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원, 어떤 곳인가요?
2016.11.18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한 뒤 대한민국, 그러니까 남조선에 오기까지 제 3국을 거치는 등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한국에 와서도 바로 한국사회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하나원이라는 탈북자 정착교육기관에 석 달간 머물게 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한국에 오는 탈북자들이 꼭 거쳐 가는 곳, 하나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봅니다.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한국, 그러니까 남조선에선 얼마 전 공식적으로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 숫자가 3만 명이 넘는다고 발표했는데요. 이제는 북한주민 가운데 탈북에 관심이 많거나 혹은 탈북한 가족이나 지인이 있는 경우가 꽤 많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탈북자들이 한국사회에 나가기 전 교육을 받는 곳, 하나원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죠. 선생님도 하나원을 거치셨죠?
마순희: 네. 탈북자들이라면 일반적으로 거의가 하나원을 거치게 됩니다. 하나원은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사무소로 1999년 7월에 개원했다고 합니다. 제가 거의라고 말하는 것은 그 중에서 특수한 경우에는 하나원을 거치지 않고 흔히 ‘안가’라고 하는 안전가옥에서 특별 보호를 받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북한의 노동당이나 내각, 인민군, 사회 안전성 및 국가안전보위부출신, 북한 최고 권력권자의 배우자 또는 친인척, 첨단과학이나 특수 분야 종사자 등 특별관리 대상자는 국가정보원장이 보호여부를 결정하고 별도의 정착지원시설인 안가에서 보호를 받게 되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하나원은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정착을 지원하는 통일부 소속 기관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 탈북자들이 한국에 도착하면 먼저 국정원에서 합동심문을 받게 됩니다. 사람마다 조사기간은 서로 조금씩 차이가 나긴 하지만 보호결정을 할 것인지를 조사를 받게 되는데 보통은 대략 한두 달 정도 거기서 머물다가 하나원으로 가게 됩니다. 저희는 2003년 3월에 하나원에 갔었는데요. 그 때에는 하나원 교육이 2개월이었습니다.
이예진: 지금보다 짧았네요?
마순희: 네. 또 하나원에는 하나의원이 있는데 거기서는 우리 탈북자들의 건강을 돌보아주게 됩니다. 처음 한국에 들어오면 먼저 건강상태를 검사하여 중대한 질병이 있거나 하면 국정원 조사보다 먼저 치료부터 한답니다.
이예진: 그게 더 시급하죠.
마순희: 네. 그렇죠. 하나원에 오면 내과나 외과, 정신과, 한방과를 비롯하여 전반적인 치료를 받는데 그 중에서 가장 호응을 받는 것이 치과 치료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된 치과 치료를 받지 못했었기에 일일이 검사하고 스케일링, 치석제거를 하고 없는 치아들은 치과 병원들에서 하나원에 봉사를 나와서 보철 치료도 다 해준답니다. 하나원 교육기간에는 한국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본교육을 받게 되는 거죠. 남북한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데 필요한 교육, 즉 남한의 문화에 대하여 배우게 되고 심리 안정과 정서적 순화교육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역사와 지역사회 이해, 건강증진, 진로와 직업 등 경제교육 등이 이루어집니다. 그와 함께 북한이탈주민의 한국정착을 위한 각종 지원정책들과 제도들에 대하여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간에 교육 뿐 아니라 가족관계 등 호적을 만드는 일도 함께 진행된다고 보면 됩니다. 저희가 하나원 교육을 받던 2003년경에는 워낙 인원이 많지 않아서 그 모든 서류들을 새롭게 만드는 것도 시간이 2개월이면 되었는데 지금은 들어오는 탈북자들이 워낙 많다보니 아마도 서류를 만드는 것도 그만큼 더 시간이 필요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지금은 하나원 교육기간이 2개월이 아니라 3개월이 되었던 거죠. 그리고 그만큼 하나원 안에서 배워주는 것도 더 많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예진: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마순희: 네. 취업 교육도 그렇고요. 컴퓨터 교육은 필수구요 자동차 운전면허, 제과제빵, 봉제기술 등 다양한 직업훈련도 받고 있답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들 때에는 없었던 홈스테이라는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1박 2일로 한국의 일반가정에서 함께 살면서 한국생활을 체험해 보는 것인데 그렇게 서로 만난 인연들이 한국정착기간 계속 서로 연락하면서 꾸준히 이어지기도 한다더군요. 저도 한국에 나와서 한 10여 년을 열심히 살다보니 하나원의 초청으로 하나원 교육프로그램 개선을 위한 탈북자 전문가들 초청 간담회, 그리고 하나원 임원들을 위한 교육에도 강사로 참가하게 되어 10년 만에 하나원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감회가 새로웠죠. 내가 이 공간에서 교육생으로 열심히 배웠는데 지금은 탈북 전문가로, 강사로 들어오게 되었구나 생각하니까 그렇게 감개무량할 수가 없더라고요. 우리가 있을 때 건설공사가 한창이던 건물들이 다 완공되어 교육관, 생활관으로 이용되고 있었고, 하나의원도 그 때보다는 곱절 더 확장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예진: 그만큼 들어오는 분들이 많다는 얘기네요. 그러니까 하나원에서는 신원확인과 함께 북한과는 아무래도 사회체계가 전혀 다르니까 사회에 나가기 전에 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교육을 받게 되고 탈북선배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경험담도 듣는다고 보면 되겠네요?
마순희: 네. 말씀하신 것처럼 저희는 하나원에서 컴퓨터를 배우게 되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전자기기 다루는 법도 배우고요. 법이나 교통수단, 그리고 은행의 이용법 같은 전반적인 교육을 다 받습니다. 또 하나원 교육기간이 2개월에서 3개월로 늘어나면서 교육프로그램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우선 정서안정과 건강증진 교육이 있는데, 이 교육은 심리검사와 상담, 건강검진 등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이외에도 진로지도와 직업훈련 교육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또 필요한 것이 적성 검사더라고요. 여러 가지 직종도 설명하고 직업훈련기관도 방문하고 직종별 직업훈련 등 직업 능력 제고를 위한 교육을 하는 겁니다.
다음으로 우리사회의 이해와 증진이라는 과목에서는 정체성 확립을 위한 민주주의, 시장경제 이해, 한국사교육, 생활현장체험, 역사문화 탐방 등 실생활 위주의 현장학습을 진행합니다. 저에게 하나원 교육기간에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아마 역사문화탐방을 꼽을 것 같습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공부만 하다가 일단 외출을 한다는 게 기뻤고 북한에서도 영화나 옛이야기에서 알고 있던 유명한 백제의 의자왕 시대의 유적이 있는 곳을 탐방하게 되어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또 북한에서 노래로 부르던 백마강이나 낙화암 같은 곳에도 직접 가보니 정말 내가 남조선에 온 것이 실감이 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1박 2일 여행의 전 과정을 녹화해서 CD로 만들어 주어서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에도 가끔 꺼내보기도 해서 너무 좋았던 거죠.
이예진: 추억거리도 만들어주는군요. 하나원에서 행하는 많은 프로그램과 교육, 실제로 탈북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활하고 있는지 다음 시간에 자세히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