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 사람들은 롱패딩 없이 어떻게 겨울을 나나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3.11.27
[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 사람들은 롱패딩 없이 어떻게 겨울을 나나요? 북한 여성이 겨울 외투를 입고 평양 시내를 걷고 있다.
/AP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20대 여자입니다. 저는 추위를 워낙 싫어해서 겨울만 되면 꽁꽁 싸매고 다니는 편이에요. 작년부턴 그래도 머리부터 발목까지 모두 덮어주는 롱패딩을 하나 장만해서 그나마 좀 견딜만했는데요. 서울의 겨울도 이렇게 추운데, 북한은 얼마나 더 추울까 상상도 잘 안 되네요. 북한 사람들은 한겨울에 어떤 옷을 입나요? 북한에도 롱패딩 같은 게 있나요?”

 

(음악 up & down)

 

규찰대의 통제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복장을 꾸밀 수 있는 한국에서 옷차림은 자신을 표현하는 또 하나의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다들 마음껏, 옷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죠.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간혹 길거리에서 자신과 똑같은 옷차림을 한 사람을 만나면 서로가 별로 반가워 하지 않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는데요. 개인적으론 그런 모습들도 참 재미있어 보입니다.

 

시작부터 왜 이런 이야기를 하냐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성 있는 옷차림을 추구하긴 하지만, 결국 추위 앞엔 장사 없다는 겁니다. 북한에서도 '겨울멋쟁이 얼어죽는다'라는 말 많이 쓰죠. 한국도 겨울만 되면 ''은 멀리 제쳐두고 무조건 따뜻한 걸 찾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 10년 사이 길거리의 사람들 모습이 거의 비슷해졌는데요. 바로 오늘 질문에서 나온 롱패딩이 겨울철 한국인의 단체복이 된 겁니다.

 

한때 뉴스에서도 '외국인들도 와서 신기해 하고 재미있어 했다'라는 내용이 보도된 적이 있었는데, 다들 거의 비슷한 롱패딩을 입고 걸어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이 꼭 애벌레들의 행렬 같았다는 겁니다.

 

롱패딩은 옷 전체에 거위나 오리털을 가득 채워 누벼서 볼록볼록 통통하게 부풀어 올라와있고 대부분 모자가 달려 있습니다. 무엇보다 영어로 ''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만큼 거의 발목까지 길게 쭉 내려와 있죠. 그래서 롱패딩을 입으면 누빔 솜이불로 온몸을 칭칭 감은 듯 보이는 겁니다. 더구나 겨울 옷은 세탁을 자주 하기 어려워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두운 색의 롱패딩을 선호합니다. 그러다 보니 더 단체복 같아 보이는 거죠.

 

여기까지 듣고 나면 북한 동포분들은 아마 의아한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어요. ‘분명 따뜻한 남쪽나라라고 했는데, 남쪽도 그 정도로 춥단 말인가?’ 하고 말이죠. 이 의문은 제가 잘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함경북도 청진 출신인 저는 한반도의 가장 위쪽에서 살다 와서 이곳 한국에 와서는 서울에 살면서 한반도의 남쪽인 부산과 제주도 등 다양하게 다녀봤는데요. 남쪽의 겨울은 북쪽에 비하면 그저 따뜻한 봄날 같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겁니다.

 

남쪽에선 일단 겨울에 귀를 내놓고 다닐 수가 있어요. 쇠로 된 귀걸이를 하고도 수건으로 귀를 싸매지 않는데요. 그래도 귀가 얼거나 하는 일은 거의 생기지 않습니다. 특히 북한에선 아침에 머리를 감고 말리지 못한 채 밖으로 나오면 직장까지 가는 길에 머리카락에 고드름이 달렸었는데, 이곳 친구들에게 얘기해주면 거의 믿지 않는 눈빛들이거든요.

 

특히 놀라운 건 젊은 사람들은 겨울에도 내복을 안 입는다는 겁니다. 그리고 양말 역시 한 켤레만 신습니다. 그리곤 춥다고 이불같이 생긴 롱패딩을 입는 건데, 이제 어떤 느낌인지 대충 감이 오시죠?

 

이번엔 북한의 추운 겨울 날씨에 북한 사람들은 어떤 옷차림을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답을 드려야 할 텐데요. 일단 북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겨울에 내복을 아래위로 한두 벌 이상은 필수로 입습니다. 양말 역시 한 켤레만 신고 나갔다간 발이 동상에 걸릴 수가 있죠. 아주 두툼한 양말을 여러 개 겹쳐 신은 뒤 털신을 신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선 겨울에 장갑도 안 끼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요. 장갑 역시 북한에선 겨울철 필수품입니다.

 

그리고 북한 사람들은 겨울철 입는 겉옷을 동복이라고 부르는데요. 모양은 한국의 패딩과 거의 비슷합니다. 오리나 거위털보단 덜 따뜻하지만 바람막이 천에 솜을 안에 넣고 누벼서 아주 두껍게, 그리고 길게 만들어서 입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부족한 곳이다 보니, 겨울철 필수품들이라고 말은 하지만, 이번 겨울도 꼭 필요한 용품들을 갖추지 못한 채 추운 겨울을 보내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올해 북한의 겨울이 너무 춥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오늘은 여기서 줄일게요.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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