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탈북자들이 선망하는 직업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4-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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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탈주민 전용 24시간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전화를 받고 있다.
북한이탈주민 전용 24시간 콜센터에서 상담원들이 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남들이 겉으로 보기에 그럴듯한 직업도 속을 들여다보면 누구나 고충이 많다고들 말합니다.

탈북자들도 그래서 잘못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요즘 탈북자들이 선망하는 직업은 뭘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선생님이 일하셨던 남북하나재단을 보면 북한 출신과 남한 출신들이 함께 상담사로 일을 하고 있잖아요. 다른 곳들도 마찬가진가요?

마순희: 제가 일하던 남북하나재단 종합상담센터에는 모두 10명의 상담사가 근무하는데 두 명은 상근직이고 24시간 콜센터인 경우에는 8명 중에 남한 출신 4명과 북한 출신 4명이 2인 1조가 되어 근무하고 있기에 비율로 보면 북한출신 상담사가 10명 중 4명으로 가장 많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지역상담사들인 경우에는 아직은 북한출신상담사가 많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점점 많아지고는 있는데요.

이번에 정년퇴직하는 12명의 상담사 중에 북한출신은 2명이었는데 새로 12명의 입사한 상담사들 중에 북한출신 상담사가 5명이 입사했습니다. 단편적인 실례 같지만 북한이탈주민 출신 전문가들이 점차 더 많이 자리잡아가고 있다는 현실이 보여주는 결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예진: 아무래도 북한 출신 전문상담사들이 탈북자들의 사정을 잘 아니까 상담이 더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가요?

마순희: 맞는 말씀이긴 합니다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상담이란 한 마디로 말하여 도움이 필요한 사람과 전문적으로 준비된 상담자가 서로 대화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상담의 선행과정이 전문적인 용어로는 ‘라포’를 형성한다고 하는데, 즉 서로가 이해하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인데 그런 면에서 볼 때 아무래도 같은 북한 출신이면 서로에 대해서 이해하는 데서는 더 장점이 있다고 봐야겠죠.

일하다보면 남북한 출신 상담사들의 장단점이 다 있었습니다. 물론 남한 출신 상담사의 경우에는 상담에 대한 전문지식과 지역사회나 여러 기관들, 그리고 서비스들에 대한 정보들도 더 많이 알고 있을 것이기에 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점들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남한이나 북한 출신을 따지기 전에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무한한 애착을 가지고 그들의 정착에 도움을 드리려는 투철한 직업의식이 있으면 이 모든 차이나 장단점은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종합상담센터에서는 남북한출신 상담사들이 2인 1조로 근무를 하면서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 가면서 근무를 하고 있는데 그것은 가장 이상적인 근무조합이라는 생각을 늘 하게 되었습니다. 흔히 상담을 하다보면 남한 출신 상담사들인 경우 북한이탈주민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다보니 실제로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도 있었고 또 반대로 남한 출신 상담사 선생님이 자세히 설명해 주었는데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북한 출신 상담사를 바꾸어 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몇 년 전에 한 번은 어떤 분이 상담을 하다가 자기가 ‘직행’이라 한국에 적응하기가 더 힘든 것 같다는 내용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남한출신 상담사가 직행이 무엇인지를 되물어 보게 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이예진: 중국이나 제 3국을 거치지 않고 한국으로 바로 탈북하는 경우를 말하잖아요.

마순희: 그렇죠. 그런데 그 분은 직행이라는 말도 모르면서 즉 탈북자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무슨 상담을 하겠다고 하냐, 탈북자출신 상담사를 바꾸어달라고 요구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비보호 탈북자라 주택이 없다는 내담자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여 왜 비보호인지, 탈북자라면 누구나 받는 주택을 왜 못 받았는지 등 상담사가 오히려 이해하지 못 하는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탈북자들이 법률상담이나 심리상담 같은 것을 받으려 할 때 탈북자 사회에 알려지기라도 할까봐 부러 남한출신 상담사와 상담을 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사실 상담사라고 하면 상담윤리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 중의 하나가 비밀 보장인데 그것을 못 미더워 하는 거죠. 이러한 사례들은 거의가 상담사제도가 생긴 초기에 많이 발생하던 사례들인데 지금은 남한출신 상담사라 하더라도 탈북자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고 또 상담사에 대한 신뢰도 높아져서 그런 사례들이 극히 드물기는 합니다.

