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북한 수해 관련 주변국 반응과 김정은의 대처
2024.08.08
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북한이 압록강 인근 홍수 피해 신속 보도한 이유
-북한 수해에 대한 주변국 반응
-북 수재민 중국 대피? 물에 휩쓸리더라도 탈북은 못 봐
압록강 인근 홍수로 북한의 물적, 인적 피해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이 이를 신속하게 보도한 이유가 따로 있다고 하는데요. 북한 수해에 대한 주변국 반응과 이에 대한 김정은 총비서의 대처까지 북한의 큰물 피해 관련 소식, 손혜민, 문성휘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이예진: 지난달 말 압록강 유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신의주 시와 의주군 등에 심각한 큰물 피해가 발생했죠. 영상으로 보니 집들이 다 잠길 정도였는데, 손혜민 기자, 지금까지 파악된 인적, 물적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 되는 겁니까?
손혜민: 네, 지난달 27일 신의주와 의주군 등 압록강 일대에서 폭우로 발생한 수해 피해는 생각보다 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발표한 공식 통계는 4,100여 세대의 살림집과 3,000정보의 농경지를 비롯하여 공공건물과 시설물, 도로, 철길 등이 침수되었을 뿐, 인명 피해는 없다고 했는데요. 김정은이 직접 수해 현장에 공군부대 직승기(헬리콥터)를 투입하여 4천200명의 주민들을 구출했기 때문에 사망자가 없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어느 때보다 수해 피해가 컸기 때문에 인명피해 가능성을 언급했는데요. 이에 김정은은 적들의 쓰레기 언론들이 수해 지역에서 1천명~1천500명의 인명피해가 넘을 것이라는 날조된 내용으로 공화국 영상에 먹칠을 하면서 모략 선전에 열 올리고 있다고 반발했습니다. ‘적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고 하면서 수재민 구출에 투입되었던 공군부대를 방문하여 직승기 비행사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축하해주는 행보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현지 소식통들은 이번 수해로 인명피해가 1,500명 이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수해는 폭우로 인한 단순 피해가 아니는 것인데요. 폭우로 압록강 수위가 높아지자 당국이 압록강에 자리한 댐을 방류하며 구리도 섬에 있던 살림집부터 덮쳤다고 합니다. 구리도 섬에 500세대의 농가가 있었는데요.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파도 같은 물살이 농가를 쓸었으니 생존자가 얼마 일지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다음 위화도를 비롯한 다른 섬들이 침수되었다고 하는데요.
북한이 침수된 섬들에 직승기를 투입했을 때는 살림집 지붕만 보일 정도였고, 직승기로 구조된 사람들은 지붕 위에 올라간 사람들 뿐이라고 합니다. 아직 정확한 인명피해 숫자는 밝혀진 바 없지만, 현지 소식통들에 의하면 신의주와 의주군, 자강도, 양강도를 비롯한 수해 지역에서 발생한 인명피해는 사망자와 실종자까지 합치면 수천 명이 아니라 만명 수준이 넘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예진: 늘 그렇긴 합니다만 북한 당국이 구체적인 인명 피해 여부나 규모를 밝히지 않아 이렇게 추정만 하고 있다는 게 참 답답하네요. 문성휘 기자, 5천 명이 고립됐다면서 4200명을 구조한 뒤 인명피해는 없다고 밝힌 북한 당국, 피해 규모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걸까요, 아니면 나머지 인원은 실종이나 사망으로 봐야 할까요?
문성휘: 네, 신의주 큰물 피해와 관련한 북한 내부 소식통들의 제보, 북한 관련 여러 언론의 기사내용들을 종합해 봤을 때 김정은 정권은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북한의 언론들이 신의주 큰물 피해에 대해 처음 보도한 것은 7월 29일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이 큰물 피해 현장에서 헬리콥터를 이용해 주민들을 구출하는 작전을 진두 지휘하고 있는 모습을 보도한 것이 처음인데요. 신의주에 큰물 피해가 발생한 날은 7월 27일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다음날인 7월 28일에 신의주를 방문해 섬에 고립된 주민들을 구출하는 작전을 지휘했는데요. 이와 관련 북한의 언론들은 섬에 고립된 주민이 5천여 명이라고 전했지만 정작 구출된 인원은 4천2백명이라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니까 5천여 명 중에 4천2백명을 구출했으니 나머지 8백여 명은 구출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증폭되었는데요. 김 위원장은 헬리콥터뿐 아니라 인민군 해군에도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주민들을 구출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예진: 그렇다면 북한의 언론에서 언급되지 않은 나머지 8백여 명의 섬 주민들은 해군 등에 의해 구출됐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문성휘: 북한 현지와 중국 단동에 있는 여러 소식통들에 따르면 당시까진 압록강의 유속이 너무도 빨랐기 때문에 해군의 고속정이나 함선은 투입할 상황이 못되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섬에 고립되었던 5천여 명의 주민들 중 4천2백명만 구출되고 나머지 8백여 명은 사망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이번 신의주 큰물 피해와 관련된 사망자가 1천명을 웃돈다고 얘기했습니다. 섬에 고립되었다가 사망한 주민들도 많지만 남신의주 쪽에서 삼교천을 비롯해 여러 골짜기의 물이 범람해 사망한 사람들도 있다고 하거든요.
