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골라야할 게 많아요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7.07.20
volvo_camp_b 경기 평택시 도일동 볼보건설기계 교육센터에서 '2012 볼보 슈퍼주니어 캠프'에 참석한 어린이들이 원어민 선생님과 물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20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선 아이들이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학교에 안 가도 되는 건 물론이고 집에서 뒹굴 거릴 수도 있고, 친구들과도 맘껏 놀러 다니거나 잘 하면 가족과 멋진 여행도 갈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다 개학 전날까지 밀린 방학숙제하기 바쁘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요즘 한국의 아이들은 방학 때도 다음 학기를 위한 각 과목 예습부터 운동, 체험학습 등 평소와 다름없이 바빠 보입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우리 탈북 청소년들은 어떤 방학을 보내고 있을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아이들 방학이 되면 엄마들이 더 바빠지죠. 집안이 북적북적해지고, 챙겨줘야 할 것도 많고, 저는 그래서 아이들 방학 때 사람들이 여행을 가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돈데요. 선생님 손주들은 어떤 방학을 보내고 있나요?

마순희: 저희 집도 한국의 일반 가정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지요. 고등학생인 큰 애들 같은 경우는 방학이 오히려 더 바쁜 것 같더라고요. 며칠 전 둘째딸네 집에 갔더니 고등학교 3학년인 손녀는 대학들에 입시원서를 제출하느라고 한창 바쁘더군요. 그래도 방학은 있으니까 작년처럼 또 할머니랑 시간을 보낼 수는 있다고 하더라고요. 작년에는 애들이 바빠 시간이 너무 안 된다고 해서 양재 시민의 숲에 텐트를 치고 닭튀김도 배달시켜 먹으면서 시간을 보냈었거든요.

이예진: 자연 속에서 천막을 치고 밥도 해먹고 잠도 자는 야영을 한 거군요.

 

마순희: 그렇죠. 그런데 우리 집 고1 손주는 방학이라고 특별히 신나하거나 하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방학이 20일인데 10일은 학교에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아침 8시부터 10시까지 공부하는 거죠. 정말 놀기만 하라는 방학이 아닌 것 같았어요. 중학교 때에는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친구네 가족이랑 두 집에서 함께 캠핑을 갔댔는데 그 집이 이사를 가서 지금은 가끔씩 전화통화 하면서 그 때 이야기도 하더군요.

이야기를 들으니 그 때 참 즐거웠던 것 같아요. 사진도 많이 찍고 많이 놀고 참 밤중에 자고 있는데 갑자기 폭우가 내린다고 안전한 곳으로 옮기라고 해서 텐트를 거두어 차에 싣고 이동했었다고 옛말처럼 이야기하기도 해요. 제 생각에는 우리 손주도 금년 여름에는 제 엄마랑 같이 봉사활동을 갈 것 같아요.

이예진: 공부뿐 아니라 봉사활동까지요?

마순희: 네. 엄마가 영상 프로그램 편집하는 것을 많이 봐서 그런지 동영상도 잘 만들고 어떤 때는 엄마의 일을 제법 잘 돕기도 하거든요. 방학기간에 시간이 있으니까 함께 봉사가자고 하는 말을 제가 얼핏 들었어요. 막내딸 네는 애들이 어리니까 산으로 바다로 캠핑을 많이 가죠. 그런데 직장들이 주 5일 근무라 애들도 부모도 토요일과 일요일은 쉬니까 굳이 방학이 아니라도 늘 놀러 다니는 것 같습니다. 애들은 즐겁다고 야단이지만 아빠 엄마에게는 엄청난 고역이긴 하죠. 그래도 학교에 다닐 때에는 괜찮았는데 하루 종일 애들이 방안에서만 지낸다면 애도 어른도 다들 지치기 마련입니다. 지금은 어린애들을 위한 시설도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어린이 도서관, 물놀이장, 뽀로로파크, 키즈 카페, 롤리팡 등 아무리 더워도 시원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너무 많더라고요. 대신 비용이 만만치 않긴 하지만요.

