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북한 주민들 스트레스 해소제가 마약?

서울-손혜민, 문성휘 xallsl@rfa.org
2024.09.19
[지금 북한은] 북한 주민들 스트레스 해소제가 마약? 탈북자단체인 `NK지식인연대'가 북한 주민으로부터 확보해 공개한 히로뽕 흡입하는 북한 주민의 동영상. 북한 주민 한명이 히로뽕으로 추정되는 하얀 물질을 불에 태우고 연기를 들이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북한 마약시장이 커진 배경 

-북한 주민들에게 스트레스 해소제가 된 마약

-농민 분배 몫 가져다 지방 공장 운영?

 

북한 주민들에게 마약이란 어떤 개념일까요? 그 위험성에 대해선 얼마나 인지하고 있을까요? 올해 북한에 아편을 재배하는 농가가 늘고 있는 이유 짚어봅니다. 아울러 김정은의 야심찬 지방발전 20x10 정책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는 지방 농민들의 사연도 함께 알아봅니다. 손혜민, 문성휘 기자와 함께 합니다.

 

기자: 코로나 이후 원자재 수입이 어려워지면서 빙두(필로폰) 대신 아편을 재배하는 북한 농가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돈벌이가 된다는 거죠. 북한에서 마약의 개념은 바깥 세상과는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손혜민 기자, 북한 주민들은 빙두나 아편을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마약이라기 보다는 돈벌이나 치료용 정도로 여기는 것 같은데 맞습니까?

 

손혜민: . 물론 두통이나 설사 등에 빙두나 아편을 사용하는 주민이 많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북한에 만연한 마약 문제 심각성을 의약품 부족으로 접근한다면 근본적인 문제를 다각적으로 보지 못하는 편향성을 가지게 됩니다. 일반 주민도 쉽게 접근하는 마약시장 배경이 중요하다는 얘기죠. 그러자면 우선 아편과 빙두가 북한에서는 공식적으로 해외 수출하는 외화벌이 상품이라는 데 주목해야 합니다. 이미 알려졌습니다만, 아편 재배는 김일성 시대부터 시작되어 김정일 시대로 이어졌습니다. 일명 백도라지 농장으로 위장된 국토에서 대량 재배되어 해외로 수출된 아편은 당 자금 확보에 가장 빠르고 효과 있었는데, 초기 자금이 적으면서도 판매수익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김일성 사후 무상으로 실시되던 보건의료 체계가 무너졌죠. 중환자 수술에도 마취제 없이 집도하는 경우가 허다하지 않았습니까. 고열과 설사 등을 동반하는 전염병까지 퍼졌습니다. 이때부터 주민들이 개인 비상으로 보관했던 아편을 매매하는 사례가 나왔습니다. 동시에 1990년대 말부터 빙두라는 마약이 새로 등장했는데요. 국가기관의 외화벌이 상품이 아편에서 빙두로 바뀌게 되면서 일반 주민들이 거래하거나 사용하는 마약 역시 아편에서 빙두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사회에서 검은 돈을 움직이는 권력층과 돈주들의 투자상품으로 빙두가 뜨게 된 배경이죠. 수입산 원자재로 제조되거나 판매되는 빙두는 국경을 통해 해외 시장으로 판매되는 만큼 국경을 오가는 것이 가능한 권력층과 필수로 결탁하게 됩니다. 거미줄처럼 복잡하고 정교한 유통망이 형성되는 건데요. 여기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면서 2010년대는 북한 사회에서 빙두 소비가 뇌물용이나 현금 가치로 각인되면서 대중적으로 확산됩니다.

 

그런데 2020년 코로나 봉쇄로 국경이 막혔고, 지난해부터는 코로나 봉쇄가 풀리고 국경무역이 재개되었음에도 밀무역은 엄격하게 통제됩니다. 빙두를 제조할 원자재 수입이 거의 막혔다는 말인데요. 결국 빙두 생산 현물이 사라진 겁니다. 올해부터 빙두 대신 아편이 다시 마약으로 뜨고 있는 배경인데요. 수요자의 입장에서 아편은 치료제이지만 공급자의 입장에선 수익성 상품입니다. 그래서 개인 농가까지 아편을 재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입니다.

 

기자: 결국은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마약의 굴레에 빠지게 했다는 얘긴데요. 기사를 보면 아편 주사를 맞고, 죽고 싶다던 사람도 기분이 좋아진다더라이런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이게 다 마약 증세 중 하나죠. 북한 주민들이 그런 부작용에 대해서는 알고 사용하는 겁니까?

