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북에 없던 남 백화점 편의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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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 한 주는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순희: 날이 따뜻해져서 주말에 밖에 다녀왔어요. 제가 사는 집에서 한 10분 거리 안팎에 백화점이 있거든요. 백화점에 들러서 봄 코트도 사고, 영화도 보고, 갈비탕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친구와 수다를 실컷 떨다 왔어요.

기자: 백화점에 가서 밥도 먹고, 옷도 사고, 후식까지 해결하고 온 거네요?

이순희: 북한의 백화점은 물건을 파는 장소잖아요. 옷이면 옷, 신발이면 신발 이렇게 단순하죠. 어른과 아이 옷도 매대만 다를 뿐이지 특별히 따로 층으로 갈라져 있지 않아요. 식료품, 기성복, 가구 등 다양한 제품을 팔긴 하지만 주로 물건을 파는 데서 그치는 거예요. 그에 비하면 남한의 백화점은 시설이 정말 다양해요. 물건을 파는 장소일 뿐 아니라 사람들이 쇼핑도 하고, 보고 싶은 영화를 골라서 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음식도 먹고 또 커피숍에 후식과 커피를 마시면서 담소를 나눌 수도 있어요. 한마디로 휴식을 즐기는 힐링 장소인 거죠.

기자: 다녀오신 백화점 크기는 어느 정도였나요?

이순희: 제가 다녀온 백화점은 지하 3층과 지상 8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다른 남한 백화점들도 보통 이 정도 크기예요. 지하에는 주방용품, 과일, 식품 매대들이 있고요. 지상 1층에는 신발, 화장품, 보석 같은 것을 팔아요. 2층에 올라가면 여행용 가방인 캐리어나 아동 옷을 팔고 있더라고요. 층마다 파는 물건이 다르고 다 표시해 놓았기 때문에 원하는 층에 가면 편하게 쇼핑할 수 있어서 좋아요. 예를 들어 아기 옷을 파는 매장이 한 층에 모여있어서 '어디에 가야 아기 옷을 살 수 있나?' 헤매지 않고 바로 찾을 수 있답니다.

기자: 봄 코트를 샀다고 했으니까 여성복 판매대에서 둘러봤겠네요.

이순희: 네, 여성 옷들을 모아둔 곳은 3층이었는데요. 매대마다 속옷만 따로 진열되어 있기도 하고 가디건, 원피스, 양복 정장 그리고 청바지만 전문적으로 파는 매장도 있었어요. 여성들의 옷 매대가 한 층만으로는 모자라서 두 개 층에 모여있기도 해요. 여성 옷은 종류가 많아서 다 구경도 하지 못하고 왔어요. 새로 나온 신상품들도 있고, 작년에 다 못 판 상품들도 진열돼 있는데요. 신상품은 좀 비싸지만, 작년에 팔던 옷들 즉, 이월된 상품들은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팔기 때문에 알뜰한 사람들은 그 기회를 이용하기도 해요.

기자: 제가 있는 미국에도 백화점이 있지만 한국처럼 한 백화점 안에 다양한 시설이 있진 않은 것 같아요. 보통 물건을 파는 매장들과 음식을 먹는 식당만 있는 경우가 많아요. 영화관의 경우도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경우도 있지만 남한만큼 흔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순희: 남한의 영화관은 백화점 꼭대기 층에 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영화 보기 전에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요. 또 백화점 입장에서도 영화를 보러 오는 손님이 백화점에도 들르니까 백화점과 영화관은 서로 이득이 되는 관계인 것 같아요. 저는 이번에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영화를 보고 왔는데요. 영화관에서 파는 팝콘, 북한 말로 강냉이 튀기라고 할 수 있죠. 이 팝콘을 치즈 맛, 캐러멜 맛, 심지어 매운 소스를 뿌린 불닭 맛으로 다양하게 사서 음료수와 함께 먹어서 영화 보는 내내 입도 심심하지 않았어요.

기자: 영화 본 후 같은 백화점에서 식사도 하신 건가요?

