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선 현충일이 어린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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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중학교에 다니고 있는 14살 박서현입니다. 우연히 오늘이 북한에선 소년단 명절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북한에선 소학교 때 무조건 소년단에 가입해야 한다고 하던데... 맞나요? 그리고 소년단 명절이면 여기 남한의 어린이날과 비슷한 건지도 궁금합니다. 알려주세요.”

(음악 up & down)

오랜만에 들어보네요. 조선소년단창립절, 질문 받지 않았다면 이젠 잊고 지나갔을 기념일이었네요.

소년단이 아니었던 북한사람은 없을 겁니다. 조선소년단은 ‘공산주의 후비대가 되기 위해 항상 배우고 준비하자’라는 구호를 내걸고 소년소녀들을 로동당과 김일성, 김정일에 이어 현재 김정은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명령과 지시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혁명투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조직이죠. 여기까지 말하고 하니 '항상 준비!'를 외치며 손경례를 해야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소년단 시절 북한의 학생들은 '배움의 천리길' '광복의 천리길'같은 답사행군을 통해 김씨일가에 대한 충성심을 키우고 한편으로는 외화벌이 운동이나 좋은일하기 운동 등 사회주의 건설에도 적극적으로 동원되고 있죠.

이 방송 듣고 계신 북한동포분들은 조선소년단이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고 계신가요? 저는 이번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1946년 6월 6일 해방 다음해,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76년 전에 조선소년단이 만들어졌더라고요. 꽤 역사가 깊습니다.

오늘은 중학교 학생이 질문했는데, 소년단에 대한 질문에서 귀에 딱 들어오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무조건 가입'이라는 거죠. 예전에 제가 사람들에게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다 소년단 얘기를 하니까, '그럼 혹시 한국의 보이스카웃 같은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보이스카웃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면 청소년에게 건전한 시민정신을 심어주고 다양한 야외생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세계적인 조직인데요. 보통은 국가별로 자기 나라의 문화적, 역사적 배경과 환경에 따라 독자적으로 조직되는 청소년 단체입니다. 더 쉽게 설명해 드리면 실내 생활이 대부분인 아이들이 일정기간 조직적으로 단체 생활, 야영생활을 하면서 그 속에서 필요한 여러가지 기술을 체득하고, 또 우정과 형제애도 다질 수 있도록 하는 건전한 청소년 육성 사회운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떠세요? 소년단이랑 비슷한 조직이라고 답할 수 있을 것 같으신가요? 보이스카웃의 활동 내용도 소년단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무엇보다 참여 자체가 본인의 의지와 선택에 의해 자발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비슷한 조직이라 말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하나 더 놀라운 건 분단 전까지 북한의 소년단과 남한의 보이스카웃은 그 뿌리가 같았다는 겁니다.

한국에 온 탈북민들이 만나 서로 이런 질문을 할 때가 있습니다. ‘넌 소년단 가입 언제 했어?’ 답은 3개가 있죠. 2월 16일, 4. 15, 그리고 아주 가끔 6월 6일이 나오죠. 공부 잘하고 충성심은 높은 순으로 3차에 나눠서 가입하게 되는 소년단, 북한에서 9살 정도 나이에 시작되는 첫 정치조직생활로 이때부터 생활총화를 시작하게 되잖아요. 자기 비판, 호상비판두요. 그리고 꼭 목에는 일명 '붉은 넥타이'라고 부르는 걸 메고 학교에 등교해야 했고 국가와 사회, 김씨일가에 충성하기 위한 온갖 행사와 일들에 동원됐었죠. 참 어린 나이부터 혹독한 조직생활을 했구나 싶습니다.

소년단 명절이 남한의 어린이날과 비슷한 거냐고도 물으셨는데, 제가 생각했을 땐 절대적으로 다릅니다. 남한 아이들은 어린이날을 손꼽아 기다리죠. 선물도 가득 받고 부모님 손잡고 맛있는 거 먹으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날이니까요.

제 기억에 소년단 명절은 온갖 기념행사에 동원돼 6월 땡볕에 밖에서 몇 시간씩 서있었던 기억으로만 남아있습니다. 소년들의 명절이 아니어서인지, 북한에 있을 땐 명절이란 명칭이 아니라 6.6절이라고 불렀던 것 같아요. 무수한 기념일 중 하루 정도였으니까요.

갑자기 오른손에 넥타이를 들고 가입선서를 하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나는 영광스러운 조선소년단에 입단하면서....' 선서문의 다음 말은 생각나지 않네요.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이만 줄일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