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우크라전에서 총알받이로 사망하면 영웅?
2024.10.31
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러시아 파병 소문, 북 주민들 사이에 퍼질 대로 퍼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총알받이로 사망하면 영웅?
-농촌 지역 틈새 시장 개구리 양식
북한 당국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주민들에게 어떻게든 숨기는 중이라고 하는데요. 그래야만 하는 이유 짚어봅니다.
북한 농민들에게 모처럼 희소식이 생겼다고 하는데요. 개구리 양식으로 돈 버는 방법 알아보죠. 손혜민, 문성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은 군인들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주민들에게 언제까지 비밀로 하려고 했던 걸까요? 북한 당국은 이를 유언비어로 치부하고 유포자를 색출하기에 바쁘다고 하는데요. 문 기자, 검열 그루빠에, 사상투쟁회의까지 진행될 정도면 북한 당국이 계속해서 주민들에게 러시아 파병 사실을 숨기겠다는 의도로 보이는데요. 당국의 단속으로 소문을 잠재울 수 있는 상황입니까?
문성휘 기자: 네, 북한 당국이 국가보위성을 동원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유포자 색출에 나섰지만 이미 때가 늦었습니다. 그들도 확산된 소문을 막을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포자 색출에 혈안이 된 것은 자칫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소식으로 여론이 더 험악해질 수 있음을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유포자 색출에 나서며 주민들에게 공포를 심어주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서로가 말도 못 꺼내게 만들겠다는 속셈이 있는데요.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소식은 평양시에 있는 고위간부 가족들을 통해 유포된 것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이외 주민들이 몰래 가지고 있는 라디오와 불법 휴대전화를 통해 외부에서 유포된 정황들도 포착되고 있는데요. 정상적인 경로가 아닌 불법적인 경로로 소식이 전해지다 보니 아직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했다는 정도만 파악하고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 얼마나 파병되었는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지, 전쟁 참전 대가로 김정은은 무엇을 챙기는지, 이런 내용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의 노림수는 이런 구체적인 내용이 주민들 속에 알려지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컨대 러시아가 전쟁에 참가한 병사들에게 돈을 얼마나 지급하는지, 병사들에게 지급한 돈을 김정은이 어떻게 떼어먹는지, 만약 병사들에게 지급되는 돈을 김정은에게 빼앗기지 않고 그대로 가족들에게 보낼 경우 가족들은 어느 정도의 금전을 만질 수 있는지... 이런 구체적인 내용입니다.
이런 내용이 주민들 속에 알려질 경우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까 국가보위성을 내세워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과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이 주민들 속에 확산되는 것을 막겠다는 거죠. 국가보위성이 나서면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국가보위성을 동원해도 당장의 처방일 뿐, 시간이 지나면 소문은 확산되기 마련입니다. 오히려 주민들의 입을 틀어막으면 나중엔 여기저기 보태지고, 과장된 괴소문이 더 크게 확산돼 김정은 정권의 목을 조이게 될 겁니다.
진행자: 소문이 나면서 군대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이 자식의 생사 여부 확인에 나서고 있다고 하는데요. 러시아 파병 사실을 알게 되는 건 시간문제겠죠. 더구나 이미 전장에서 사망한 북한군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향후 북한 내 내부 동요, 그 어느 때보다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문성휘 기자: 네, 현재 북한은 남한에서 무인기를 보내 삐라를 살포했다는 구실로 당장 전쟁이라도 일어나는 것처럼 내부 정세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정세 긴장을 구실로 병사들의 외출을 금지시켰습니다. 여기에 러시아 파병과 관련해 온갖 추측성 소문까지 합쳐지며, 자식들의 생사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부모들을 비롯해 전반적인 사회 불안을 부추기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이 우크라이나에 5만명의 군인들을 파견했다는 유언비어가 크게 확산되어 있습니다. 전쟁에서 추후 사망자가 발생하고 떼죽음이 나고 있다는 소식까지 전해지게 되면 내부 동요가 상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러시아의 일방적인 침략으로 벌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은 북한이 참여할 명분이 전혀 없습니다. 아무 관계도 없는 전쟁에 참가해 떼죽음이 난다면 당연히 주민들이 분노할 수밖에 없는 거죠.
