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비행기로 전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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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 한 주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순희: 요즘은 가을 하늘이 너무 예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재미로 사는 것 같아요. 목화솜 같은 구름이 둥둥 떠다니기도 하고 구름 한 점 없이 새파랗게 맑은 하늘만 보일 때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살고 있는 대구에도 국제공항이 있어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따금 비행기가 지나가요. 비행기가 지나가는 걸 보고 있으면 '아, 나도 저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훌쩍 떠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남한에는 비행기도, 공항도 참 많구나 싶더라고요.

기자: 요즘 가을 하늘 정말 예쁘죠. 남한의 대표적인 공항은 인천공항인데요. 그런데 인천공항 말고도 크고 작은 공항이 15개나 된다고 해요.

이순희: 남한의 각 도나 광역시마다 하나씩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공항이 많은데도 공항마다 사람이 엄청나게 붐벼요. 북한의 민용 항공사는 정말 한산하거든요. 일반 주민들이 쉽게 이용할 수 없으니까 한산할 수밖에 없죠. 또 공항의 거의 모든 부분을 인민무력부 즉, 남한으로 말하면 국방부에서 관리하고 있거든요. 조종사, 승무원 심지어 비행장을 지키는 경비까지도 다 군인이에요. 그런데 남한에 와보니까 전부 일반 회사가 비행기를 운영하더라고요.

기자: 전 세계적으로도 일부 국가에서는 국영 항공사를 운영하기도 하지만 남한의 항공사는 전부 사기업이 운영하고 있어요. 그래서 항공사마다 비행 노선, 기내식, 서비스, 그리고 항공권 가격까지 천차만별이죠.

이순희: 맞아요. 남한의 대표적인 여행지인 제주도를 가는 데만 해도 선택할 수 있는 항공사가 무지하게 많더라고요.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거리가 500km 정도 되는데 비행기로는 1시간밖에 안 걸려요. 서울 사람들은 서울에 있는 인천공항 등에서 비행기를 타고 또 대구나 울산, 부산에 있는 사람들은 그 지역에 있는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로 가기 때문의 아무리 멀어도 1시간 정도밖에 안 걸려요. 또 김해는 남쪽에 있어 더 가깝기 때문에 제주도까지 1시간도 안 걸려요.

심지어 여행을 많이 다니지 않는 비수기에 최저가 항공권을 찾아보면 가격이 2만 원대인 것도 있어요. 튀긴 닭 한 마리가 2만 원 정도니까 비행기표 가격이 엄청나게 싼 거죠.

제주도는 한반도 육지에서는 볼 수 없는 맑고 깨끗한 푸른 바다를 볼 수 있고 각종 신선한 해산물도 맛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제주도에서 조금 떨어진 마라도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은 한반도 최남단이거든요. 여기서는 한반도 남북한 다 합쳐서도 볼 수 없는 선인장까지 볼 수 있어요. 그래서 주변 사람들도 해외에 나가기 부담스러울 때 제주도로 여행을 떠나기도 해요. 그런데 제주도를 갈 때는 여권도 필요 없고 신분증만 있으면 되더라고요.

기자: 남한의 신분증은 북한으로 치자면 공민증이죠. 그럼, 신분증을 들고 비행기를 타본 적도 있으신 건가요?

이순희: 그렇죠. 저는 신분증으로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 여행을 한 5번 정도 간 것 같아요. 여권이 필요 없고요. 신분증만 들고 매표구에서 기차표 사듯이 비행기표를 사서 제주도로 한 5번 정도 갔어요. 남한에서는 소정의 돈이랑 신분증만 있으면 서울, 대구, 부산, 제주도 전국 각지를 비행기를 타고 이동할 수 있어서 얼마나 편한지 몰라요.

기자: 한반도는 중국, 일본, 동남아 여러 국가와도 인접해 있어서 주변 국가들에 휴가를 즐기러 떠나는 사람도 많은데요.

이순희: 맞아요. 처음에는 남한의 일반 국민들은 세계 어떤 나라든 가고 싶을 때마다 오갈 수 있던 게 놀라웠어요. 특히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을 이용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인 중국이나 일본도 다녀올 수 있고, 직장에 휴가를 내고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에도 3박 4일 정도 관광을 다녀오고요. 심지어 요즘에는 젊은 사람들이 일본에 맛있는 점심 한 끼 먹으러 다녀오는 영상을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리기도 해요.