이예진: 그렇죠. 한 가족이 하루 신나게 놀면 이백 달러 이상은 쓰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방학 때 돈이 더 많이 들어간단 말들을 학부모들이 하시죠. 이렇게 한국의 아이들은 특히 방학이 되면 그동안 부족했던 공부부터 체험 프로그램, 가족과의 여행 등 집에만 있을 새가 없는데요. 탈북 자녀들은 어떤 방학을 보낼지 궁금하네요.

마순희: 한국에 나온 지 좀 오래된 자녀들이 있는 탈북 가정들의 모습은 여느 한국의 가정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 보입니다. 방학이 되어도 회사에 나가는 엄마들은 애들과 함께 놀아 줄 새가 없어요. 그렇다고 애들의 방학기간을 다 휴가로 보낼 수는 없잖아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복지관이나 하나센터 그리고 민간단체들에서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어서 사실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나가는 시간이 더 많을 겁니다.

아이들과 함께 방학을 보내지 못하는 부모님들을 대신하여 이번 여름방학에도 역시 여러 가지 행사들이 많았습니다. 해마다 방학 때마다 탈북자녀들이 가고 있는 캠프가 있어서 우리 애들도 매년 가고 있었어요. 그런데 며칠 전에 우리 손녀와 이야기하다가 금년에도 캠프를 가는지 물어보았더니 금년에는 다른 일정과 겹쳐서 신청을 안 했다고 하더군요. 그 다른 일정이 뭐기에 그렇게 좋아하던 캠프를 안 가느냐고 했더니 구로구문화센터에서 토요일마다 뮤지컬 공연연습을 하고 있는데 뮤지컬 연습 팀이 함께 2박 3일로 여행을 간다고 하네요.

이예진: 놀러가는 것도 골라서 갈 정도군요.

마순희: 그렇죠. 지금 중학교 1학년인데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이 다들 그러하듯 뮤지컬이나 가수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그것도 애들끼리 정보를 알아서 시험을 본다고 하더니 합격해서 몇 개월째 토요일마다 연습 나가고 있거든요. 참 갈 곳이 많아서 선택해서 참가해야 하는 게 요즘 한국의 방학풍경인 것 같습니다. 저희가 살고 있는 양천구의 복지관과 하나센터에서도 가족과 함께 자연 속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는 프로그램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고요. 또 그 프로그램에 봉사로 참여 할 봉사자들도 모집한다고 홈페이지에 공지가 나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르신 가정을 방문하는 시원한 여름나기나 경로식당, 데이케어센터, 장애인 주간보호소 등에서 봉사하는 중학생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공지도 나 있었어요. 중학교 2학년부터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데 프로그램마다 봉사할 수 있는 인원이 지정되어 있어서 미리 신청을 받고 선정한답니다. 참, 봉사도 그냥 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 참가하는 봉사자들은 자원봉사 기본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아야 참여할 수 있답니다.

이예진: 한국에서 말하는 봉사라는 게 스스로 대가 없이 남들을 돕는 일을 말하잖아요. 그런 봉사를 학생 때부터 하고 있는데 방학 때 더 많아진단 거군요.

마순희: 그렇죠. 그리고 방학이 되니 서울 동부하나센터에서도 7월 19일부터 20일까지 1박 2일로 강원도로 여행을 떠난다네요. 제가 하나센터에 강의 다닐 때 알던 친구가 전화가 왔는데 자기는 휴가 날짜를 그 때로 맞추어서 아들이랑 함께 놀러 가는데 시간 있으면 함께 가자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방학이면 복지관이나 문화센터는 물론이고 청소년 관련 단체들이나 학교들마다 여름방학을 이용한 체험학습이나 캠프를 많이 조직하는데 그 종류도 셀 수 없이 많더군요. 봉사활동도 많고 영어마을, 중국어마을, 농촌 체험, 예절학교, 문화탐방이나 역사탐방 다 가고 싶은데 날짜는 제한되어 있으니 분명히 선택해서 가야 되겠죠.

이예진: 그러네요. 탈북학생들을 위한 무료 프로그램들이 많으니까 보통의 남한 아이들보다 더 다채롭게 보내는 것 같은데요. 그런데 놀기만 하진 않겠죠. 교육열이 심한 건 남한 엄마들만은 아닌 것 같더라고요. 탈북 가정의 엄마들도 아이들이 방학 때 놀게만 두진 않는다고 하는데, 다음 시간에는 방학 때 더 열심히 배우는 탈북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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