러시아가 왜 북한군까지 끌어들였겠습니까? 너무도 사상자가 많아 더 이상 러시아에서 끌어 모을 병력이 없으니까 북한군을 총알받이로 끌어들인 것 아닙니까?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군 사상자는 하루 평균 1천여 명입니다. 북한군이라고 달라질 수는 없습니다. 결국 김정은은 명예보다 돈을 선택했습니다. 러시아가 던져주는 돈에 넘어가 북한의 애젊은 군인들을 사지에 몰아넣은 거죠. 문제는 전쟁이 끝난 후입니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고, 시신조차 남기지 못했는데,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명분마저 챙길 수 없다면 문제가 달라지죠.
지금도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지만 ‘승리자가 없는 전쟁에 명분도 없이 참전해 수많은 젊은이들의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김정은이 돈을 챙기기 위해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사실들이 알려지게 되면 민심은 과거와 확실히 달라질 겁니다. 총을 잡은 군인들이 저항을 하게 되면 김정은 정권도 버텨 내기 어려울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진행자: 금방 드러날 일을 북한 당국은 어떻게든 감추려고만 들고 있다는 건데요. 이번에 유언비어 색출에 나서며 ‘국가가 알려주지 않은 내용은 알려고 하지 말라’는 말까지 했죠. 그런데 전쟁에서 사망자가 나오게 되면 북한 당국도 이를 주민들에게 설명해야 하지 않을까요? 김정은 정권은 뒷감당을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 거 같습니까?
문성휘 기자: 김정은 정권의 수법은 이젠 불을 보듯 뻔합니다. 이제 전쟁이 끝나면 영웅을 몇 명 만들어서 마치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대승을 거둔 것처럼 포장해 주민들의 용기를 북돋는데 악용하려 할 겁니다. 그러나 지금이 80년대가 아닙니다. 국제 사회는 인공위성을 통해 김정은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미 인공지능이 장착된 무인기가 활약하고 있습니다. 북한엔 라디오와 불법 휴대전화를 소지한 주민들이 있습니다.
김정은이 아무리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간부들의 입 단속을 해도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은 얼마든지 외부를 통해 주민들 속에 전해질 수 있습니다. 김정은이 정말로 영웅 만들기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책임을 회피하려고 든다면 오히려 역효과만 나게 될 것입니다. 아까운 젊은이들, 누군가의 자식인 젊은이들을 명분 없는 전쟁에 내몰아 떼죽음이 나게 만든 장본인, 어쩌면 북한군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이 김정은 정권을 끝장 낼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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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밀수출로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던 기름개구리(북방산개구리)가 산골에서 양식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처음 들었습니다만, 기름개구리가 한반도 전역에 서식하고 있네요. 한국에선 포획금지 야생동물로 분류되는데요. 손 기자, 북한에선 식용이나 외화벌이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거죠?
손혜민 기자: 네, 북한에서 개구리가 식용으로 된 지는 꽤 오랩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전에도 개구리를 볶아 먹던 기억이 있는데요. 기업소 종업원들의 후생을 책임지는 후방부에서 일하던 저는 94년도 평안남도 화학연합기업소가 양덕군 산골에 벌목을 나갔을 때 처음으로 산 속 야외에서 무쇠 가마 걸어놓고 장작불로 밥하는 걸 보았습니다.
이미 국가 식량배급이 미달되기 시작하여 이동작업 나온 노동자들의 밥량이 적어 산 속에서 잡은 크고 작은 개구리를 꼬챙이에 끼워 가져왔습니다. 여러 명이 잡은 개구리를 합치면 1킬로 넉넉합니다. 한 작업반이 30명 정도인데, 그것을 합치면 더 많거든요. 퇴근 후에 그 개구리를 식당에 있는 무쇠 가마에 통째로 넣고 고추와 파까지 넣어 볶으면 맛있는 술안주도 되고 단백질 보충에 더할 나위 없는 고기로도 먹을 수 있습니다.
90년대 중반 이후 식량배급이 완전 중단되어 생존에 직면한 북한 주민들에게 개구리는 산을 낀 지역에서부터 식량 대용이 되었습니다. 개구리는 논밭과 냇가에서 자라는 일반 개구리도 있어요. 그 개구리가 알을 낳으면 한 줌 가까이 뭉텅이 량이니까 그 개구리 알을 그물로 훑어 삶아 먹었는데요. 삶으면 꼬돌꼬돌해지거든요. 독 있는 비단개구리는 즉시 먹지 못하고 소금에 24시간 절여 독을 희석시키고 삶아 먹기도 했죠.