 

손혜민: 부작용을 알고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사용기간이 길어지면서 알게 되죠. 앞에서 언급한 내용에 이어 말씀드린다면 아편이나 빙두를 마약으로 사용하는 용도는 여러 가지입니다. 즉 용도에 따라 중독자냐 비중독자냐로 인식할 수 있는데요. 우선 아편이나 빙두를 치료제로 사용한다면 심각한 중독까지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급성 설사에 1회 사용한다면 치료로 끝나니까요. 특히 자살용 극약으로 아편을 사용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 경우도 중독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스트레스 해소제로 사용하는 경우는 다릅니다. 아편 덩어리를 끓이면 액체가 되는데, 거기에 넣은 솜에 주사 바늘 꽂고 액을 빨아들여 정맥주사하면 호르몬 도파민이 증가됩니다. 각성 증세를 폭발시키죠. 같은 원리로 빙두는 코로 연기를 흡입하는데요. 여기에 한번 노출된 사람들은 아편이나 빙두를 계속 찾습니다. 그러면 중독성 환자가 되는 겁니다. 그 중독도 단순히 마약을 필요로 하느냐, 아니면 마약을 사용한 후 환각 증세를 일으켜 폭력과 방화 등 반사회적 행위로 이어지냐 등이 관건입니다.

 

정리하면 북한 사회에서 치료제 목적으로 마약을 사용하는 것과 스트레스 해소제로 마약을 사용하는 비중을 본다면, 스트레스 해소용이 압도적이죠. 이러한 현상을 뒤집어 해석하면 공포정치가 지속되는 북한에서 마약 중독자는 권력층에서도 늘어나는 현실을 뒷받침합니다. 누구의 책임일까요.

 

기자: 주민들에게 그 위험성을 알리고 주의시켜야 했던 시점이 많이 늦은 것 같습니다. 북한 당국은 2021마약범죄 방지법을 제정했는데요. 마약 제조나 밀수 등이 적발되면 최대 사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뒤늦게라도 당국이 법으로 제정한 이유는 그만큼 마약에 연루된 북한 주민들이 많다는 얘기 아닙니까?

 

손혜민: 그렇습니다. 김정은 정부가마약범죄 방지법을 제정한 배경은 간부와 주민들, 심지어 10대 학생까지도 마약을 유통하거나 판매하고, 소비하는 주체로 참가하면서 북한이 그대로 마약 국가가 되었다는 심각성을 인정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국가 주도의 외화벌이 시장에 기인되어 있고, 외화벌이 시장에서 고수익 상품인 마약을 얼마나 수출하느냐에 따라 충성자금 계획이 가능하다 보니 당국이 이를 허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약 범죄 방지법도 나쁘지 않지만, 보다 중요하게는 주민들의 기초적인 먹는 문제부터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야 개인 텃밭에 아편을 재배하는 농가부터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 내 마약거래가 확장되면서 마약중독자가 늘어나는 것은 식량문제가 결정적입니다. 먹고 살 수 있는 생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툭하면 간부들을 처형하고 주민 통제만 강화하고 있으니 스트레스 해소제로 마약 수요만 늘어납니다. 무엇이 우선인지 김정은 정부가 고민해봤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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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서 필로폰 지고 아편 뜬다

북 지방공업공장 원료확보로 주민식량 비상

 

기자: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 당국은 올해 상반기 고가의 시계와 술, 화장품 등 사치품을 수입하는 데에만 3794만 달러를 쓴 것으로 드러났고요. 수해로 피해를 입거나 복구 작업으로 땀 흘리고 있는 인민들 모두 끼니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임에도 몇 주 전에는 값비싼 백마 수십 마리를 김정은 정권이 사들였다고 하죠. 이런 이야기부터 하는 이유가 바로 지방발전 20x10 정책 때문입니다. 지방공업공장 짓는 건 좋은데, 국가가 보태 주는 게 겨우 사탕가루(설탕) 하나라는 게 말이 됩니까?

 

문성휘: , 그나마 사탕가루라도 보태 준다고 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지방발전 전략의 핵심은 자력갱생입니다. 문제는 지방 자체로 해결해야 하는 원료, 자재의 양이 만만치 않다는 거죠. 올해 말까지 지방공업공장을 완공해 내년 1월부터 가동을 해야 하는 양강도 김형직군의 경우 공장의 정상적인 가동을 위해 벌써부터 원료 자재 확보에 혈안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김형직군의 경우 지방공업공장의 가동을 위해 강냉이 1,110, 메주콩 1,270, 감자 전분 1,000톤을 확보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형직군 당위원회와 인민위원회는 지방공업공장 원료를 확보하기 위해 군 안의 16개 농장들에 강냉이와 메주콩, 감자 전분을 각각 75톤씩 저축하라는 지시를 주었다고 하는데요. 김형직군은 지난 7월말, 압록강 인근에 내린 폭우로 농경지 피해가 컸다고 합니다. 현재 수해복구가 한창이라 하고요. 이런 형편에서 지방공업공장을 돌리기 위해 수천 톤의 양곡까지 장만해야 하니 지방공업공장이 사람 잡는다는 한숨이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거죠.

