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6.25전쟁 영화 북한에도 있나요?

북한영화 '전쟁이 끝날 무렵'.
북한영화 '전쟁이 끝날 무렵'.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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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인천에 살고 있는 20대 청년입니다. 지난 일요일이 6.25전쟁이 일어난 지 73주년 되는 날이었잖아요. 그래서 지난주 6.25 관련 행사도 많았고, 6.25전쟁에 대한 영화도 TV에서 방송되더라고요. 그러다 문득 ‘북한에서도 6.25 영화가 방송됐을까, 북한에선 6.25전쟁을 어떻게 영화화 했을까’ 궁금해졌습니다. 6.25 관련 영화, 북한에도 있나요?”

(음악 up & down)

올해로 6.25전쟁 발발 73주년을 맞았습니다. 이제 전쟁을 직접 겪었던 분들은 대부분 돌아가시고 아직 생존하고 계신 분들의 나이도 90대 고령입니다. 그래서 지금의 20~30대는 참담했던 6.25전쟁을 그저 기록영상이나 영화로 접하고 있죠.

한반도 근현대사의 가장 비극적인 역사로 기록될 6.25전쟁은 그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많은 영화가 만들어졌는데요. 남쪽에서는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 아마 많은 분들이 2004년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를 떠올릴 겁니다.

영화는 남동생을 대학 공부시키기 위해 애쓰며, 한켠으론 약혼녀와 행복한 결혼을 앞두고 있던 주인공이 1950년 6월 어느날 갑자기 일어난 전쟁으로 평온한 일상이 전쟁터로 내몰리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아비규환의 전쟁터에서 형제는 어쩌다 북한군과 남한군으로 갈라서게 되고 그렇게 전쟁은 애틋했던 형제에게 가슴 아픈 비극을 가져다 주게 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한국전쟁 영화로는 최초로 천만 관객 달성을 이뤘는데요. 대한민국 인구 5명 중 1명은 영화관에서 직접 영화를 관람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관객석은 거의 울음바다였었다고 합니다.

'태극기 휘날리며' 외에도, 고급중학교도 마치지 못한 어린 학생들이 전쟁터로 나가게 되면서 겪었던 내용을 영화화한 '포화 속으로', 그리고 6.25전쟁의 흐름을 뒤바꾼 작전이었죠. 인천상륙작전도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는데요. 한국에서 만들어진 6.25 관련 영화는 대부분 전쟁을 이기고 지는 싸움이 아닌 전쟁의 참혹함과 그 속에서 고통받았던 개인들의 삶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일명 '문화부흥기'라고 할 수 있었던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6.25 관련 영화들도 많이 만들어졌는데요. '나의 고지,' '영원한 청춘' 그리고 '붉은 단풍잎' 등이 있습니다. 특히 영화 '영원한 청춘'에는 북한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전쟁영웅이 등장하며 인지도를 높였는데요. 영화는 1211고지 탈환전투에서 가슴으로 적의 총구를 막았던 18살의 리수복의 실제 이야기를 영화화 한 것임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가 생전에 썼다는 시는 그를 최고의 전쟁영웅으로 만들며 교과서에 인용돼 모든 학생들이 외우는 필독시가 되기도 했는데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나는 해방된 조선의 청년이다. 생명도 귀중하다. 찬란한 내일의 희망도 귀중하다. 그러나 나의 생명 나의 희망 나의 행복 그것은 조국의 운명보다 귀중치 않다. 하나밖에 없는 조국을 위해 둘도 없는 목숨이지만 나의 청춘을 바치는 것보다 그렇게 고귀한 생명 아름다운 희망 위대한 행복이 또 어디 있으랴'

북한의 전쟁영화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이 시에서도 역시 조국과 수령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것이 얼마나 영예로운 일인 지에 대해 강조하고 있고, 모든 청년들이 따라 배워야 할 귀감으로 영화를 통해 선전하고 있습니다.

남쪽에서 한국전쟁에 대한 영화는 이념과 사상의 대립 속에서 얼마나 많은 개인들이 희생했고, 고통받았는지, 전쟁의 참담함을 통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하는 비극임을, 그리고 평화와 공존을 위한 앞으로의 노력에 대해 사람들이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합니다. 하지만 북한의 영화는 여전히 전쟁이 남조선과 미국에 의해 일어난 것이라는 거짓 주장과 더불어 언제든 이러한 전쟁이 한반도에서 또 일어날 수 있음을 계속해서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며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고, 일단 전쟁이 일어나면 조국과 수령이라는 이름 뒤에 숨은 김씨 일가를 위해 가족은 물론, 청춘과 희망, 미래, 생명 모든 것을 바쳐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하고 있는 겁니다. 가슴 아픈 역사를 바라보고 있는 남과 북의 서사가 이렇게도 다름에 또 한번 참담한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