과거 북한은 큰물 피해와 관련된 보도에서 인명 손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6년 9월 10호 태풍 “라이언록”에 의한 두만강 큰물 피해였는데요. 당시 북한의 언론들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지만 사망자가 1,500명 이상이었다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있었습니다.
그랬던 북한이 이번에는 사망자를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해 의문을 많이 샀는데요. 이번 큰물 피해와 관련한 섬 주민 구조활동은 비가 멎고 안개가 걷힌 28일 아침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일부 주민들이 구조 받지 못하고 사망했음을 맞은 편 중국 측에서도 생생하게 관측할 수 있었다는 거죠. 또 여차하면 국제 사회에 손을 내밀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어서 북한 당국도 피해 사실을 숨기는 것보다 일부라도 드러내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을 했을 것 같습니다.
이예진: 수치는 정확하지 않지만 어쨌든 이번에 북한 당국이 큰물 피해 사실과 구조 상황까지 상세히 공개한 건 이례적인 일로 평가를 받고 있죠. 하지만 대외적으로 북한은 한국과 러시아의 지원을 각각 다른 표현 방식으로 모두 거절한 상태인데요. 문 기자, 이번 북한의 큰물 피해에 대한 주변국들의 반응에 대해 어떻게 보셨습니까?
<관련 기사>
북, ‘폭우로 고립된 북 주민 구조’ 중국 측 제안 거절
문성휘: 이번 신의주 큰물 피해와 관련해 제일 먼저 손을 내민 건 한국정부였습니다. 김정은의 현지지도 소식과 함께 신의주 큰물 피해에 대한 북한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 8월 1일, 한국 정부는 피해를 입은 북한 주민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하며 긴급 지원 의사를 밝혔습니다.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상태, 정세 변화와는 관계없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은 계속 이어가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적십자 중앙위는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대신 8월 2일, 주민 구조 작전에 투입되었던 헬리콥터 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남한 언론들이 인명피해를 부풀리고 있다고 비난했는데요. 자신들이 큰물 피해의 상황을 감추고 있는데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번 북한의 큰물 피해와 관련해 주변국들의 반응도 흥미로웠는데요. 일단 일본 정부는 이렇다 할 견해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놀라운 것은 중국 정부의 침묵이었는데요. 2015년 라선시 큰물 피해 당시 중국 홍십자회가 1억5천만 달러, 2016년, 태풍 “라이언록”에 의한 두만강 유역 큰물 피해 당시 중국 정부가 직접 5억 달러의 무상지원을 했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도 상반되는 태도였습니다.
국제관계에 아무리 적과 동지가 따로 없다고 해도 중국의 태도 변화는 놀랍기만 한데요. 이는 김정은 정권이 주변 관리도 제대로 못한다는 방증이어서 씁쓸함을 더했습니다.
이예진: 지원 의사를 밝힌 러시아와 크게 대조되기는 하네요.
문성휘: 네. 러시아에 대해서는 과도한 저자세로 일관해 비웃음을 샀는데요. 큰물 피해가 있은 지 한주일도 지난 8월 4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평양에 주재하고 있는 러시아 대사관을 통해 위문을 전달하면서 수해 지원 의사를 밝혔습니다. 러시아 정부의 입장으로 위문을 전한 것도 아니고 공개적인 언론을 통해 수해 지원 의사를 밝힌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김정은 위원장은 “가장 어려울 때 진정한 벗에 대한 특별한 감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면서 “앞으로 반드시 도움이 필요할 때는 가장 진실한 벗들, 모스크바에 도움을 청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과거 1961년, 소련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으나 소련을 계승한 러시아는 1996년, 상호방위조약을 파기했습니다. 북한이 “고난의 행군”을 겪던 시기에도 러시아는 이렇다 할 도움을 주지 않았는데요. 러시아는 세계적인 식량생산 대국임에도 지금까지 북한의 식량난을 외면해 왔습니다. 그러던 지난 6월 19일, 푸틴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해 북한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는데요. 당시 푸틴의 평양방문은 지각 방문으로 유명했습니다.
