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살고 있는 40대 남자입니다. 제 고향은 전라남도 순천인데요. 직장이 서울이라 서울에서 결혼하고 직장 다니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번 추석엔 오랜만에 가족들과 다 함께 고향에 내려가 부모님도 뵙고, 며칠 쉬다가 올라왔어요. 근데 제가 얼마 전 들으니까 북한에선 추석을 하루밖에 안 쉰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추석에 고향에 못 가는 건가요?”
(음악 up & down)
올해 추석은 여기 한국사람들에게 정말 황금같은 연휴입니다. 한국에선 보통 추석을 전후해서 3일 정도 쉬게 되는데, 이번 추석이 지난주 금요일 29일이었잖아요. 다음날이 바로 토요일로, 주말은 원래도 쉬는 날이다 보니, 대체휴일을 적용해서 추석 하루 전인 27일부터 10월 2일인 오늘까지 쭉 추석연휴이고, 거기에 10월 3일 개천절이 더해지면서 휴식일이 무려 6일이 된 겁니다.
달력에 무려 6일이 빨간색으로 표기돼 있다는 건데, 대부분의 기업소는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기된 날에 쉬고, 이런 법정 공휴일은 유급으로, 로임에서 깎이는 것이 없기 때문에 더욱더 행복한 휴일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이번 추석연휴에 그동안 일하느라 못했던 걸 한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고향에 내려가가족친지들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그러고도 남은 휴일은 가족끼리 오붓하게 국내나 해외로 여행을 다녀온 분들도 있죠.
저도 이번 추석엔 3일은 가족들과 보내고, 남은 3일은 친구들과의 만남 약속을 여러 개 해 뒀는데요. 어디로든 떠날 수 있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아 휴일이 더 즐겁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하다 보니, 추석 얘기보단 쉬는 날, 휴일, 노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은 것 같죠? 물론 한국의 추석풍경이 전과는 많이 바뀐 부분이 있어서이기도 합니다. 조상에게 예를 갖추고 차례상을 성대하게 차리기 위해 많은 음식을 준비하고, 며칠씩 친척들이 마주 앉아 술자리를 가졌던 모습은 이제 많이 없어지긴 했거든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민족 전통인 추석의 풍경이 그저 쉬는 날로 모두 바뀐 건 아닙니다. 한국에선 교통편이 잘돼 있다 보니, 산소에 가서 잔디를 깎는 벌초는 추석 전에 미리 가서 대부분 해두고, 추석 당일엔 집에서 차례상을 차려 조상님께 절을 올리고 있죠.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다고 해도 추석아침 이 풍경만큼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추석날 만큼은 그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 친지들이 잠깐이나마 얼굴을 마주보며 서로 인사와 안부를 주고 받게 되죠.
아마 이 시간만으로도 그동안 일하느라 쌓였던 피로가 좀 풀린다는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그런데 북한에선 추석에 하루 밖에 쉴 수 없다고 하니, 그러면 가족친지들과의 시간을 어떻게 가지게 되는지 궁금하실 것 같긴 합니다.
사실 북한에서 추석 명절은 민족명절이 되기 전까지 여러 고초를 겪어야 했는데요. 1967년 김일성 주석이 '봉건잔재를 뿌리 뽑아야 한다'고 교시를 내리면서 추석과 단오 명절은 자취를 감췄던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1972년 남북대화가 시작되면서 추석 명절이 부분적으로 부활했고, 이후 이산가족들이 북한에 있는 조상묘에 대한 안부를 물어오면서 성묘를 허용하는 등 민속명절을 부분적으로 부활시켰는데요. 1988년에서야 북한에서의 추석은 민족명절로 규정됐고, 공휴일로 지정돼 단 하루라도 쉴 수 있게 된 겁니다.
질문자 분이 말씀해주신 대로 교통편이 안 좋은 북한에서 휴일마저 하루 밖에 안 되다 보니 멀리에서 생활하는 가족이나, 다른 지방으로 시집간 딸은 추석에도 만날 수 없는데요. 그래서 북한엔 고향으로 내려가는 '귀성길', 집으로 돌아오는 '귀경길'이라는 말 자체가 없습니다.
추석은 가을 추수 이후에 맞게 되는, 그래서 다른 계절보단 먹을 거리가 조금은 더 생기는 명절이기도 한데요. 단, 하루의 휴일일지라도 이 하루 만큼은 북한 동포분들도 최대한 맛있는 거 많이 드시면서 편안하게 쉬셨기를 바라면서 오늘은 이만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