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기부문화가 있어요?

조미영- 탈북 방송인 xallsl@rfa.org
2021.12.27
[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도 기부문화가 있어요?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찾은 한 어린이가 구세군 자선냄비에 성금을 넣고 있다.
/연합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인서트) 안녕하세요. 이상용이라고 합니다. 날이 많이 춥네요. 서울이 이 정도면 북한은 더 춥겠죠? 제가 궁금한 게 있었는데요. 한국은 연말이 되면 이웃과 따뜻한 정을 나누는 의미로 기부를 하는 개인이나 기업들이 많이 있잖아요. 북한에도 연말 기부문화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북한에서 '기부'보단 '희사'했다는 표현을 쓰죠. 희사와 비슷한 의미의 기부는 누군가를 돕기 위해, 또는 많은 사람들을 위한 공공사업을 위해 자신의 돈이나 물건을 대가없이 내놓는 것을 말합니다.

 

이곳 남쪽에선 해마다 연말이 되면 서울의 광화문광장에 대형 온도계가 설치됩니다. 개인과 기업의 기부가 많아질 수록 온도계의 온도가 점점 더 올라가도록 되어 있는데요. 몸과 마음이 모두 추워지는 연말, 어렵고 힘든 사람들을 위한 따뜻한 도움의 손길들이 모이고 있음을 온도계를 통해 보여주는 겁니다.

 

어느 사회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혼자 힘으로는 생계가 어려운 노인들, 몸이 불편한 사람들, 또 어린아이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인 한국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분들이 분명 있고, 빈부격차 역시 존재합니다.

 

오늘 질문에 먼저 북한 동포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정말 놀라게 되는 것 중에 하나가 이 남쪽 땅에 대가없이 남을 돕고 싶어하는 사람들, 타인을 위해 자신의 돈과 물건, 심지어 자신의 재능까지 내놓는 기부에 동참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는 겁니다.

 

북한에서 배웠던 자본주의 세상과 제가 실제로 와서 본 한국의 자본주의는 너무나도 다릅니다. 국가는 개인이나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사회적, 법적 여건을 최대한 보장해주고, 자유로운 시장환경에서 사람과 기업은 돈을 벌 수 있는 권리를 마음껏 누리고, 그렇게 창출된 수익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부를 통해 다시 돌아가고… 제가 남쪽에서 경험한 자본주의는 다른 사람을 속이고, 기만하고, 착취해서 돈을 벌지 않으며, 그 돈을 자신의 주머니에만 넣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자유로운 시장환경에서 기업들은 더 좋은 상품의 개발과 가격으로 경쟁하고, 또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국민들은 그렇게 올바른 경영 문화와 기부 문화를 갖고 있는 기업의 제품을 소비함으로써 그 기업의 수익창출에 기여하고 그렇게 자본주의 사회는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며 계속해서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따뜻하고 정이 넘치는 사회였습니다.  

 

북한의 연말 기부문화에 묻는 질문에 북한주민들은 거의 일년 365일을 기부하면서 살고 있다고 대답을 해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학생시절부터 내는 충성자금, 끊임없이 바쳐야 하는 군부대 후원물자, 건설노동자 지원물자 등등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지 못한 채 끊임없이 자신의 돈과 물건을 희사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여기에 '기부'라는 표현을 쓰는 것에 의문이 듭니다. 기부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어떤 강요도 없이 본인이 스스로 원할 때, 원하는 만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오늘 질문에 제대로 된 대답은 '북한엔 기부는 없고 강요에 의한 희사만 있습니다' 가 될 것 같네요.

 

‘쌀독에서 인심 난다’는 옛 조상들의 말처럼 내 배가 너무 고프면 주변을 돌아보긴 어려운 게 사실입니다. 옆집에서 쌀을 꾸고, 앞집과 반찬을 나누던 풍경이 북한에서도 점점 보기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몇 십년 째 이어지는 경제난이 우리 한민족의 '정'문화 마저 없애버리고 있는 겁니다.

 

북한은 교통상황 때문에 멀리 사는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이 더 큰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혹시나 조금의 여유가 되신다면 마음을 담은 작은 음식이라도 이웃과 정을 나누시면서 연말을 보내셨으면 합니다. 코로나로 어느때보다 힘들었던 한해, 여러분 이겨 내시느라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은 올해보다 좋은 일이 많은 한해가 되길 바라며 2021년 마지막 인사드릴게요. 서울에서 탈북민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출연: 조미영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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