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도 인맥이 중요하다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7-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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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한옥마을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이 담근 김치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울 중구 남산한옥마을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이 담근 김치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한국에선 과거에 학연, 지연, 혈연, 그러니까 학교 선후배거나 같은 지방 출신이거나 아니면 같은 핏줄 같은 연줄이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말을 했습니다.

지금이야 사람을 뽑거나 업체를 선정하는 등의 공적인 일에 학연, 지연, 혈연이 개입되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데요.

학연, 지연, 혈연까지는 아니어도 요즘 탈북자들에게 인맥은 중요하다고 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에게 인맥이 중요한 이유, 알아보죠.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네. 요즘 탈북자 분들이 빠른 정착을 위해 탈북자들이 모이는 행사에 나가지 않거나 자신에게 얼마나 이득이 있는지 따져서 모임이나 행사 등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래도 자연스럽게 만난 동료들을 통해 도움이 되는 정보도 많이 얻게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개인 사업을 할 때도 도움을 받을 수 있고 말이죠.

마순희: 맞습니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라도 사회활동에 참가하면서 많은 경험과 인맥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업을 하던지 그 분야의 전문 지식 뿐만 아니라 연관된 분야의 지식도 필요하고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흐름에 대해서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런 것들은 반드시 책상 앞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여러 가지 교육과 행사와 체험활동 등을 통해서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탈북민들이 한국에서 살아가면서 우리에게 없는, 혹은 부족한 혈연, 학연, 지연이 살아가는데 얼마나 필요한지를 알게 됩니다. 그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단체 활동이나 여러 행사들에 참가하면서 사람들을 알아가고 하나씩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죽하면 북한 속담에 ‘앉아있는 똑똑이 보다 나돌아 다니는 머저리가 낫다’는 말이 있겠습니까. 물론 이런 모임에 참가하지 않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고향에서의 생각들을 싹 지워버리기 위해 될수록 북한과 관련된 단체나 모임에 나가는 것을 피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행사 때마다 사진도 찍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다보면 혹시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까봐 꺼리는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우리도 절대로 오시라고 요구하지는 못하지요. 그런데 정작 살다가 보면 어떤 회사에서 일을 하던지, 자영업을 하던지, 서로 정보들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그런 정보들을 공유하는 것이 거의 모임이나 행사들에서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우리 탈북민들 중에는 그렇게 서로 정보를 공유하면서 먼저 시작한 선배들의 사업 경험이나 노하우들을 배우고 그들이 겪었던 시행착오 같은 것들을 줄여 나가면서 잘 정착하고 있는 사례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그런 사례들로써는 귀농에 성공한 탈북 선배들을 찾아가서 일을 배우고 자신들도 귀농을 하는 경우들도 많았습니다. 식당이나 가게를 내고 사업을 하는 등 정착하면서 서로서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예진: 그런 정보를 잘 활용하고 주변의 도움을 받아서 사업에 성공하신 분들도 꽤 많으시죠?

마순희: 네. 얼마 전 제가 경남 함안의 한 농촌에 착한사례 취재차 갔었던 적이 있습니다. 탈북여성이 그 곳에 정착해서 살고 있었는데 회사에 다니면서도 예술단을 무어 짬짬이 연습도 하고 지역의 경로당이나 시설들에서 공연도 하고 있었습니다. 열심히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작년에 어떤 분이 농사를 지으시는 어떤 남성을 소개해주었는데 첫 만남부터 그렇게 마음에 꼭 들었다고 합니다. 그 여성이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자신이 경제적으로 허락되지 않아서 하고 싶어도 못하던 분야까지 남편분이 도와주어서 함께 봉사활동을 해나가는 것입니다. 10여 정보의 논에서 논농사를 짓고 있었는데 제가 갔을 때 추석을 앞두고 먼저 가을한 햅쌀을 지역의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에게 한 포대씩 선물로 드렸더군요.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분들이 계획하고 있는 앞으로의 전망이 너무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랍니다.

이분들은 앞으로 자신의 땅에 쉼터 형식으로 건물을 짓고 어르신들이 모여서 즐겁게 살면서 여가활동으로 무나 배추 같은 각종 채소도 심고 가꾸어볼 수도 있게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여성분이 워낙 북한에서부터 부모 없는 청소년들을 몇 십 명씩 돌보면서 살던 소문난 여성이기에 한국에 와서도 잘 정착하고 있었습니다. 남편 분 역시 북한 돕기에 자신의 노력과 자금을 아끼지 않았던 시골의 부호이기에 두 분이 함께 노력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라고 저도 생각되었습니다. 항상 혼자 살고 계시는 탈북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꿈꾸어 오던 저의 생각이기도 했기에 저는 그 분들의 생각에 전적인 지지를 보냈습니다. 다만 쉼터 같은 시설을 운영 하더라도 본인이 사회복지나 경영 같은 부분에서 자격증도 필요할 것이기에 지금부터라도 일하면서 배울 수 있는 사이버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정보도 주었습니다.

이예진: 그렇죠. 아무래도 이런 걸 운영하려면 전문적인 부분이 필요하니까요.

마순희: 그렇죠. 사회적 인간인 사람에게 있어서 사회생활은 떼어놓을 수 없는 한 부분입니다. 아무리 저 혼자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해도 그것은 오직 나 혼자만의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고 보람일 것입니다. 인간의 욕구는 생리적 욕구,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의 욕구,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하지요. 우리가 만족할 수 없었던 인간의 가장 초보적인 욕구인 생리적 욕구와 안전의 욕구는 이미 충족되었더라도 사회적 욕구와 존경과 자아실현의 욕구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사회활동은 필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북한의 남은 가족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 정도로 함께 어울리고 배우고 서로 도와가면서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이예진: ‘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대해야 한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게’라는 말이 있습니다. 난로, 춥다고 너무 가까이 갔다가는 데일 수 있고요. 그렇다고 놀라 멀어지면 또 금세 추위를 느끼게 되겠죠. 그만큼 사람 사이의 간격 유지하는 게 어렵다는 말입니다. 탈북자들의 사람 사이의 간격은 좀 들쭉날쭉한 편인데요. 어차피 혼자 살 수 없는 세상, 난로만큼의 간격을 유지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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