그러다 중국시장에서 양강도와 함북도 등 북쪽 산골에서 서식하는 기름개구리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기름개구리 가격이 비쌌죠. 그때부터 식용으로 잡아 먹던 기름개구리가 밀수출 상품으로 전환되었거든요. 주민의 입장에서는 기름개구리를 잡아서 먹느니 외화벌이 회사와 연결된 중개업자에게 넘기면 식량을 살 수 있는 돈이 생겼으니까요. 일반 주민은 물론, 국경지역 군부대 군인들까지도 기름개구리를 잡고, 이렇게 잡아들인 개구리는 다시 말려서 기름을 뜯어내 중국에 밀수하는 과정이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기름개구리가 멸종 위기에 처했었는데, 최근 개인이 양식한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진행자: 기사를 보면 개구리 양식을 하는 농민들의 숫자가 아직 많은 것 같지는 않은데, 산 하나를 산림경영사업소로부터 임대해서 양식장을 차린 농민이 있을 정도로 사업 규모가 작지는 않아 보이는데요. 이게 많이 벌면 얼마나 돈벌이가 되는 겁니까?
손혜민 기자: 개구리 양식으로 벌어들이는 수익이 얼마라고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지만요. 대량 추정한다면, 몇 개의 산지를 임대했냐에 따른 다른데요. 산지 입구 한 곳에서 양식장을 운영할 경우 봄에 개구리가 알을 낳고, 올챙이가 어미 개구리로 크는 가을에 5천 마리가 된다고 가정해도 한 마리 가격이 5위안(0.7달러)이니까 2만 5천위안(약 3천 500달러)이 나옵니다. 산림경영사업소에 500달러만 바치면 되니까 3천 달러는 개인 수익이므로 무시할 수 없는 이윤입니다.
물론 양식장 규모가 작거나 개구리가 제대로 크지 않을 경우도 있지만요. 하지만 개구리 양식에 가족의 생존이 달려있기 때문에 온 가족이 낮과 밤을 이어 양식장에서 잠을 자면서 정성을 쏟는다고 합니다. 하다못해 가족의 식량벌이는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농촌 지역에서 개구리 양식이 등장하여 점점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는 건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지금까지 북한에는 도시를 중심으로 시장화가 발달했으니까요. 하지만 고수익을 창출하는 개구리 양식이 농촌 지역 시장화를 확산하고 있어 북한 시장 구조가 새롭게 형성되는 일면으로 보입니다.
진행자: 코로나 이후 중국과의 교역이 늘어나면서 2022년부터 이런 양식장도 생겨나기 시작한 거 같은데요. 말씀하신 것처럼 기름개구리 양식이 어느 정도 돈벌이가 된다면 쥐꼬리만한 결산 분배로 먹고 살기 힘든 북한 농민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까 싶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손혜민 기자: 그렇습니다. 1년 내내 국영농장에서 봄철부터 가을까지 농사에 동원돼도 연말 결산분배는 절반도 받지 못하는 게 북한의 농촌 현실입니다. 농민들에게는 허탈하던 마음이었는데, 기름개구리 양식장을 운영하는 농민들이 등장하여 파급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농촌 주택은 보통 1동 2세대예요. 함께 사는 옆집 농민이 개구리 양식으로 잘사는 모습을 보면 자극을 받을 겁니다. 어디서 일해야 잘 살 수 있는지 방법을 알게 되는 거죠.
물론 2010년 중반 이후 농촌지역에서 개인 온실로 돈을 버는 농민들이 등장했습니다만, 기름개구리는 차원이 다릅니다. 온실 농사도 돈벌이가 괜찮지만, 개구리 양식은 1년만 고생하면 가족의 식량은 물론 현금 저축이 훨씬 높다고 할 수 있거든요. 이러한 모습은 농민들로 하여금 국가가 시키는 농사 일을 하느니 장사를 하게 되면 배불리 먹고 사는 수준에서 벗어나 조금 더 문명한,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의식 계몽이 일어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