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서도 재난피해 지원이 이뤄지나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3.07.31
[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서도 재난피해 지원이 이뤄지나요? 지난 2012년 평안남도 안주시에서 북한 적십자사 요원이 홍수피해를 입은 주민들에게 긴급 구호품을 배급하고 있다.
Photo: RFA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충청도에 살고 있는 30대 남자입니다. 올해 유난히 덥고 비도 많이 오는 날씨네요. 한국은 이제 장마가 끝나긴 했는데, 아직 장마로 인한 피해 복구는 계속 진행되고 있잖아요. 푹푹 찌는 날씨에 다들 고생이 많은데요. 북한 지역도 올해 장마 피해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북한에서도 피해가 큰 지역의 주민들은 한국처럼 국가적인 지원이나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나요?”

 

(음악 up & down)

 

올해 한국은 장마피해가 컸습니다. 특히 충청 이남 지역으로 많은 량의 비가 내리면서 도로가 끊기고 농작물이 물에 잠기고 또 산사태로 집이 무너지는 등 재산 피해는 물론 인명 피해도 있었습니다.

 

사실 한국은 시골까지도 대부분의 도로가 포장도로로 돼있고, 또 배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일반적인 비에는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수백mm가 한꺼번에 쏟아지는 폭우 앞에선 사람이 어쩔 도리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북한도 올해 곡창지대를 중심으로 특히 많은 비가 쏟아졌다고 하죠. 무엇보다 농작물 침수를 예방하라는 방송이 연일 나갔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황해남도 배천군 같은 경우에는 300mm의 많은 비가 내리기도 했다죠.

 

북한은 올해 달성해야 할 12가지 과제 중 첫 번째로 식량증산을 꼽고 있는데요. 그래서 방송에서는 침수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을 연신 전하면서 대책을 잘 세우라 촉구하는가 하면, 북한 로동신문에 <알곡생산 목표를 무조건 수행하는 것은 하늘이 무너진대도 해내야 하는 과업>이라는 제목도 보이던데, 엄청난 폭우 속에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들이 고생하셨을지, 보지 않아도 느껴집니다.

 

그런데 정작 북한 매체들은 통상 강수량 예보와 피해대책을 촉구하는 보도를 내놓긴 하지만 피해상황을 바로 전하지는 않는데요. 피해상황에 대한 정확한 보도뿐 아니라, 피해지원에 대해서도 전해지는 내용이 없습니다. 질문에 더 정확히 대답하면 북한엔 재난 피해 지원이 없는 거죠.

 

북한에선 '1년에 1재난'이라는 말을 할 만큼 크고 작은 자연 재해가 매년 반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국가적인 제도나 시설 개선은 없이 오로지 각 기관별로 피해를 막기 위한 방도를 강구하라고 내려먹이고 있죠.

 

이번 비가 북한 곡물 생산의 60%를 차지하는 서해안 쪽, 황해도와 평안도 곡창지역에 집중됐다는 점에서 농작물의 피해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또 북한이 이렇게까지 농작물 피해를 막으라고 촉구하고 있는 걸 보니 농작물 지키려다 혹시 인명 피해가 발생한 건 아닌지 더 걱정이 됩니다.

 

반면 한국은 이번에 장마 피해가 컸던 경상북도 예천군, 충청남도 청양 지역을 비롯해 13개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고, 조속한 피해 복구를 위한 재해대책비, 예비비를 비롯해서 정부가 쓸 수 있는 모든 재원을 총동원하겠다고 선포했습니다.

 

지원대상도 주택, 시설물, 농작물, 가축 피해에 이르기까지 거의 대부분 피해에 대해 정부지원금을 받을 수가 있게 됩니다. 그리고 당장의 피해복구 뿐 아니라 집중호우로 채소를 키우는 온실들의 피해가 컸기 때문에 부루나 시금치 같은 남새값 안정을 위해 신속하게 남새를 다시 파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재해 피해 지원을 위해 급하게 법규정도 개정했는데요. 지역마다 농사짓는 분들만 계신 건 아니니까, 소규모의 장사나 사업을 하시는 분들도 피해를 봤다면 지원을 해드려야 하기 때문에 소상공인 생계 안정 지원 등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규정을 개정했다고 합니다. 소외되는 피해민이 없게 모두 챙기겠다는 정부의 노력인 거죠.

 

대한민국에 살다 보면, '국가의 역할이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라는 게 온몸으로 느껴집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재산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그런 국가는 존립의 이유가 없는 것이겠죠. 부디 북한에 장마로 인한 큰 인명피해가 없었길 바라며 오늘 방송 마칠게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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