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김정은 ‘태양’ 만들기 속도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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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 주민에 강매하는 핵,화학 전쟁용 방독덧옷
  • 이달 말까지 쌀 3킬로 값에 달하는 방독덧옷값 내라
  • 북한 당국 구호 변화… 김일성김정일 주의->위대한 김정은 주의
  • 회의장에 등장한 김정은 구호, 길거리엔 김정은 노래

북한 당국이 주민들에게 '방독덧옷'을 공급했다고요. 핵물질과 생화학 물질 오염을 막는 용도라고 하는데요, 우선 보도 내용 정리해 주시죠.

김지은 기자 : 네, 현지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며칠 전, 전체 주민들에게 핵무기와 생화학 무기로 인한 오염 지역을 극복하는 용도의 방독 덧옷을 보급했다고 전했습니다. 방독 덧옷 재질은 일반적인 온실용 폴리에틸렌 투명 비닐로 길이가 1.5미터, 폭이 1미터 정도 크기이며 같은 재질의 끈으로 묶어 사용하게 돼있습니다.

방독덧옷은 비닐봉지 안에 포장돼 나눠주었고 사용설명서가 동봉돼 있는데 읽어보면 그럴듯하지만 이 비닐 덧옷이 입고 핵무기나, 생화학무기 오염지역을 안전하게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는 설명은 신뢰성이 떨어집니다.

한국의 방독복은 바지 작업복 모양으로 이음새 없이 한 통으로 돼있습니다. 시중에 판매되는 비옷만 봐도 앞섶에는 단추나 자크(지퍼)가 달리고 손도 장갑 모양의 비닐로 따로 탈부착이 가능합니다. 비교해보면 남한의 비옷보다 방역에 취약해 보이는데요, 특히 길이가 150cm밖에 되지 않아 성인 종아리도 가리지 못합니다.

그런데 기사를 보면 이걸 또 돈을 주고 받아야 하네요 ? 보통 국가에서 나눠주는 것이면 공짜로 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김지은 기자 : 그래야 하겠지만 돈을 받고 있습니다. 세대 당 1장씩 지급하고 내화 1만 7천 원(미화 약 2달러)을 내라고 독촉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강매입니다.

당국에서는 처음엔 주민들에게 전쟁위험을 강조하면서 유사시를 대비해야 한다며 방독덧옷을 지급할 예정이고 이를 위해 구입 비용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바로 다음 날에 방독복을 보급했다고 합니다. 현금이 없다고 해도 무조건 다 지참하라며 세대마다 1개씩 나눠줬습니다. 그러면서 이달 말까지 방독덧옷 비용을 바치라는 조건을 달았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거의 쌀 3킬로에 달하는 가격입니다. 그런데 이게 효과가 있을까요? 주민들은 반응은 어떻습니까?

김지은 기자 : 주민들 역시 효과를 의심하지만 국가에서 하라니 마지못해 받아들이는 분위기입니다. 북한은 남북 정세와 그에 따른 군사적 문제를 국가 존망이라는 정치적 문제로 규정하기 때문에 노골적으로 반발하지 못합니다. 국가 존망이란 곧 김정은의 존망이기에 토를 달 수 없단 뜻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민은 한 장의 비닐 박막으로 핵전쟁, 화학 전쟁의 오염을 막을 수 없고 김정은 위원장이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에 관심을 기울인다는 모습을 보이기 위한 형식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안 기자는 어떻게 보세요 ? '방독덧옷'이라는 게 과거에도 지급된 적이 있습니까?

안창규 기자 : 우선 효과 면에서 보면 조금은 유효할 걸로 보입니다. 왜냐면 방독덧옷은 핵폭발이 발생했을 경우 오염된 분진 같은 유독성 물질이 피부나 옷에 직접 묻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니까요. 허술한 수준이라 해도 없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얘깁니다.

과거 주민들에게 방독덧옷이 지급된 적은 없습니다. 군인들에게는 얇은 고무 재질로 만든 방독덧옷 외 비 올 때 쓰고 잠잘 때 깔거나 덮을 수 있는 개인 천막이라고 하는 것이 보급되지만 주민에게 지급한 것은 처음입니다.

다만 주민들에게 자체로 오염물질을 차단하기 위해 비닐 비옷을 준비할 것을 지시한 적은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산 비옷이 북한에 유입되기 전에는 제대로 된 비옷도 없어서 주민들은 비닐 박막을 잘라 손바느질로 비옷 모양으로 만들기도 했고 그냥 몸에 쓸 수 있는 크기의 비닐을 준비하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이를 무시하는 주민도 있었고요.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북한의 남성과 미혼 여성들은 다 교도대, 적위대 등 북한의 각급 준군사조직에 소속되어 있지요. 이들은 자기가 사용할 개인 비상용품을 늘 준비하고 있어야 됩니다. 남은 건 주부 여성과 아이만 남은 가정들도 식량, 소금, 성냥, 초, 전지(플래시) 등의 비상 상황 시 사용할 비상용품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과거 방독덧옷은 식량, 물, 소금과 같은 대중 비상용품에 비해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인데 이번에 북한 당국이 일률적으로 공급한 것으로 보면 방독덧옷이 중요한 비상용 품목으로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효과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는 것을 굳이 자재도 부족한 북한에서 만들어 나눠주는 배경은 뭐라고 보십니까 ?

