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차 마시는 문화가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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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40대 여자입니다. 저는 원래도 차가운 음료보다는 따뜻한 차를 마시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이제 겨울이다 보니 카페에서 사람들과 만나 제가 좋아하는 차 한잔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시간을 자주 갖게 되더라고요. 북한에도 카페가 있다는 얘길 들은 것 같은데 북한 주민들도 차를 많이 마시나요?”

(음악 up & down)

오늘 질문도 참 많이 들어봤습니다. '북한에도 차 마시는 문화가 있나요?'라고 말이죠.

한국에는 마시는 '차'의 종류는 수백 가지에 이를 겁니다. 말린 꽃을 뜨거운 물에 넣은 다음 살짝 우려내 향을 느끼면서 마실 수 있는 꽃차도 있고요. 감이나 귤을 얇게 썰어 말려뒀다가 차로 우려내 마실 수 있도록 나온 과실차도 있고요. 건강에 좋은 전통차도 많죠. 그리고 무엇보다 '차'로 대표되는 건 '녹차'인데요. 연한 록색의 녹차 잎은 가루 형태로 작고 얇은 1회용 망에 담겨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제품으로 굉장히 많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녹차 얘기가 나오니까 한 탈북민이 처음 '차'를 접하고 실수했다는 얘기가 생각이 나네요. 탈북민이 어딘가를 방문했는데, 탁자에 빈 잔과 '차'가 놓여져 있더래요. 잠깐 차 한잔 드시면서 기다리라고 하기에 혼자 차를 물에 타서 마셔야겠다고 생각을 한 거죠. 그리곤 뜨거운 물이 나오는 정수기로 물을 먼저 받고, 작은 종이봉투에 들어있는 녹차망을 꺼냈는데요. 여기까진 잘 하셨는데, 그걸 그대로 물에 넣기만 하면 됐는데, 그 분은 그 망도 뜯어서 안의 내용물을 그대로 물에 부었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예상이 되시죠? 녹차가루가 둥둥 떠있는 물을 보며 원래 이렇게 먹는 건가, 긴가민가 하면서 들이켰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이제야 웃으면서 얘기하지만 많은 탈북민들이 한국에 와서 처음 '차' 문화를 접하곤 당황할 때가 꽤 많습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이곳에서는 누군가의 집이나 사무실 등을 방문하면 대부분 이 질문들을 하거든요. '차 한잔 드릴까요?' 그리고 '무슨 차 드시겠어요?'라고 말입니다.

예전엔 저도 당황하며 '아무거나..' 라고 말을 흐렸습니다. 물론 지금은 '무슨 차 드릴까요?'라고 물어보면 오히려 제가 물어보죠. '무슨 차 있어요?'라고요. 그리고 제 입맛에 맛는 차를 골라 천천히 음미하면서 마실 수 있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차'를 마신다는 건, 잠깐의 쉼이나 여유의 시간을 갖는다는 것, 또는 누군가와의 대화와 친목의 시간을 갖는다는 의미가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는 문화는 어떤 특정인들이 누리는 특권이 아니라 일반 사람 누구든 원하면 할 수 있는 일상적인 문화가 돼있습니다.

오늘 질문자 분은 북한에도 카페가 있다고 들었고, 그렇다면 차를 마시는 문화도 있는지를 물어보셨는데요. 일단 차가 있긴 합니다. 물론 북한에서 차를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차나무는 따뜻한 남방지역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북한은 차나무 재배가 사실상 어려운 지역입니다.

중국에서도 차가 가장 많이 생산되는 지역은 중국 남부의 윈난성 일대라는데요. 통상 북위 36°를 경계로 북한 지역은 차나무를 재배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1982년에 중국 산둥성을 방문했던 김일성 주석이 같은 위도에 있는 북한 땅에서도 차를 재배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한 이후 25년 동안 실패를 거듭한 끝에 차나무 재배에 성공하였다고 합니다. 처음 재배를 시작한 곳은 북측 강원도 고성 지역이었고, 이후 황해남도 강령군으로 재배지를 확대하여 차나무 재배를 시도하였는데, 2008년에 이르러서야 재배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지금 황해남도 강령군과 강원도 고성군 일대에서 차나무가 재배됩니다. 조선은정차무역회사에서 판매하는 '은정차'에는 황해남도 강령지방에서 생산하였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도록 크게 ‘강령록차’라고 쓰여 있습니다.

북한을 대표하는 '은정차'는 김일성 주석의 은정이 깃들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북한의 '은정차'는 주로 북한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외화벌이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습니다. 정작 ‘수령님 은정’을 누려본 북한 주민은 거의 없는 거죠.

한국에선 어딜 가나 마실 수 있고 흔하게 접하는 것이 '차'입니다. 요즘 같은 계절에 따뜻한 차 한잔 하면서 북한에 있는 친지들과 주거니 받거니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 시간 마칠게요.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