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탈북민들은 북한 오물풍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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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경기도 파주에 살고 있는 40대 남자입니다. 북한과 가깝다 보니 북한 관련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지역이기도 한데요. 최근엔 북한에서 보낸 오물 풍선으로 사실 북한에 대한 불쾌감이 높아진 지역이기도 합니다. 참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기가 막힌데요. 탈북민들은 북한의 오물 풍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음악 up & down)

북한에서 살다가 온 탈북민 중 한 사람으로서 최근에 가장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사실 탈북민들한테 물어본다고 해서 뭐가 속 시원한 얘기가 나오는 게 아니란 걸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나 말이 안 되는 이 상황을 누구라도 좀 설명해 주길 바라며 불쾌한 감정이 가득 담긴 채 질문을 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사람들 사이에 가장 많이 주고받는 화젯거리는 단연 이 오물 풍선 얘깁니다. 오늘 질문자 분이 아니더라도 아마 많은 한국사람들이 주변에 탈북민이 계시다면 한번쯤은 비슷한 질문을 탈북민에게 던졌을 겁니다. '혹시 오물 풍선 보셨어요?' 라고 말이죠. 사실 질문 뒤에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북한은 도대체 왜 이러는 겁니까' 라는 말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북한동포 여러분, 북한이 현재까지 세 차례에 걸쳐 오물이 잔뜩 담긴 1000개 이상의 오물 풍선을 여기 대한민국으로 보냈다는 사실 들으셨죠? 외부 세계에 대한 정보를 접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모르실 수가 없을 겁니다. 북한과 가까운 지역들인 경기도 파주 뿐 아니라 인천 강화도를 넘어 어제는 서울의 중심인 용산구의 한 가운데에서도 북한이 보낸 오물 풍선이 발견됐습니다. 대부분의 한국 사람들은 그동안 살면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정말 너무나 더러운 오물덩어리들이 하늘에서 지금 자신들이 살고 있는 땅 위로 떨어지고 있는 걸 보고 있는 겁니다. 모두 북한에서 일부러 보낸 것들이죠.

현재까지 인명피해가 발생한 건 아니지만 오물 풍선은 차량 파손 등 물적 피해는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에게 심리적인 불쾌감과 모욕감을 주고 있고요. 그동안 북한 주민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갖고 북한의 변화를 바라고 기대했던 분들에겐 ‘정녕 함께 할 수 없는 집단인가’ 하는 허탈감과 자괴감마저 느끼게 하고 있습니다.

서로 적국으로 대치하고 있긴 하지만 21세기 문명사회에서 다른 것도 아닌 온갖 쓰레기가 담긴 오물을 남의 마당에 던져 놓고 있는 건데, 이 부끄러운 행태를 정작 본인들은 뿌듯해하며 행하고 있을 걸 생각하니, 이곳에 와 있는 탈북민들은 그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뭐라 형언할 수 없는 부끄러움과 함께 또 한번 북한 당국과 그 체제의 충성분자를 자처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멸의 감정을 느낍니다.

북한은 한국에서 보낸 대북전단에 대한 맞대응 차원이라고 하고 있는데요. 여러분들은 이곳에서 풍선에 실어 보낸 내용물을 보셨을까요? 보통은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생필품 위주로 담겨 있습니다. 물론 북한의 독재 체제에 대해 제대로 알리고 싶어 하는 의도가 있다 보니 관련 선전물들이 담겨 있기도 하죠. 하지만 일반 북한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내용들이 담겨 있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그리고 대북전단은 대부분 민간단체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선 이해할 수도 없고, 굳이 이해하고 싶지도 않겠지만, 정상적인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각각의 개인이 모여서 만든 민간단체들이 자유롭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민간단체 중에는 북한에서 온 탈북민들로 구성된 민간단체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단체 중 북한에 대북전단을 보내는 곳들도 있다는 얘깁니다.

사실 북한으로 보내는 대북전단에 대해 한국에서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을 살아 본 탈북민들은 북한 주민들이 아무것도 모른 채 계속해서 김씨 일가에 대한 우상숭배를 이어가고 있고, 체제 유지를 위해 자신들의 몸과 정신을 희생하는 이 상황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기에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깨우고 그들의 생활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대북전단 보내기를 중지하지 못하고 있기도 합니다.

'북한은 왜 이러는 건가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집단이기에 이런 비상식적인 행동들을 하나요?'라는 질문에 현재 북한에 살고 계신 여러분들은 어떻게 대답하실 건가요? 탈북민들은 그저 북한 사람들 전체가 아니라, 북한이라는 저 폐쇄된 체제가 국민과 한 나라를 인격도, 국격도 없는 정말 비열하고 어리석은 집단으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답할 수 밖에요. 오물 풍선 살포 같은 비열한 행위를 더 이상은 보지 않게 되길 바라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이예진,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