이예진: 그때는 초반에 있었던 일이라서 그런 일들이 재미있는 일화가 되기도 했겠네요. 사실 한국에선 직업의 수가 수만 가지나 되잖아요. 특히 한국에 정착한지 얼마 안 되는 탈북자들이라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이 뭔지 한참 심사숙고해봐야 할 것 같은데, 초반부터 탈북자들을 위한 전문상담사가 되고 싶어 하는 이유가 뭘까요?

마순희: 저도 요즘 상담사가 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물어보는 전화들을 자주 받군 합니다. 탈북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후배나 혹은 다른 탈북자들을 위해 도움을 주고 있는 전문상담사라는 직업이 자신도 능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이 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통일부 산하의 하나뿐인 공공기관인 남북하나재단인 경우에 누구나 한 번쯤은 근무하고 싶은 선망의 대상이라는 것은 거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성취감도, 보람도 큰일이라고 생각할 것이고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재단에 입사할 수 있는지, 아니면 전문상담사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문의전화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 중에는 한국에 온지 1-2년 정도인 분도 있었고요. 또 한 사람은 건강이 안 좋아서 신경정신과에서 조울증으로 입원치료를 계속 받던 분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그 분의 이야기가 자기는 건강이 안 좋아서 힘든 일은 못 하지만 말로써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일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제가 보았을 때에도 수급자로 생계비를 받으면서 복지관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분이었는데 상담을 한다고 하니 말로써 벌어먹는 직업이라면 자기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말에 저의 기분도 밝지만은 않았습니다. 전문상담사라는 직업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 분들에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었습니다.

이예진: 공부도 많이 해야 하는 직업이잖아요.

마순희: 그렇죠. 하나를 가르치려면 내가 열을 알아야 한다는 말처럼 전문상담사가 어떻게 여러 가지 문제들에 대해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헌신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지, 사례를 들어가면서 설명해드렸습니다. 그리고 탈북자들도 자신들을 위한 상담사가 어떤 사람인지, 실제로 자신들을 위해 헌신할 수 있고 귀감이 되는 사람인지를 항상 지켜보고 있기 때문에 평소부터 자신이 모든 행동과 언행,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문제되는 점이 없도록 생활해 나가면서 그들의 신뢰를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해드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전문상담사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은 그만큼 전문상담사에 대한 이미지가 높아지고 그 사업에 대한 수요도 더 늘어나고 있는 현실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내가 열심히 정착하면서 다른 사람도 도울 수 있는 전문상담사라는 직업이 많은 분들이 선호하는 직업으로 인식되고 탈북자들 스스로가 서로 도와가면서 성공적인 정착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탈북자에 대한 인식개선에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됩니다.

이예진: 사실 선생님은 상담 시간뿐 아니라 개인 시간에도 많은 분들의 상담을 받고, 걱정해주고, 도와주는, 쉽게 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닌 것 같은데요. 이렇게 남들을 도와줘야하는 탈북자 전문상담사뿐 아니라 탈북자들을 위해 일하는 탈북자들이 늘어나고 있다면서요?

마순희: 네, 우리 탈북자들의 직업이 정말 다양한데요. 그 중에서도 자신의 조건에 맞는 일자리와 봉사활동 등을 적절히 해나가는 분들이 참 많더라고요. 탈북여성들이 많이 선호하는 직업훈련인 요양보호사학원이나 컴퓨터학원 등에서 탈북자들을 위한 강사로 일하는 분들도 많고 요양기관에서 근무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우리 양천구에서도 탈북 어르신 뿐 아니라 지역사회 어르신들을 위한 도시락배달 사업에 열심히 동참하는 분들도 계시고 강서구나 노원구 등에서도 어르신들이 노인동호회를 만들어 함께 여가활동을 하는 것은 물론 자그마한 예술단을 무어 요양시설의 어르신들을 위한 무료 봉사도 하고 있습니다.

이예진: 그리고 이제는 탈북자뿐 아니라 나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고 나선 탈북자들도 늘고 있다고 하는데요. 다음 이 시간에 자세히 알아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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