 

국가가 지방공업공장들에 사탕가루를 공급한다는 것도 지방 자체로 사탕가루를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사탕가루는 공짜로 공급할까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방공업공장들에서 생산한 제품을 팔게 되면 여기에서 일정한 이익금을 국가에 바쳐야 합니다. 결국 국가는 지방공업공장들에서 거둔 이익금으로 사탕가루를 사서 다시 지방공업공장들에 공급한다는 거죠. 북한 당국의 지방 착취는 그야말로 흡혈귀에 비유할 정도로 악착합니다.

 

기자: 사실 지방공업공장들이 세워지고 인민들에게 돌아갈 물건이 잘 생산되면 그보다 좋은 건 없죠. 그럼에도 지방 주민들이 지금 상황에 많이 불안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공장 가동에 필요한 원료 확보 때문에 농민들의 분배가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요. 그럴 가능성이 실제로 높습니까?

 

문성휘: , 지방공업공장 원료를 확보하고 있는 양강도 김형직군만 보더라도 올 가을 농민들에게 나누어 줄 식량이 많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북한은 해마다 가을걷이가 끝나면 농민들에게 1년분의 식량과 생계비를 주고 있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농민들이 받게 되는 식량을 현물분배라고 하고요. 식량 현물을 분배한다는 뜻입니다. 이와 별도로 1년분의 생계비를 받는데 이를 현금분배라고 부릅니다. 문제는고난의 행군이후 농민들에게 현물분배와 현금분배가 제대로 차려진 적은 단 한번도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해마다 식량난을 겪는 주민들, 아사자는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해 동안 뼈빠지게 농사만 짓는다는 사람들이 굶어 죽는다는 거죠. 올해 봄에도 북한에서 감자고장이라고 크게 자랑하는 양강도 대홍단군에서 농민들이 먹지 못해 출근을 못하는 사태가 속출했고요.

 

김형직군은 양강도에서 양곡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고장입니다. 강냉이를 많이 심기로 유명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형직군 역시 농민들에게 1년치 현물분배를 못 주는 상황입니다. 올 가을엔 지방공업공장의 원료를 저축하다 보니 농민들에게 줄 식량이 더욱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북한은 해마다 국가 알곡생산 계획을 각 농장들에 할당해 주고 알곡생산 계획에 따라 가을철 식량을 거둬가고 있습니다. 김형직군 고읍농장의 경우 가을철 감자 4천톤, 강냉이 6백톤을 내놓아야 하는데 못 내놓으면 농민들에게 분배를 줄 식량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빼앗아 간다는 것입니다.

 

결국 농민들은 굶어 죽게 된다는 거죠. 지방공업공장이 없었던 시절에도 농민들이 현물분배를 받지 못해 굶어 죽었습니다. 지방공업공장들을 지어 놓고 원료로 양곡을 거두는 올해는 현물분배가 더 줄어들겠죠? 그럼 내년에 또 떼죽음이 나는 겁니다. 이런 악순환이 해마다 반복되는 것이 오늘의 북한입니다. 그러니까 주민들이 지방공업공장을 곱게 볼 수 없다는 거죠.

 

기자: 앞으로 10년간 매해 20개 시, 군에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하겠다고 김정은 총비서가 선언했으니 실제로 되든 안 되든 10년 뒤 언젠가 완성했다는 발표를 할 것만 같은데요. 문 기자, 실제로 지방공업공장이 완공돼 가동되면 지방 주민들에게 눅은 가격에 부족함 없이 물건이 잘 보급될 거라고 보십니까?

 

문성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지방공업공장을 정상으로 잘 돌리려면 무엇보다 식량이 먹고 남을 만큼 풍족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짓는 지방공업공장들로는 주민들의 부족한 생필품을 넉넉히 공급할 수가 없습니다. 북한의 지방발전 전략은 강원도 김화군에 시범적으로 지어 놓은 지방공업공장들을 전국으로 확산시키겠다는 건데요. 북한이 강원도 김화군에 지어 놓았다고 요란하게 자랑하는 지방공업공장은 식료공장과 종이공장, 수지일용품공장이 전부입니다.

 

그 외 김화군에 원래부터 있던 지방공업공장으로 학생옷공장과 제약공장이 있는데요. 이런 공장 서너 개를 지어 놓고 지방발전을 운운한다는 건 유치하기 짝이 없는 전략이죠. 더욱이 식량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는 북한이 식량을 원료로 된장과 간장, 식용유를 생산해 주민들에게 공급한다는 건 결국 식량난을 더 악화시키겠다는 말과 다름없습니다. 지방발전 전략으로 북한에 지방공업공장들이 더 많이 지어지고 지방공업공장들이 더 많이 가동할수록 식량난 역시 더욱 악화되는 구조입니다. 지방에 공장이 없어 주민들의 원성이 높은 것이 아니라 지방에 식량조차 변변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의 원성이 높은 것입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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