김지은 기자 : 앞서도 설명했지만 인민의 생명 안전을 국가 지도자가 전적으로 지켜준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 지난 4월 말 학습강연 자료를 보면 북한 당국은 전민항전을 강조하며 주민들이 전쟁 위협에 만성돼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데요, 다시 내부적으로 경각심을 고조하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당국의 구호가 변하고 있습니다 .

우선 '수령 제일주의'는 '우리 국가제일주의'로 대체되고 '애국으로 단결하자'는 구호가 등장했습니다. 당이나 수령에 대한 충성보다 국가에 대한 애국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런 변화는 어떻게 풀이될 수 있을까요?

안창규 기자 : 과거 북한에서는 수령과 노동당에 대한 충성이 모든 것을 좌우지했습니다. 여기서 노동당은 당 지도부를 상징하는 의미도 있지만 수령을 상징하는 의미가 더 큽니다. 현재도 당중앙을 목숨으로 사수하자는 구호가 있는데 이는 곧 수령을 목숨으로 지키자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충성’이 모든 것을 좌우하던 북한에서 최근 ‘국가’와 ‘애국’이 두드러지게 강조되는 상황은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한마디로 당국이 북한 사회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경제난 이후 북한 주민, 특히 젊은 층에서 수령과 노동당에 대한 신뢰와 충성도가 이전과 다르게 추락하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간단한 사례로 이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선 과거 북한 청년들은 노동당에 가입하는 것을 최고의 영예로 여겼습니다. 노동당원이 되지 못한 남성은 직장과 사회생활에서 주눅이 들고 당당하지 못했습니다. 이들은 자식의 발전에 지장이 되지 않도록 어떻게 해서라도 당원이 되려고 애썼습니다. 그러나 최근 북한 주민들과 청년들은 이전처럼 노동당원이 되려고 애쓰지 않습니다.

또 북한에서 남자는 군대에 갔다 와야 인정해 주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10년간 집을 떠나 고생해야 하는 군대에 나가려 하지 않는 청년이 적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젊은 여성들이 배우자 선택 기준을 놓고도 설명할 수 있는데 많은 북한 여성이 군대에 갔다 온 남성보다 사회생활 경험이 많고 장사를 잘해 돈을 잘 버는 남자를 더 선호합니다.

경제난 이후 북한 사회의 변화가 이런 상황입니다. 모든 건 북한 당국 스스로 초래한 결과입니다. 인간의 초보적인 인권과 배고픔과 열악한 생활 등의 극심한 생활고가 30년 넘게 지속되는데 당국이 주민들의 아픔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으니 주민들이 김정은과 노동당을 신뢰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강조하는 ‘애국’이 김정은과 노동당이 아닌 순수한 의미의 국가에 대한 헌신은 절대 아닙니다. 수령에 대한 ‘충성’과 연결된 ‘애국’이라는 겁니다. 북한 영화나 책에 수령은 곧 조국이라는 문구가 자주 등장합니다. 결국 ‘충성’보다 ‘애국’을 강조하는 것이 주민들의 변화에 대응한 것이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은 말장난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당의 구호도 최근 김일성 , 김정일 주의에서 위대한 김정은주의, 위대한 김정은 시대로 바뀌었습니다. 올 태양절부터 감지된 움직임의 연장선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김정은 우상화 작업의 일환으로 봐야할까요?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평안북도, 함경북도에서는 직장별로 9일, 회의를 통해 관련 내용이 공식적으로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회의에서는 새로운 김정은 시대를 공식화 한다는 당의 방침이 전달됐고 모든 당의 구호가 기존의 김일성,김정일주의에서 위대한 김정은주의, 위대한 김정은 시대로 바뀐다며 각 구호의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또 이런 구호는 실제 내걸리고 있는데요, 최근 회의장에 가로 5미터짜리 빨간색 판에 흰 글씨로 ‘위대한 김정은시대의 참된 혁명가가 되자’는 구호가 내걸렸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특히 4.15 이후 북한 가정의 3방송 스피커, 거리에서는 방송 차량을 이용해 김정은을 어버이로 칭송하는 노래를 계속 내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영생 구호도 삭제되고 있는데요 , 영생 구호의 삭제는 어떤 의미입니까?

김지은 기자 : 영생 구호란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와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라는 영생탑에 새겨진 글귀입니다. 북한에서 영생론이 대두된 것은 김일성 사망 이후부터이고, 영생론과 짝을 이루는 용어는 '수령'과 '태양'입니다. 시작은 김일성 영생이었지만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이후 김정일도 포함됐습니다. 결국 김일성,김정일의 영생이란 그들의 영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식통들은 5월부터 선대수령들의 영생구호를 지우기 시작했고 그 자리를 김정은의 구호로 채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현재는 회의실과 강당 등 대중집합장소로 지정된 건물 내부에 설치된 선대 수령들의 영생구호 제거 작업이 한창이고 앞으로는 외부에 설치된 영생구호와 영생탑도 다 사라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지금 시대에 독재자 일가를 대대로 신격화하는 국가는 북한이 유일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독재자들을 신성시한 구호가 사라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조치입니다. 하지만 그 자리에 또 다른 세습 독재자 김정은의 구호로 채워지고 있으니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초보적인 생존권도 보장하지 않는 북한에서 ‘새로운 김정은 시대’가 시작된 것입니다.

새로운 시대가 아니라 과거와 다르지 않은 김정은 시대가 시작된 것으로 봐야하지 않을까요 , 오늘 소식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감사합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함께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