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선 쌀 1kg이 얼마예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2.10.17
[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선 쌀 1kg이 얼마예요?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칠골남새전문농장에서 농장원들이 추수하고 있다.
/연합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저는 전라남도에 살고 있는 50대 여성입니다. 저희는 농사를 짓고 있는데요. 올해 벼농사가 잘됐어요. 하지만 쌀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팔아 봤자 한 해 인건비도 안 나올 것 같아 속상한 마음입니다. 북한은 올해 농사 작황이 좀 어떤가요? 알고 계신 게 있는지, 그리고 문득 북한에선 쌀 1kg이 가격이 얼마나 되는지, 그런 게 궁금하더라고요. 알려주세요”

 

(음악 up & down) 

 

얼마 전에 북한의 쌀 가격이 몇 년 만에 6천원을 넘어섰다는 보도 내용을 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궁금했습니다. 남쪽의 라지오방송은 황해도 지역에서 아주 잘 들린다고 전에 황해도에서 온 탈북민에게 들은 기억이 있는데, 황해도는 북한의 대표적인 곡창지대잖아요. 올해 벼농사 어떤가요? 잘 됐나요? 저도 오늘 질문에는 정확한 답을 드리기 어려울 것 같은데, 황해도 분이 통보문을 통해 직접 답을 보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요.

 

어디나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특히 북한처럼 국내 식량 생산량이 전체 국민이 소비하기에 부족하고 또 외국에서의 수입도 원활하지 않은 국가의 경우 한해 농사의 결과가 이어지는 1년 동안의 쌀 가격과 사람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코로나가 몇 년 째 이어지며 중국과의 교역도 원활치 않았고 올해는 한번의 큰 장마가 있기도 해서 농사작황이나 쌀 가격 등이 궁금한 분들이 많으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방송을 지금 듣고 계신 북한동포 분들은 코로나나 장마와 같은 비슷한 환경조건 속에서도 한국은 벼농사가 풍작을 이뤘음을 알게 되셨을 거 같네요.

 

그런데 이런 풍작임에도 불구하고 오늘 질문에선 질문자 분의 시름이 좀 느껴졌는데요. 일단 이 상황부터 좀 설명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수확량이 많아지면 가격이 떨어지는 부분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벼 농사를 짓는 농민들의 진짜 고민은 따로 있는데요. 바로 한국인의 쌀 소비량입니다.

 

한국에서는 여러 가지 통계를 많이 내는데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니까 한국사람들의 1년간 1인당 평균 쌀 소비량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다들 점점 밥을 잘 안 먹는다는 거죠.

 

몇 십년 전만 해도 고봉밥이라고 해서 밥 두 그릇을 엎어놓은 것 만큼 한끼 량이 많았던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기부터 해산물까지 늘어난 반찬과 밥을 대신할 수 있는 먹거리가 다양해지고 많아지면서 그런 큰 밥그릇은 이제 어디서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밥그릇의 크기가 점점 줄어들어 북한에서처럼 한 숟갈 크게 밥을 뜨면 아마 5숟가락이 채 안 될 정도의 량이 됐습니다.

 

저도 얼마 전에 '미영 씨는 밥 량이 가장 많았던 시기가 언제예요?'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생각해보니 제가 밥을 가장 많이 먹었던 시기는 오히려 북한에서였더라고요. 인민학교에서 중학교로 올라가던 12살, 그 시기 제 인생에서 가장 큰 밥 그릇으로 밥을 먹은 것 같거든요. 다행히 본격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기 전이었기에 가능했죠. 산처럼 쌓은 고봉밥은 기본이고 국도 두 그릇씩 먹었습니다. 오빠랑 서로 더 먹겠다며 신경전을 펼치다 보니 어느새 터질 것 같이 빵빵해졌던 볼살도 생각이 나네요. 하지만 한국에서 살고 있는 지금은 누구랑 신경전 펼칠 것 없이 풍족하지만 오히려 밥량은 4분의 1 수준으로 적어진 듯 합니다. 

 

북한에선 하루 세 끼를 꼭 먹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잖아요. 한끼만 굶어도 휘청일 만큼 배가 많이 고팠습니다. 하지만 요즘 한국사람들은 한끼의 양만 줄어든 게 아니라 하루 두 끼나 한 끼만 먹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게다가 그 한 끼나 두 끼마저 밥이 아닌 빵이나 고기, 또 누군가는 그냥 채소만 먹기도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쌀 소비량은 점점 줄어들게 되고 농민들은 풍작에도 떨어지는 쌀 가격에 웃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 생겨나게 된 겁니다.

 

한국에서는 농민들의 쌀을 국가가 사들여 비축미로 보관해 두는데요. 올해는 쌀 가격으로 근심인 농민들을 위해 비축미의 량을 늘여 더 많은 쌀을 농민들로부터 국가가 사들이기로 했다고 합니다.

 

북쪽에선 늘 쌀이 부족해 걱정이고 남쪽에선 이렇게 쌀이 남아 돌아 걱정합니다. 이곳 남쪽에선 국가차원이나 민간차원에서 북한에 식량지원 의사를 여러 번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계속해서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 결정을 내리는 이들은 농사작황이나 쌀 가격과 상관없이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이겠죠. 지금까지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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