이순희: 네, 푸트코트에서 먹었어요. 남한에서는 식당들이 한 장소에 모여있는 걸 푸트코트라고 부르잖아요? 그 푸드코트에 갔더니 치킨, 국수, 비빔밥 등 다양하게 팔고 있더라고요. 그중에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따끈한 국물이 생각나서 갈비탕을 시켜 먹었어요. 푸트코트는 식당과 다르게 함께 간 사람이 전혀 다른 음식을 시켜 먹어도 괜찮아요. 예를 들어 제가 갈비탕을 먹으면 제 친구는 다른 가게에서 짜장면을 사 와서 같이 앉아 먹는 거죠. 서로 의견을 모아서 결정할 필요 없이 각자 먹고 싶은 걸 먹어도 되니 너무 편하죠.

기자: 백화점에 가면 할 게 많아서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아요.

이순희: 그럼요. 할 것도 많고, 구경할 거리도 많으니까요. 또 백화점에는 창문과 시계가 없는데 그 이유가 사람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백화점에서 계속 시간을 보내게 하려는 전략이잖아요. 심지어 요즘은 팝업 스토어라고 일정 기간에만 여는 매장들이 있어서 같은 백화점이라도 다른 기간에 가면 또 새로운 즐길 거리가 있어요.

기자: 그렇죠. 예를 들면 아직 국내에 입점하지 않은 해외 인기 브랜드라든가 인기 있는 만화 주인공과 관련한 물건들을 파는 팝업스토어가 남한에서 인기가 많은데요. 저는 곧 개봉을 앞둔 영화에 관한 팝업스토어도 봤어요.

이순희: 네, 꼭 백화점뿐 아니더라도 젊은이들이 많은 거리에 가면 그런 팝업스토어가 한 개씩 꼭 있더라고요. 심지어 소주와 관련한 팝업스토어도 봤는데요. 매일 가던 곳에서 새로운 매장이 들어오면 구경하고 싶어지잖아요. 그런 심리를 잘 활용한 전략인 것 같아요.

기자: 남한 백화점에 관해서 이야기 나누고 있는데요. 백화점에는 앞서 말씀하신 영화관, 카페, 음식점 말고도 또 어떤 편의시설이 있을까요?

이순희: 백화점에 영화관이나 음식점 말고도 다양한 시설이 많은데요. 가족끼리도 백화점을 자주 찾잖아요? 어린아이들을 동반할 경우 아이들이 쇼핑하고 돌아다니면 피곤할 수도 있고 오히려 반대로 애들 기운이 넘쳐나서 어른들이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도 있을 거예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어린아이들이 잠시 놀다 갈 수 있는 실내 놀이터도 있고요. 아이들이 노는 동안 어른들은 커피 마시며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카페도 있어요. 그리고 찜질방, 수영장 등 다양한 게 있어요.

기자: 백화점 안에 있는 찜질방과 수영장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이순희: 수영장은 보통 백화점 내 문화센터나 스포츠센터에 함께 있는 시설인데요. 남한 백화점은 '복합문화공간'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쇼핑을 넘어서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곳이 되고 있어요. 문화센터에서 운동, 미술, 심지어 커피를 타는 법도 배울 수 있어요. 커피 타는 법을 배운다고 하면 북한 고향 분들은 의아할 수도 있는데요. 커피를 전문적으로 타는 기술을 가진 사람을 바리스타라고 하거든요. 그 자격증을 따기 위해 커피 타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새로운 걸 배우고 싶고 취미 생활을 하고 싶은 사람들이 (문화센터에) 많이 다니죠. 이 중에 수영을 배우고 싶은 사람은 그 수영장에 다니는 거고요.

기자: 백화점 안에 있는 찜질방도 이용해 보셨나요?

이순희: 네, 백화점 안에 있는 찜질방도 여느 찜질방과 다를 것 없어요. 공중목욕탕처럼 들어가서 씻고, 땀 흘리고, 간식을 사 먹는데요. 보통 백화점 안에 있는 찜질방은 고층에 위치해 있어서 찜질방 안에 있는 안마의자에 누워서 편하게 바깥 풍경을 감상할 수도 있어요.

기자: 백화점은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니라 복합문화공간이 맞네요.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백화점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