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부산에 살고 있는 20대 남자입니다. 지난 주말부터 부산의 해수욕장들이 일제히 개장을 했거든요. 날이 더워서인지, 첫날부터 사람들이 엄청 많이 왔었어요. 아마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 같습니다. 그런데, 북한 사람들도 여름에 해수욕장에 가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리고 북한에서 가장 유명한 해수욕장은 어딘가요?”
(음악 up & down)
부산 사는 분이군요. 부산광역시의 자랑 중 하나가 도심 속의 경치 좋은 해수욕장들이 아닐까 싶은데, 요즘 날씨가 딱 해수욕장이 그리워지는 그런 날씨긴 하죠. 파라솔, 그러니까 햇빛가림막과 사람들로 가득 채워진 해수욕장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해수욕장은 바다와 모래사장이 있어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즐길 수 있는 곳을 말하죠. 한반도는 여름철 해수욕을 즐기기 좋은 지역이 참 많습니다. 특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이곳 남쪽은 동해, 서해, 남해 등 곳곳에 일반 사람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해수욕장들이 지정된 것만 270개입니다.
부산만 하더라도, 해운대해수욕장, 광안리해수욕장, 송도해수욕장 등 공설 해수욕장이 7개나 있는데요. 20년 전 KTX라는 초고속열차가 생기면서 서울에서 부산까지 자동차로 5시간 넘게 걸리던 거리를 2시간 30분이면 갈 수 있어 서울에서도 부산 해수욕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이후 청춘남녀의 만남의 장이 되기도 하면서 부산의 해수욕장은 '여름철 해수욕장하면 바로 딱 떠오르는 여름철 낭만의 장소로 자리잡았죠.
서해안에도 해수욕장들이 있는데요. 서해는 수심이 얕고 갯벌이 있어 동해만큼 물이 깨끗하진 않지만, 잔잔한 파도로 어린아이들과 함께 안전하게 바다체험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서해안에 위치한 을왕리해수욕장, 만리포해수욕장, 대천해수욕장 등에서 무더위를 식히곤 하죠.
그리고 사실 한국에서 '해수욕장'하면 강원도 동해바다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몇 년 전부턴 넙적한 판을 딛고 서서 파도를 타는 놀이인 '서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서울에서 멀지 않은 강원도 양양의 죽도해변, 하조대해수욕장, 낙산해수욕장 등이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저는 가끔 강원도의 동해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제 고향 청진 앞바다가 생각나기도 하는데요. 청진은 바다를 따라 길게 생긴 해안도시입니다. 하지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은 몇 군데 없었는데요. 신암구역 쪽에서 바다로 나가야 모래사장을 만날 수 있었죠. 대한민국에 와서 위성지도로 청진을 내려다보니, 바다 바로 옆으로 송평구역에 제철소가, 수남구역에 조선소가, 그리고 포항구역에 제강소가 위치해 있어 주변이 공장들에서 나온 폐기물들로 바닷물이 검게 변해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함경도에서도 조금만 밑으로 내려와서 함흥만 하더라도 환경은 훨씬 낫습니다. 함흥과 강원도에 걸쳐 길게 18킬로미터나 펼쳐져 있는 명사십리 해수욕장이 북한의 가장 좋은 해수욕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대한민국 해운대 해수욕장의 10배 정도 크기로, 훼손되지 않은 백사장과 맑은 바닷물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죠. 아니, 그렇다죠. 참, 웃지 못할 사실은 이런 곳이 있다는 걸 저는 여기 남한에 오고나서야 알게 됐다는 겁니다. 북한 사람이지만 그렇게 좋다는 명사십리 해수욕장 직접 가본 적이 없거든요.
한국에선 여름이면 일상적으로 편리하고 즐겁게 누구나 즐기는 해수욕장에서의 여름휴가가 북한 사람들에겐 특권층만 누릴 수 있는 정말 말 그대로의 특권입니다. 누구는 먹고사느라 여유가 없어서, 또 누구는 해수욕장까지 갈 교통수단이 없어서, 또 가까운데 산다고 해도 좋은 곳은 특각이라며 일반 주민들은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놓은 곳들이라 결국 아무리 좋은 해수욕장들이 있다 한들 일반적인 인민들에게 해수욕장에서의 놀이는 그저 텔레비젼에서나 보게 되는 장면이 된 거죠.
산과 들, 바다의 자연환경도 북한에선 누릴 수 있는 사람이 따로 정해져 있다는 것이 생각할수록 답답합니다.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