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한 주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순희: 이제 여름이 다가오고 있잖아요. 여름에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짧아지기 때문에 날씬해 보이기 위해 다이어트하려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저는 꼭 여름이라서는 아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다이어트하고 있어요. 고향 말로 다이어트는 살 까기, 살 빼기라고 하죠. 북한 분들은 자의적으로 살을 뺀다는 걸 대부분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 다이어트는 살을 빼려고 굶고, 운동하고 그러는 거잖아요.
기자: 다이어트하고 계신다고요? 남한에서 유명한 북한 배경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에서도 관련된 장면이 나옵니다. 유학 다녀온 딸이 날씬하니까 엄마가 딸에게 왜 이렇게 말랐냐고 꾸중하는데요. 딸이 "자의적으로 깐 거야",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면 밖에 나가 돼지 소리 들어요"라고 대답하는데요. 그러니까 엄마가 "가을 뻐꾸기 소리 하지 말라"라고 해요. 북한에서는 그만큼 자의적으로 살을 깐다는 게 말도 안 된다는 소리죠?
이순희: 네, 북한에서는 몸이 뚱뚱한 사람을 부의 상징, 잘 사는 사람으로 생각하거든요. 뚱뚱한 사람보고 북한 간부 같다면서 부러워하고 동경해요. 살이 찐다는 건 일반 북한 주민들보다 잘 먹고 잘산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남한에서 통통하거나 뚱뚱한 사람들은 북한으로 말하는 간부들이에요. 남한에서는 오히려 살찌면 게을러 보이고 자기 관리를 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는데 말이죠.
기자: 다이어트하신다고 했는데, 다이어트 방법에는 여러 종류가 있잖아요. 그중 어떤 방법으로 다이어트하고 계신 건가요?
이순희: 저는 다이어트약을 샀어요. 제가 운동도 잘 안 하고 먹는 것도 좋아하는데요. 작년에 건강검진을 해보니 운동 부족으로 인한 비만으로 결과가 나왔어요. 탈북할 때는 삐쩍 말라서 영양실조 상태였는데 지금은 과체중이라니 말 다 했죠. 남한에 정착한 지 오래된 탈북민 중에 먹을 게 없어서 마른 사람은 없을 거예요. 우스갯소리로 탈북민 중에 삐쩍 마른 탈북민은 심하게 다이어트한 게 아니면, 아직 탈북한 지 얼마 안 된 신참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영양이 부족해서 마른 것도 안 좋지만, 영양이 과다해서 살이 쪄도 건강에 안 좋거든요. 실제로 제가 살이 쪘다고 느낀 계기는 계단을 올라갈 때였어요. 계단을 한 3~4층만 올라가도 숨이 차더라고요. '아,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서 살을 빼는 데 도움이 된다는 한약을 샀어요. 꾸준히 계단도 오르면서 운동도 하고 있고요.
기자: 한의약품은 처방받으신 건가요?
이순희: 네, 그렇죠. 다이어트약도 함부로 먹으면 안 되는데요. 처음 약을 접하게 된 건 텔레비전 광고를 통해서였어요. 한의사가 "운동하기 어려운 사람들, 관절이 아픈 사람들은 한약을 통해서도 살을 뺄 수 있다"고 하는 광고를 봤거든요. 그런데 사람마다 복용할 수 있는지,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다 다르기 때문에 한의원에 가서 "텔레비전에서 광고를 봤는데 저도 처방받을 수 있냐?"고 물어봤어요. 그러니까 한의사가 제 체질이랑 평소 식습관 등을 물어보더니 저한테 맞는 약을 처방해 주시더라고요. 다이어트약에도 다양한 기능이 있는데, 저는 식욕을 떨어트리는 약을 먹었어요. 그러니까 과식하지 않게 도와주더라고요. 그 약으로 전 7kg이나 뺐어요. 그랬더니 오랜만에 간 모임에 가니 다들 놀라는 거예요.
기자: 복용하신 약의 가격은 어느 정도였나요?
