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외국 관광객이 몰릴 북한의 명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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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40대 직장인입니다. 얼마 전에 한옥마을 가 보니까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헷갈릴 정도로 외국인들이 많더라고요. 뉴스에서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을 앓는 도시들이 꽤 있다는 얘길 들었던 것도 기억이 났는데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북한도 자유롭게 관광을 하게 된다면 이렇게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게 될 만한 그런 관광지가 있을까요?”

북촌 한옥마을 가 보고 저도 오버투어리즘에 대해 확실히 이해했었습니다. 관광객들로 인해 마을이 발 딛을 틈 없이 북적대더라고요.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북촌 한옥마을'은 정확히는 조선시대 궁궐인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는데요. 옛날 기왓집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집들 사이론 좁은 골목길이 꼬불꼬불 이어지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고층 건물들이 즐비한 도심을 걷다가 북촌 한옥마을에 딱 들어서면 옛날 조선시대로 순간 이동한 것 같은 기분도 들고, 한켠으론 북한에서 많이 봤던 한국의 사극 드라마 속에 들어온 것 같은 오묘한 기분에 빠질 정도로 멋진 곳입니다.

종로구가 발표한 자료를 보니까 지난해 북촌 한옥마을을 찾은 방문객이 무려 664만여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북촌의 인구는 6000여 명 정도에 불과하거든요. 그러니까 주민의 1000배가 넘는 사람들이 이 작은 마을 북촌 한옥마을을 찾은 셈입니다.

현재 이곳은 전통기왓집 내부를 살짝 개조해 음식점이나 카페 등으로 이용되는 곳도 있지만 사람들이 직접 거주하고 있는 살립집들이 대부분인데요. 그러다 보니 곳곳에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로 '개인집입니다. 들어오시면 안 됩니다' '소곤소곤 대화해주세요' '계단 올라오지 말아주세요' '이곳은 사진촬영 안 됩니다' 등등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안내 팻말들이 붙어 있습니다.

오늘 질문에서 나왔던 오버투어리즘이라는 단어가 바로 여기서 나온 건데요. 과도한 관광객으로 인해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 현상을 말하는 겁니다. 오버투어리즘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설을 하는 여행가이드들로 인해 확성기 소음도 빈번하고, 관광객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기 일쑤죠. 또 역사 유적을 훼손시키거나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는 등 세계 곳곳에서 오버투어리즘으로 인한 부작용이 나오고 있습니다.

종로구는 관광진흥법에 따라 이달 1일 북촌 한옥마을 일부 구간을 '레드존'(집중관리구역)으로 지정해 관광객의 방문 시간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제한하고, 이를 위반할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의 법안을 발표했고, 오는 10월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규제로 인해 상인들이나 관광객들에게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범운영을 통해 사전점검을 해보는 거죠.

한국뿐 아니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술을 마시며 광란의 밤을 즐기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사생활을 침해당하는 주민들을 보호하고자 지난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문제를 일으키면 140유로(150$)의 벌금을 물고 범죄 기록이 남을 수 있다'는 경고와 함께 '오지마' 캠페인(깜빠니아)을 펼치기도 했고, 이탈리아 베니스는 단체 관광객의 규모를 25명으로 제한하며, 관광가이드의 확성기 사용을 금지시키는 등 세계 여러 나라들에서 오버투어리즘으로부터 자국민을 지키기 위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만큼은 오히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습인데요. 러시아 여행사 보스투크 인투르는 인터넷 홈페이지에 '기차로 북한을 여행해 보세요!', '전승절 관광', '백두산으로!' 등 새 북한 관광 상품 7개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정작 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마음대로 가볼 수 없는 백두산 등반부터 마전 해수욕장에서의 수영과 휴식 등의 일정이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오늘 질문자 분은 나중에 북한이 개방의 문을 열어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을 때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몰릴 곳이 어디인지에 대해 물어보셨는데요. 개인적으론 외국인들과 한국 사람들이 가보고 싶은 곳이 조금 다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민족의 정신과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백두산이나 개성지역, 그리고 개마고원 같은 곳은 한국사람들이 훨씬 더 많이 찾을 것 같고, 외국인들은 오히려 이렇게도 오랜 세월을 꽁꽁 닫아 걸고 주민들을 통제할 수 있었던 북한체제를 파악할 수 있는 금수산기념궁전, 주체사상탑, 김씨일가의 특각들 이런 시설들을 더 흥미롭게 보지 않을까... 개인적으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이야기를 해봤는데요. 관광객이 증가하면 그 지역 사람들이 먹고 사는 일이 좀 나아지는 게 정상이지만, 북한은 관광객들이 많아져봐야 주민들에겐 이익이 전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청소나 도로 정비 등으로 인한 노력동원만 더 많아질 테니, 러시아 사람들도 북한 관광은 좀 자제해주셨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램을 가지며 오늘 이만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