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여자입니다. 저는 북한에 대해 사실 아는 것이 별로 없는데요. 우연히 지난번 방송을 듣고 좀 놀랐어요. 북한에선 사람들이 자신의 직업을 직접 선택하는 것이 아니고, 국가가 다 정해주고, 누구나 일해야 해서 백수가 없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됐거든요. 그러면 혹시 북한에선 직장을 다니다가 직장을 그만두거나 잘리거나 해서 실업자가 되는 사람도 아예 없다는 얘긴가요?”
(음악 up & down)
여기 한국에선 매달 집계를 통해 실업률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자유무역경제체제를 갖추고 있는 세계 대부분의 나라들이 실업률 통계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수치는 저 같은 일반 국민들도 인터넷을 통해 검색 한번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실업률은 10월 13일 기준 2.6%로, 전달 대비 0.2% 상승한 걸로 집계됐는데요. 그러니까 100명 중 3명에 가까운 사람이 실업자라고 볼 수 있는 거죠. 실업률을 좀더 자세히 설명해 드리면 만 15세 이상의 인구 중에서 노동을 할 의지와 능력이 있으나 일자리가 없어 실업 상태에 놓인 사람들의 비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실업자' 라는 말은 아마 북한동포분들께 그리 낯설게 들리지는 않을 겁니다. 북한이 대외선전을 통해 체제의 우수성을 뽐내면서 내놓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공화국엔 실업자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건데요. 북한의 로동신문을 보면 ‘한국에선 자본가에 의해 로동자들이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쫓겨나고, 일자리를 잃어 가족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사람들이 많고, 그래서 시위도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내용이 종종 나오죠.
이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도 이 같은 내용의 로동신문을 보신 적 있을 텐데, 혹시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요? 착취받고 굶주리며 거리를 전전하는 가난한 로동자의 모습을 연상하셨나요? 사실 저는 북한에 있을 때 그랬거든요. 그래서 이제 이곳에 와서 제가 두 눈으로 확인한 실업자에 대해 여러분께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일단 로동신문에 나온 '실업자' 관련 내용이 완전 거짓은 아닙니다. 한국엔 정말 직장을 잃고 로임을 받지 못하고 살고 있는, 일명 '실업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봤을 땐 딱 여기까지가 사실입니다.
물론 예전엔 자본가에 의해 하루아침에 직장에서 해고되는 일이 없었던 건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국민의 의견을 반영해서 계속해서 법과 규정이 변화해 나가는 곳이기 때문에 현재는 근로기준법에 의해 어떤 회사도 마음대로 근로자를 자를 수 없게 돼있습니다.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거나, 근로기준법이나 회사에 입사할 당시 공지한 회사 내 규정 등을 위반 했을 시에 해고 할 수 있으나, 그마저도 한달 전에 해고 통고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근로자가 한달의 여유를 갖고 다른 직장을 알아보고 그 다음 계획을 세울 시간을 줘야 한다는 얘기죠.
그리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실업자가 만들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데요. 지난 시간에 설명해 드린 것처럼 직업의 선택권도, 일을 안 할 수 있는 선택권도 개인에게 있기 때문에 일을 안 하고 한동안 쉬고 싶어서, 또는 다른 직장을 찾고 싶어서, 지금 다니는 직장의 로임이나 업무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등등의 이유로 근로자 스스로의 선택에 의해 자발적인 실업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삶의 수준이 많이 높아져 있는 현재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즐겁게 일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또 몸이 힘들지 않으면서도 높은 임급을 받는 일을 하기 위해 자발적 실업 상태가 꽤 오랫동안 이어지기도 한다는 겁니다.
아마 북한에 존재하는 직업의 종류, 로동의 강도, 배급 실태가 한국에 적용된다면 이곳 한국사람들은 아무도 일을 하지 않을 겁니다. 이땐 실업자가 되기 보단 회사의 부당함을 알리고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다 같이 일을 멈추고 시위를 통해 사회적 목소리를 높이겠죠.
오늘 북한엔 '실업자'가 없느냐는 질문을 해주셨는데요. 네. 직장에서 배급을 주지 않기에 굳이 해고할 이유도 없고, 또 과오를 저지르면 더 어렵고 힘든 직종으로 보내기 때문에 북한엔 실업자가 없습니다. 오늘 북한동포분들께 꼭 해드리고 싶었던 직장을 잃은 사람들에게 돈을 주는 한국의 '실업수당'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기회가 될 때 해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