이순희: 한 30만 원 정도 했어요. 남한에서 30만 원이면, 쌀 10kg에 2만 5천 원 정도 하니까 거의 쌀 120kg을 살 수 있는 돈으로 살을 빼는 데 쓴 거예요. 북한 고향 분들 생각에는 쌀을 120kg이나 살 수 있는 돈으로 살을 뺀다니 아마 이해하기 힘들 거예요. 한편으로는 너무 다른 현실에 미안하기도 하더라고요.
기자: 비만도 건강을 위협하는 위험한 요소이기도 한만큼 잘 관리해 줘야 하는데요. 남한에서는 비만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있고 비만클리닉 같은 전문 프로그램도 있잖아요?
이순희: 네, 그래요. 그래서 남한에서는 "비만은 당신의 건강을 해칠 수 있습니다"라며 건강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방송을 아주 흔하게 볼 수 있어요. 비만이나 과식에 시달리는 일반 남한 주민들을 취재한 방송도 있고요. 다이어트할 때는 어떤 음식을 먹으면 좋은지, 어떤 운동을 하면 좋은지를 전문 의사들이 나와서 알려주는 방송도 있어요. 무엇보다도 비만을 치료받기 위해 가는 비만클리닉이라는 곳도 있는데요. 살은 한 번에 빠지지 않기 때문에 비만클리닉에 몇 개월 꾸준히 다녀야 하는데요. 보통 3개월에 몇백만 원씩 하니까 돈이 어마어마하게 많이 들죠. 또 단식원이라는 곳도 있어요. 세상엔 맛있는 것이 너무 많잖아요? 식욕을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이 단식원에 가면 정해진 식단과 효소차 등 해독 음료를 마시면서 살을 뺄 수 있어요.
기자: 말씀하신 대로 단식원, 비만클리닉, 다큐멘터리 방송 등 남한에 다이어트를 도와주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는데요. 또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다이어트 방법도 매우 많잖아요. 그중에는 어떤 다이어트 방법이 있을까요?
이순희: 가장 건강하게 살을 빼는 방법은 운동이죠. 그래서 "최고의 성형은 다이어트다"라는 말도 있어요. 보통 다이어트를 결심하면 헬스장 회원권을 끊고 만약 운동기구 사용법을 모르겠으면 전문 운동 트레이너에게 수업받아요. 남한에서는 또 다양한 운동법이 유행해서 종류도 많아요. 필라테스, 크로스핏 등 다 외우기도 힘들어요. 아이들은 태권도 학원에도 많이 다니고요. 식단을 바꿔서 다이어트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살을 찌우는 음식을 안 먹는 것을 넘어서 '원푸드 다이어트'라고 한 가지 음식만 먹는 다이어트가 유행하기도 했었는데, 이건 영양을 충분히 공급해 주지 못해서 건강상에 안 좋다는 연구 결과가 방송을 많이 타면서 요즘 원푸드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은 거의 못 본 것 같아요. 또 저는 다이어트 한약을 복용했지만, 약이 아닌 보조제를 먹는 사람도 있어요. 다이어트 보조제는 의사의 처방 없이도 약국이나 화장품 가게에서 살 수 있어요. 그리고 각종 방송과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살 빼는 데 효과 있다는 다이어트 보조제를 앞다투어 홍보하고 팔기도 해요.
기자: 다이어트 보조제를 흔하게 접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다이어트가 남한 사람들에게 익숙한 생활 문화이자 삶이라는 뜻 같은데요. 그럼 다이어트 후에 조금 더 건강해지신 것 같나요?
이순희: 네, 그렇죠. 전에는 계단을 올라갈 때 숨찼는데요. 이제는 숨도 덜 차고 몸도 가벼워졌어요. 제가 음식도 이것저것 많이 먹었었는데, 기름진 음식을 혈관에 기름을 쌓이게 해서 콜레스테롤 수치도 올라가게 하고 따라서 혈압도 올라간다고 의사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시더라고요. 그러다가 당뇨병이나 각종 합병증도 불러올 수 있대서 이제는 식단도 잘 관리해 주고 있어요. 남한에는 100세 시대라는 말도 있듯이 다들 건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거든요. 저도 꾸준한 운동과 식단 관리로 건강한 몸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기자: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다이어트 문화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