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 사람들도 크리스마스를 알아요?

조미영-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3.12.25
[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 사람들도 크리스마스를 알아요? 북한과 맞닿은 경기 김포 애기봉에 성탄 트리 모양의 조명 시설이 9년 만에 설치됐다.
/연합뉴스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20대 여자입니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잖아요. 사실 저는 종교가 있는 건 아니지만, 친구들과 만나 멋진 크리스마스 나무 아래에서 사진도 찍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며 1년 중 그 어느 때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내는데요. 북한에선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내나요?”

(음악 up & down)

 

오늘 12 25일은 바로 전 세계인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크리스마스, 성탄절입니다.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는 원래 예수를 믿는 종교인 기독교의 명절이었지만 기독교의 교리와 문화가 전 세계로 퍼지면서 지금은 예수를 믿든 안 믿든 전 세계 많은 사람들이 함께 기념하고 즐기는 큰 축전으로 자리하고 있습니다.

 

많은 나라들에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예수의 가르침인 이웃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어려운 이웃을 돕는 모금 활동을 하기도 하고, 가족친지들과 선물이나 편지를 주고 받으며 한해 동안의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는 등 사랑이 넘치는 그런 날을 보내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12월이 되면 거리도 오색찬란한 조명으로 장식되고 집집마다 초록색 전나무 모형에 여러 가지 장식품과 함께 선물을 받을 수 있는 빨간색 주머니를 걸어 두기도 하는 등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내며 이 날을 맞게 되죠. 그리고 이때 만큼은 사람들을 만나면 '안녕' 대신 '크리스마스를 축하합니다'라는 의미의 '메리 크리스마스' 라고 인사하게 됩니다.

 

오늘은 북한동포 여러분들께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를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어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때는 1914 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기였어요. 당시 프랑스 북부를 점령한 도이칠란드 군은 마지막 저지선을 지키려던 프랑스, 영국 연합군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죠. 곳곳에선 폭음이 들려오고 부상병들은 갈 곳없이 쓰러져 있던 잿빛 전쟁터였지만 엄혹한 전쟁터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이브가 찾아왔습니다.

 

총소리가 울리던 낮과는 달리 짙은 어둠이 내려앉은 고요한 전쟁터의 밤, 몸과 마음 모두 한없이 지쳐 있던 3개국 병사에게 놀라운 일이 펼쳐지게 됩니다. 도이칠란드 군 진지에서 조용한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한 거죠.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그리고 이때 마치, 노래에 화답하듯 영국군 진지에선 같은 노래를 연주하는 악기 소리가 들려오는데요. 잠시 놀라 노래를 멈췄던 병사 니콜라우스는 반대쪽 진지에서 들려오는 악기 소리에 맞춰 다시 노래를 이어가게 되죠.

 

이후 하나, 둘 횃불을 들고 참호 밖으로 나온 도이칠란드 군은 크리스마스에 부르는 노래, 캐럴을 함께 부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느새 맨 처음 노래를 시작한 도이칠란드 군 니콜라우스는 전선의 한 중앙에서 캐럴을 부르게 됐고, 그 주변에는 영국군, 프랑스군, 도이칠란드군까지 3개국 병사들이 모두 함께하게 되죠. 1명도 빠짐없이 비무장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를 지켜보며 당황하던 3개국의 지휘관들은 결국 전선의 한 중앙에서 만나 크리스마스 하루 동안 평화 휴전을 결의하기에 이르죠.

 

그렇게 단 하루지만 3개국의 병사들은 서로 적군이 아닌 인간애를 느끼며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시작했고, 서로 가족사진을 보여주며 음식을 나누고 함께 축구를 즐기기도 했는데요. 이후 하루만 휴전하자던 전쟁은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연장됐고, 전쟁 중에 거두지 못한 동료들의 시신도 자유롭게 오가며 수습했다고 합니다.

 

전쟁은 며칠 뒤 다시 시작되고 마는데요. 하지만 전쟁터의 모습은 전과는 분명 달라져 있었습니다. 3개국 병사들은 서로를 챙기기 시작했고, 서로에게 공격 위치와 시간까지 알려주며 대피하라고 했다네요.

 

1914년 적군과 아군의 경계가 없는 평화의 크리스마스를 만들어 낸 3개국의 병사들 이야기는 실제 3개국 모든 전쟁 기록지에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오늘 크리스마스에 대해 길게 설명해드렸는데요. 예상하시겠지만 북한 사람들은 크리스마스에 대해 알지 못합니다. 만약 진정한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북한에도 전해졌다면 그곳은 아마 지금보다는 훨씬 더 사랑과 평화가 깃든 그런 세상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네요. 북한 동포분들 연말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라며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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