그런 푸틴을 “진정한 벗”이라고 아부하면서 같은 민족인 남한은 “변할 수 없는 적”이라고 비난한 김정은, 지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략으로 국제 사회에서 외면과 질타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푸틴과 김정은의 밀월, “다리 부러진 노루 한 곳에 모인다”는 속담이 딱 어울리는 행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예진: 중국도 진작 섬에 고립된 북한 주민들을 구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이를 북한 당국이 거절했다고 하는데요. 문 기자, 그 이유가 북한 주민들의 탈북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말을 바꿔서 북한 당국은 북한 주민들이 혹시라도 탈북하는 걸 보느니, 물에 휩쓸려 가도록 놔두는 걸 선택했다고 봐도 무방하겠습니까?
문성휘: 한마디로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폭우가 쏟아진 건 7월 27일이고, 신의주의 섬 주민들이 불어난 압록강 물에 고립된 것도 7월 27일입니다. 북한 정권이 섬 주민들을 구원한다며 헬리콥터를 띄운 시각은 다음 날인 28일 아침으로 그 당시엔 이미 비가 그치고 안개까지 모두 걷힌 상태였습니다. 압록강 물이 줄기 시작한 때였다는 건데요.
아무리 폭우라 해도 신의주가 위치한 압록강 하구는 강 폭이 넓기 때문에 순식간에 불지 않습니다. 물이 서서히 불었다면 이미 주민들은 안전하게 대피하고 남았을 텐데요. 무려 5천여 명의 주민들과 국경경비대원들이 미처 대피할 여유도 없이 압록강의 물이 갑자기 불었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대해 소식통들은 “삭주군에 위치한 청수발전소의 수문을 일부 개방하면서 압록강의 수위가 급격히 불었다”고 전했습니다. 압록강의 불이 불기 시작하자 안전을 위해 청수발전소의 수문을 일부 개방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압록강은 북-중 두 나라의 강이기 때문에 어느 일방이 마음대로 수문을 열지 못합니다. 북-중 두 나라가 합의해야만 수문을 열 수 있는데요.
중국 단동시 공안국과 북한의 평안북도 안전국(경찰)이 청수발전소의 수문개방을 합의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가진 것은 27일 오후였다고 합니다. 수문을 개방하면 섬이 물에 잠기기 때문에 이때 벌써 중국 단동시 공안당국은 섬 주민들을 중국 측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이곳 섬들은 흙모래가 쌓여 중국과 육지처럼 붙어있는 데다 북한과 연결된 다리도 없다고 하는데요. 평안북도 안전국도 사정을 고려해 이러한 방안을 김정은에게 보고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김정은이 “구조대를 보낼 테니 어떻게든 버티라”면서 주민 이동을 허용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주민들의 탈북이 두려워 이동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주장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밤이 되고 안개까지 자욱해 사실상 구조가 불가능해졌다는 겁니다. 그러고도 나중에 헬리콥터를 들이밀고 주민들의 생명재산을 지키기 위해 큰 헌신을 한 것처럼 떠드는 김정은 정권, 보면 볼수록 허탈함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예진: 큰물 피해로 가족을 잃은 수재민들에겐 큰 위로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일 텐데요. 현재 북한 당국은 정 반대의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손 기자, 대체 수재민들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할까 봐 감시까지 하는 겁니까?
손혜민: 네, 이번 수해로 가족을 잃은 수재민들은 임시 거처지에서 집단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밤이면 이들은 물살에 떠내려가거나 진흙으로 지었던 집이 무너져 사망한 식구들이 떠올라 통곡하고 싶지만 당국의 저지로 울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가슴에 쌓인 원한 때문에 고열과 통증을 호소하는 등 2차 피해가 나오고 있는데도 당국은 최고존엄의 위민위천 사상으로 수해 현장에서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었다고 선전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해지역 주민들은 당시 상황을 너무 잘 알지 않습니까. 이에 국가보위성 간부들은 수재민들의 말과 행동을 감시하고 있어 당국에 대한 주민들의 분노가 쌓여지고 있는데요. 이것이 오히려 김정은 정권을 불신하는 민심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현지 주민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