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직장인입니다. 최근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 문제가 계속해서 화두가 되고 있잖아요. 저도 결혼한지 몇 년 안됐는데, '아이는 언제 낳을 거야?' 라는 질문을 자주 받거든요. 북한은 어떤가요? 출산율이 높은 편일까요?”
(음악 up & down)
저 역시 이 질문에서 그렇게 자유롭지 않습니다. 30대의 여성이라면 미혼이든 기혼이든 출산에 대한 질문을 받게 되는데요. 특히 최근 저출산이 전 세계적인 사회문제로 부각되면서 아이를 낳지 않는, 또는 적게 낳는 현상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지난해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집계됐는데요.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아니면 나오기 어려운, 그러니까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낮은 출산율을 기록한 겁니다. 0.78명은 다시 말하면 남녀 두 사람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한 명도 안 낳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겁니다.
출산율 관련해선 지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북한 동포분들도 오래 생각해보지 않더라도 달라진 세태를 분명 느끼고 계실 텐데요. 부모님 세대에 6남매, 7남매는 정말 옛말이 되어버린 지 오래됐고, 현재 10대, 20대를 보내고 있는 청년들은 형제가 두 명인 경우도 많지 않을 겁니다.
선진국의 경우일수록 출산율이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데요. 몇 년 전부터는 '딩크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기도 했습니다. 맞벌이, 그러니까 직장 세대로 살면서 아이는 낳지 않고 일과 여가생활을 즐기는 부부를 칭하고 있는데요. 한국도 선진국 대열에 들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고, 부모와 남편을 공양하는 것이 여자의 일생이라는 예전 어머니들의 생각에서 완전히 달라지고 있는 겁니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북한에서도 '하나는 좋고 둘은 많다. 셋은 양심이 없고 넷은 미련하다'라는 표어까지 내세우며 산아제한 지침을 내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아사자가 속출했고 출산율 역시 꺾이기 시작했는데요. 벌써 30년도 더 된 이야깁니다.
아들 하나 낳으려고 딸, 딸, 딸 내리 4명, 5명이 됐던 딸부잣집들은 '고난의 행군' 시기, 입 하나 던다며 20대 초반만 돼도 일찍 시집을 보내기도 했고, 또 남은 둘째, 셋째는 돌격대를 자원하기도 했었으니까요.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산 사람 입에 거미줄 치겠냐'던 말이 무색할 만큼 당장 먹고 사는 일이 어려워지면서 북한의 출산율은 선진국과 달리 서서히가 아니라 뚝 떨어지게 된 거죠.
그런데 저출산이 세계적인 사회문제이고 남북 모두 출산율로 고민하고 있지만 저출산의 배경은 조금은 다른 듯 합니다. 사실, 저 개인적으론 한국처럼 잘 사는 나라에 오고 나서야 오히려 아이 키우는 것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걸 더 실감하게 됩니다. 북한에서 아이는 일단 낳아서 배만 곯지 않고 먹이면 크는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이는 많은 시간을 함께해주고, 사랑으로 키우고, 또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것들을 못 누리게 되면 오히려 아이가 불행해 할까 부모들이 걱정하게 됩니다. 그래서 한국은 잘 키우기 어렵고, 북한은 그냥 키우기 어렵다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뭐 결론적으론 어디서든 아이 한 명 키우는 건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겁니다.
각국에서 출산장려 정책을 펼치고 있고 한국에선 임신부터 시작해 첫만남 지원금, 출산 지원금, 부모 급여 등등 국가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이는 한번 떨어진 출산율을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북한 역시 최근 출산장려 정책을 외치며 세 명 이상의 자녀를 출산한 여성들에게 ‘다자녀세대증’을 발급해주고, 자녀들이 고급중학교(고등학교)를 졸업(17세)할 때까지 특별보조금 명목으로 자녀당 월 1만원씩(1.2달러)을 주겠다고 나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장마당에서 쌀 2킬로그램도 살 수 없는 돈이라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는 정책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떨어지는 출산율을 되돌려 보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의 거의 모든 문제는 일단 먹고 사는 것부터 우선 해결돼야만 출산율 회복에 대한 기대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