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유명 브랜드가 있나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3.04.24
[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유명 브랜드가 있나요? 평양 대성백화점 귀금속·시계 매장에 스위스의 스와치 그룹(Swatch Group)의 오메가(OMEGA), 티쏘(TISSOT) 상표(빨간 네모)를 볼 수 있다.
/연합뉴스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40대 여성입니다. 한국은 최근에 물가가 많이 올랐어요. 저는 그래서 요즘은 물건을 살 때 같은 용도의 상품이면 유명한 브랜드 보단 무조건 가격이 싼 걸로 사고 있거든요. 그래서 궁금해졌는데요. 혹시 북한에도 유명 브랜드가 있나요? ”

 

(음악 up & down)

 

맞아요. 코로나19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 되는 등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이 이어지면서 한국 또한 최근에 소비자 물가가 많이 오르고, 경기가 좋지 않습니다. 그래서 개인들도 최대한 지출을 줄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더라고요.

 

예전에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런 얘길 들었습니다. '여긴 300원짜리 커피도 있고, 3000원짜리 커피도 있어요'라고 말이죠. 지금으로부터 벌써 15년정도 전 일이네요. 그땐 이해가 안 됐습니다. '무슨 커피값이 그렇게 다른 거지?'하고 말이죠. 하지만 지금은 자유시장경제에선 비슷한 용도의 상품에 전혀 비슷하지 않은 천차만별의 가격이 존재할 수 있다는 걸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현재 300원짜리 커피는 거의 찾아볼 수 없지만 1500원짜리 커피, 그러니까 1달러정도 되는 커피부터 20달러가 되는 커피까지 가격 격차는 어쩌면 더 커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커피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식품부터 옷, 그릇, 가전제품, 자동차까지 거의 모든 상품에 완전히 다른 가격들이 존재하거든요. 사람들은 이를 두고 흔히들 '브랜드 값'이라고도 얘기하죠.

 

'브랜드', 북한에선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말이니 설명이 필요하겠죠? 브랜드는 사업자가 자기 상품에 대하여 경쟁업체의 것과 구별하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호ㆍ문자ㆍ도형 따위의 일정한 표지인데요. 좀 더 쉽게 이해시켜 드리기 위해 북한을 실례로 든다면, 북한의 화장품 브랜드에는 봄향기와 은하수가 있고, 손풍금 브랜드에는 은방울과 룡남산을 들 수 있죠.

 

오늘 질문자 분이 북한에도 유명 브랜드가 있는지에 대해 질문해 주셨는데, 어느 정도 답이 나왔습니다. 좀 더 얘기하면 술에는 대동강맥주, 그리고 물에도 브랜드가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금강산샘물, 신덕 샘물 등이 있죠. 확실히 그 이름, 그러니까 브랜드를 각인시킨 제품들은 쓰다 보면 '역시 이름값 하네' 혹은 '비싼 게 좋긴 좋아' 이런 말을 하게 됩니다. 유명한 제품들은 그 값만큼 질이 좋은 편이니까요.

 

여기 한국의 유명 브랜드는 뭐가 있을까요?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아 다 나열하긴 어렵습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최고라고 하며 삼성과 LG입니다. 세계적인 기업 이름이기도 하면서 하나의 브랜드이기도 하죠. 텔레비전, 랭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에 삼성, LG라고 붙어 있으면 바로 딱 신뢰가 가니까요. 북한에서도 여기 한국제품에 대한 신뢰가 꽤 높아, 한국산이라고 하면 무조건 믿고 사는 분들이 많다고 하는데, 어쩌면 북한사람들에겐 '한국제품'이 하나의 유명 브랜드로 자리하고 있는 듯 합니다.

 

사람들에게 이름 하나만으로도 상품에 대한 신뢰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바로 모든 브랜드들의 목표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기업들은 자신의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 인상을 좋게 하기 위해 제품뿐 아니라 제품 광고에도 투자를 많이 하게 되는데요. 그래서 좋은 브랜드의 제품일수록 비슷한 용도라고 하더라도 투자비용 등이 많이 들어 더 값이 비쌀 수 밖에 없습니다.

 

오늘 브랜드 얘길 하다 보니, 얼마 전 북한이 ICBM을 발사할 때 김정은의 딸 김주애가 입었던 옷이 생각나네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브랜드 디올의 외투로, 김주애가 입은 옷의 가격은 1900달러였습니다. 여러분 상상이나 되시나요. 1900달러라니 말입니다. ‘브랜드 값이라는 게 이런 걸 말하는구나’ 실감이 나실 텐데요. 혹시 나는 내 자녀에게 얼마짜리 옷을 사줬었나... 생각해 보게 되지 않나요?

 

그런데 설마 이 방송 들으시는 분들 중 우리 딸은 제대로 먹지 못해 키도 안 자라지만 장군님의 자제분은 저렇게 통통한 얼굴에 1900달러짜리 옷을 입어도 된다는, 그런 생각을 하시는 분이 계시진 않겠죠? 오늘도 화나고 씁쓸해지는 마음 달래며 방송 줄입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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