기자: 그럼 비행기 타고 외국에도 다녀와 보신 건가요?

이순희: 그럼요. 세계를 돌아다닐 때 국제 신분증으로 쓸 수 있는, 외국 여행의 필수 준비물인 여권도 발급받아서 외국 여행도 많이 다녔어요.

기자: 가장 인상 깊었던 여행지는 어디였나요?

이순희: 저는 동남아 여행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라오스에 간 적이 있거든요. 그곳에서는 3모작 농사를 하더라고요. 사계절 내내 더운 날씨가 계속되니까 벼를 3번까지 심을 수 있어요. 그런데 3모작까지 하기 힘들어서 3번 지을 수 있어도 2번만 짓는 농민들도 있었어요. 북한에서는 1년 한 번 벼를 심고 수확하면서 그 해 농사 실적이 좋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농사를 지을 수 있어도 안 짓는다니 깜짝 놀랐죠.

기자: 여행지에서 또 어떤 것들을 경험할 수 있었나요?

이순희: 북한에서 세계 역사 지리를 통해서 배웠던 야자수, 망고, 바나나 나무 등 열대지방 식물과 과일들을 직접 눈으로 구경하고, 만져보고, 또 먹어볼 수도 있었던 게 가장 즐거웠어요. 그리고 한국에는 눈이 펑펑 오는 겨울인데 더운 나라로 여행을 간 적이 있거든요. 여행 간 나라는 날씨가 따뜻해서 짧은 반바지를 입고 양산을 쓰고 부채질하면서 다녔어요. 춥디추운 날씨에서 벗어나 더운 나라에서 휴양을 즐기는 게 또 색다른 재미더라고요. 그 덕에 여행 가방 안에 돌아와서 입을 겨울옷과 여행지에서 입을 여름옷을 함께 넣어서 다녔죠.

기자: 새로운 국가에 방문해서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게 쉽지는 않은데 어떻게 계획하셨나요?

이순희: 난생처음 가보는 나라에서 스마트폰 그러니까 지능형 손전화기만 의지해서 여행지를 방문하고 식당을 찾아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이런 분들을 위한 각종 여행사가 있어요. 여행사는 한 마디로 여행을 돕는 회사인데요. 저도 여행사를 통해서 외국에 다녀왔어요. 여행사마다 홍보물이 소셜미디어에 있는데, 그 회사에 전화해서 "어느 나라에, 언제부터 언제까지 여행 가고 싶은지"를 알려주면 여행사가 그 날짜에 맞는 비행기표, 호텔, 관광 일정까지 다 짜주고요. 또 방문하는 명소에 대한 소책자를 주거나 여행 인솔자가 처음부터 끝까지 동행하면서 친절히 설명해 주기도 해요. 여행사를 이용하면 그 회사의 직원이 제가 비행기 내리는 시간에 맞춰 공항에 대기하고 있다가 제가 귀국하는 비행기를 타는 날 마중까지 모두 책임지거든요. 덕분에 마음 편하게 여행할 수 있어서 참 좋았어요.

기자: 외국에 나가면 서로 다른 언어를 쓰니까 말도 잘 통하지 않아서 아무래도 여행사를 이용하거나 혹은 번역기를 챙겨가곤 하는데요. 어떻게 하셨나요?

이순희: 맞아요. 일본이나 동남아 등 어떤 나라를 가던 그 나라 언어를 못하면 불편한 게 많아요. 이정표에 적혀있는 글도 못 읽으니까요. 그런데 요즘 한국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열풍이잖아요. 그래서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이 정말 많아졌어요. 또 한국의 국제적인 위상이 높아지다 보니까 외국에 나가서 한국인이라고 하면 알아봐 주고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혹은 "얼마에요?"라고 물으면 "한국 돈으로 천 원이에요"라며 간단한 말을 건네는 사람도 많아요.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기도 하고 가슴 벅차기도 한데요. 북한 주민들은 막상 외국에 쉽게 다닐 수 없어 이를 함께 느끼지 못하는 게 아쉬워요. 북한 고향 분들도 자유롭게 세상을 누빌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기자: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한국에서 갈 수 있는 세계 여행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