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탈북민을 울린 소설 “파친코”

토론토-장소연 xallsl@rfa.org
2021-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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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탈북민을 울린 소설 “파친코” 북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 “파친코’ 표지.
/RFA Photo-장소연

최근 이곳 캐나다를 비롯해서 북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소설 “파친코’가 탈북민들의 마음도 울리고 있습니다. 파친코는 우리말로는 빠찡꼬로 부르는 일본 도박입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평범한 주부로 살고 있는 탈북민 이선희(가명)씨는 친구의 추천으로 책을 읽게 되었는데 책을 읽는 동안 자신이 살아온 지난날을 보는 것 같아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전하는데요.

먼저 책 소개를 하자면 소설 파친코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쓴 이야기 입니다. 책의 내용은 일본에서 4대를 살아온 재일본 조선인들에 대한 것으로 지난 2017년에 영어로 출간 된 이래 뉴욕 타임스, BBC 등에서 그 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올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 즉 가장 잘 팔리는 책으로 기록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 소설은 미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돼 방영될 예정입니다.

소설 파친코는 남한의 부산 영도 출신의 주인공 선자의 가족 4대가 1939년 일제 강점기부터 일본 오사카에 이주하여 사는 재일본 조선인들의 기구한 삶을 그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조선 강점에 항거해 신사참배를 거절한 주인공의 남편은 감옥에서 만신창이 되어 세상을 떠나게 되고 형제이지만 민족이나 이념보다는 가정에 충실하고 돈 버는 것이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한 남편의 형도 역시 원자폭탄을 맞아 온몸이 타서 고통스러운 삶을 살다가 세상을 떠납니다.

조선인의 핏줄을 이어받은 주인공의 두 아들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일본 땅에서 살아남고자 몸부림 칩니다. 첫째 아들 노아는 학교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으로 공부를 마치고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와세다 대학에 진학하지만 일본에서 더러운 인간으로 통하는 조선인 야쿠자가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집니다. 그리고 노아는 완전히 일본인으로 신분을 바꾸고 살아가지만 결국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자살 합니다. 일찌감치 학업을 포기한 둘째 아들 모자수는 학벌도 연고도 없는 대다수의 재일조선인들이 하는 파친코 사업에 뛰어듭니다.

소설의 제목이 “파친코”인 것은 재일 조선인들의 운명이 앞을 알 수 없는 도박과 같으며 도박에서 이겨 돈을 벌면 신분상승과 사람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져온 은유적인 표현입니다. 하지만 일시에 모든 것을 잃고 파멸할 수도 있는 것이 파친코 입니다.

캐나다에 사는 탈북민 이선희 씨는 이런 점들이 북한을 떠나 남한에서도 살지 못하고 이렇게 캐나다에서 사는 자신의 운명과 너무 닮았다고 말합니다. 물론 캐나다에는 재일본 조선인들이 겪는 차별 같은 것은 거의 없지만 이곳 캐나다에 오기까지 선희 씨는 수 없는 차별과 고통을 당했습니다. 특히 주인공이 남편 없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자신과 다른 탈북여성들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다고 전했습니다.

일본에 사는 조선인들이 적어도 두세 개씩 이름을 가지고 있거나 남한과 북한 둘다 애정을 느낄 수 없는 부분도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탈북민들의 모습과 같았다고 했습니다.

소설 파친코를 쓴 작가 아버지의 고향은 북한의 원산 그리고 어머니의 고향은 남한의 부산 입니다. 그런데 자신은 미국에 살면서 소설 속 배경은 일본 입니다. 이 소설은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차별, 고통, 외로움, 정체성의 고민 등을 한 가족의 삶 속에 녹여 잘 그려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소설의 첫 장에 그려진 “역사는 우리를 망쳤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는 구절은 삶이 우리에게 어떤 고통을 주던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고 삶은 계속된다는 뜻이 아닐까요?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기자 장소연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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