이곳에선 인터넷에 ‘북한의 기대수명’이라고 검색하니 UN이 발표한 자료가 있긴 하더라고요. 2021년 기준 북한은 남자 70.8세, 여자 75.7세로 돼 있던데, 어떤가요? 지금 듣고 계신 북한 동포분들은 이 숫자에 동의하시나요? 사실 저는 동의하지 못하겠습니다.
일단 저 역시 탈북민으로서 북한에 남아 있는 저의 친척들 중 대부분이 70세를 넘기지 못했습니다. 특히 남자들의 경우, 먹고 살기 위해 바다로 나갔다 객사하고, 위험한 로동현장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고, 또 힘든 현실을 견뎌내느라 술과 담배로 건강을 잃기도 합니다. 의료체계의 붕괴로 제대로 된 치료와 약품을 받지 못하고, 또 세상의 각박함과 무질서 속에서 안전 또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죠. 탈북민으로서 느껴지는 남과 북의 체감상 기대수명 차이는 최소 15년입니다.
몇 살까지 살 것인지 측정하는 그 '기대수명' 말고, 정말 로년으로서 수명을 기대하게 되려면 북한은 최소한 건강을 유지하고 관리할 수 있는 의료 환경, 그리고 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식량 문제, 이 두 가지 만큼은 국가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