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자격증시대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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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예전에는 많은 탈북자들이 남한에 정착하자마자 빨리 돈부터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허드렛일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죠. 하지만 최근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시간부터 투자하는 탈북자들이 많아졌습니다.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서 말이죠.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자신의 미래를 위해 따는 자격증,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시간에 남북하나재단의 2014년 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취득한 자격증은 정보 통신분야가 30%로 가장 높다고 말씀하셨는데요. 선생님 따님도 정보 통신분야, 그러니까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많이 땄다면서요?

마순희: 네. 어렸을 때부터 무엇을 하나 한다고 하면 밤을 새워서라도 하는 성격이라 학원을 졸업하면서 남들은 한 개도 따기 쉽지 않은데 컴퓨터 활용능력 2급, 전산세무회계 2급, 등 자격증들을 따게 되었고 PC정비기술, 오토캐드라고 컴퓨터로 설계하는 것도 배웠습니다. 학원을 졸업하자마자 회사에 취직하고 3년간 오토캐드, 즉 설계하는 일을 하고 나중에는 설계과장으로 당당하게 일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 손주가 초등학교 2-3학년이 되면서 엄마의 보살핌이 많이 필요한데 시간상 관심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나이또래 사내애들이 거의 그러하듯이 애가 공부는 뒷전이고 게임에만 빠지게 되었습니다. 설계실 근무가 생산현장과 함께 일하는 거라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고, 애와 함께 지낼 시간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딸은 고심하다가 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뿐인 아들의 교육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그만두고 아들의 학교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전념하더군요.

이예진: 자신의 일보다 우선은 자녀 교육에 힘썼군요.

마순희: 네. 학부모 위원이나 장학회 총무 등 책임을 맡아가지고 학교와 자주 연계를 가지고 애가 제 궤도에 올라설 때까지 열심이었죠. 그러면서 자녀교육과 자신의 진로, 즉 일과 가정을 다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는데 그것이 다시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애를 관심하면서도 배울 수 있는 인터넷으로 공부하는 사이버대학에 입학하여 대학공부도 하고 낮 시간에는 취업성공패키지라고 취업과 관련한 탈북자 지원을 받으면서 컴퓨터학원에 다시 다니더라고요. 거기서 모션 그래픽이라는 이름도 생소한 기술을 배우는데 학원생들이 거의 대학생들이고 나이가 어리고 수준들이 높아서 진도를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고 숙제 하나 하는데도 새벽 3시까지 밤을 새워야 하는 형편이었어요. 간간히 취직한다고 면접 보려도 다니다보면 출석률이 채 안 되어 교육지원비를 못 받아서 자비를 내면서까지 공부하였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하더니 지금은 해당 분야에서는 탈북자들 속에서는 누구나 알아주는 전문가가 되었습니다. 추운 겨울이면 회사에 나가지 않고 컴퓨터 2-3대를 집에 가지고 들어와서 집에서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동영상을 촬영하고 편집도 하고,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여서인지 항상 활기가 넘치고 즐겁게 일하는 모습을 보면 엄마로서 저도 많이 자랑스럽죠. 북한에서 철광석 먼지를 뒤집어쓰고 삽질이나 하던 내 딸인데 지금은 회사에서도 인정하는 어엿한 전문가가 되어 교육영상이나 홍보물 제작은 물론 기록영화로도 두 편 정도 제작하는데 기여하였답니다. 물론 성공적으로 정착했다고 장담하기는 이르지만 열심히 정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항상 지켜보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컴퓨터 관련 자격증은 사실 용어부터 낯설 텐데 하고자 하는 일을 위해선 꼭 따 두는 게 좋겠네요. 컴퓨터 관련 자격증 다음으로 탈북자들이 많이 취득하는 게 보건 의료 분야였죠?

마순희: 네. 그렇습니다. 북한에서 의학대학을 졸업하고 의사로 일하던 분들은 한국에서 의사로 근무할 수 있는 자격증시험 즉 국가고시를 치르고 다시 의사 자격증을 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당장 국가고시를 합격하는 데는 어려움이 적지 않습니다. 북한과는 의학의 학술용어들이나 시험문제 등에서 차이가 많고 북한의 주관식 시험과 남한의 객관식 시험의 차이 등으로 해서 어려움이 많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분들이 시험을 통과하고 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의사 출신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배운 의술을 한국사회에서 펼칠 수 있는 지원 방안이 새로 나왔는데요.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이 직접 탈북자들 중 재북 당시 갖고 있던 전문 의술을 한국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자격취득을 위한 전문교육과 훈련을 실시한다고 합니다.

사실 2013-2014년 사이에 제2하나원에서 직업심화과정으로 의사직업 전환과정을 실시했었는데요. 말하자면 의사국가고시를 준비하는 분들을 위한 교육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참가했던 한 남성의 말에 의한다면 쉽지 않은 과정이었고 힘들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합격하지 못했고요. 강원도 화천에 있는 제 2 하나원에서 숙식을 하면서 공부하는 거라 가족이 있는 분들은 생계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탈북자들이 자기 일을 하면서도 교육받기 쉽도록 남북하나재단이 운영을 맡아서 교육훈련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거죠.

이예진: 사실 북한에서 의사였거나 의대를 졸업했어도 의료체계나 기술수준이 좀 떨어지고, 의학용어도 많이 달라서 독학으로는 의사 자격을 취득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마순희: 맞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프로그램을 개선해서 탈북자들의 의료전문 자격 취득 준비를 돕게 된다고 합니다. 사실 보건의료분야에서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자격증을 따는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이 많고 또 병원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서 학원을 다니고 또 4개월이라는 실습을 거쳐야 국가고시를 치게 되는데 용어도 낯설고 난이도가 높아서 합격률도 높지 않은 편이라고 들었습니다.

특히 요즈음엔 일반인들 누구나 조금만 노력하면 딸 수 있는 요양보호사 자격증도 탈북자 사이에서 엄청나게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요즘엔 100세 시대라는 말을 자주하는데 그래서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양보호사라는 직업은 우선 봉사하는 정신이 기본이 되어야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리고 신체적으로 약한 어르신들과 생활하시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쓰시는 것을 놓치게 되면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더욱 사명감을 요구하고 시험에서도 그런 방면으로 시험문제가 많이 출제 되었더라고요.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하면 요양원에 취업하시는 것은 거의 문제가 없다고 합니다. 저희들도 시험을 보러 시험장에 도착하였는데 요양시설들에서 명함을 돌리면서 꼭 합격하여 자기들한테로 와달라고 하더군요. 요양보호사 자격이 또 중요한 것은 한 가정에서 재가 복지서비스를 받을 식구가 있으면 식구를 돌봐주면서도 급여를 받을 수 있는 것이기에 참으로 필요한 자격증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예진: 그러니까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요양보호가 필요한 자신의 가족을 돌봐도 지원비가 나온다는 얘긴데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요양보호사를 포함해 요즘 탈북자들이 관심을 갖는 자격증들이 따로 있다고 하는데요. 다음 이 시간에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