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춘만세에 김인선입니다. 세상에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박자를 못 맞추고 음정을 못 맞춰서 조금 다르게 부르는 경우가 있지만, 다들 ‘노래’를 부를 수는 있습니다. 생각과 감정, 마음과 정서 그리고 삶까지, ‘노래’ 안에는 참으로 많은 것이 담겨있습니다. 청년들이 즐겨 듣고 부르는 노래는 어떨까요?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주영, 최철남 씨와 함께 청춘의 노래, 나의 애창곡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셨어요? 잘 지내셨죠?
이주영, 최철남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오늘 주제가 ‘나의 애창곡’ 이에요. 일단 포괄적으로 접근을 해볼게요. 청년들에게 있어 노래라 함은 어떤 의미로 다가올까요?
최철남 : 북한에서는 같이 모여서 놀 수 있는 것, 남한에서는 그냥 자주 하는 것.
이주영 : 남한에서는 감성을 굉장히 중요시 여겨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그런 부분보다는 아직까지 생존이 어렵고 앞날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감성을 신경 쓸 여유가 없는 것 같은데 남한에서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그래서 어떤 사람을 좋아하면 이 감정을 어떤 노래로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아니면 내가 우울하면 이 우울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런 식으로 감정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고 또 아무래도 정말 많은 노래가 있기 때문에 선택의 폭도 넓고요. 그만큼 더 고를 수 있는 자유도 많은 것 같은데 들어보니까 북한의 경우 노래도 체제의 교육용으로 많이 쓰이기 때문에 지루할 수밖에 없고 노래도 굉장히 한정되어있고 그런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최철남 : 북한에서 살고 있는 사람을 데려다 놓고 남한에 있는 사람을 데려다 놓고 같이 노래 불러라 하면 둘로 갈라질 것 같아요. 노래 부르는 게 다르거든요. 감정이 다른 것 같아요. 남한 사람들은 잔잔한 노래, 발라드를 부르면서 자기 우울한 감정이라든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많이 표현하려는 것 같고, 북한 사람들은 그런 것보다는 같이할 수 있는 단합된 식으로 노래를 많이 부르고, 남한은 순전히 놀기 위해서 자기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즐겁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 그런 것 같아요.
나레이션 : ‘노래’란 가사에 곡조를 붙여 목소리로 부를 수 있게 만든 음악을 말합니다. 또는 그 음악을 목소리로 부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에서는 단합을 위해서 ‘노래’를 이용하고, 남에서는 개인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노래’를 이용한다고 말하는 철남 씨와 주영 씨. 두 사람을 통해서 남북의 노래문화를 살펴봅니다.
진행자 : 북한에서는 어느 경우에 노래를 부르게 되나요?
최철남 : 제가 볼 때 북한이 남한보다 음주가무를 더 즐기는 곳이에요. 왜냐하면 북한은 놀 것이 없어요. 그렇다보니까 일단 술자리만 되면 같이 노래 부르고, 노는 날 사람들이 모이고 같이 먹게 되면 무조건 노래와 춤을 추거든요. 북한 국가 자체가 그런 문화가 엄청 잘되어 있어가지고 노래라던가 춤, 이런 것을 강경화하면서 사람들에게 무조건 하라고 해요. 흔히 남한에서 알고 있는 무도대회라던가 이런데 나가서 사람들이 빙 돌아서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그러잖아요. 그런 것들도 자주 열리고요. 그래서 남한보다 훨씬 노래라던가 춤 이런 것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남한 청년들은 언제 노래를 즐기나요?
이주영 : 남한에서는 친구들과 만났을 때 밥 먹고 커피숍가고 오락실에 가거나 쇼핑을 하거나 그럴 수 있는데, 노래방도 많이 가는 것 같아요. 그냥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놀기 위해서 좀 연령대가 있는 경우에는 직장생활을 할 때 아무래도 단합형식으로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북한에서 커피숍, 쇼핑과 같은 단어를 쓰고 있나요?
최철남 : 쇼핑이라는 말을 안 쓰고 북한에서는 장에 간다고 해요. 커피숍 이런 것은 평양에나 있지, 지방에는 커피를 먹지 않으니까요. 북한에서는 커피가 남한처럼 대중화되어있지 않고 엄청나게 비싼 기호식품이다 보니까 평양 일부지역에만 한정되어 있어서 지방지역에는 없어서 설명해드리기가 힘들 것 같아요.
진행자 : 북한에서는 커피숍이 평양에 분포되어있다면, 남한에서는 100미터 간격으로 하나씩 있을 정도로 대중화된 하나의 상점이죠. 커피 같은 음료를 마시는 곳인데 그곳을 말한 거였고, 쇼핑이라는 단어는 내가 원하는 상품을 사기 위해서 둘러보는 것 정도로 설명을 해도 될 것 같아요.
나레이션 : ‘노래’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청년들의 놀이문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나왔는데요, 단어에 대한 인식차이가 계속됩니다.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장소, ‘노래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진행자 : 북한에서는 ‘노래방’말고 다른 용어로 표현하나요?
최철남 : ‘노래방’이라기보다는 ‘가라오케’라고 표현을 해요.
진행자 : ‘노래방’ 얘기가 나왔는데, 남한에서는 대부분 노래를 어디서 하죠?
이주영 : ‘노래방’에서요. ‘노래방’이 아닌 곳에서 노래를 하면 좀 이상한 느낌이 있는 것 같아요.
진행자 : 북한은 어때요?
최철남 : 북한은 ‘노래방’이라는 게 남한처럼 흔치않아요. 남한은 조금만 둘러보면 ‘노래방’ 간판이 보이잖아요. 북한은 한 구에 한 개 정도 있을까 말까 한 정도예요. 노래방 찾기가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보통 노래를 집에서 많이 해요.
진행자 : 노래방 기계가 집안에 있어요?
최철남 : 기계가 없죠. 그냥 목소리로 기타를 치면서 해요. 그래서 북한 사람들을 보면, 보통 손풍금이라던가, 기타를 못 치는 사람이 없어요. 거의 다 칠 줄 알고요. 그래서 치면서 놀고 집 아니면 학교운동장이라던가, 작업반 공터 이런데서 같이 놀죠. 북한에서 노래 부를 때 작게 모이면 6~7명, 많이 모이면 수십 명이 모이기 때문에 노래방에 다 못가잖아요. 그러다보니까 방 밖에서 공터에서 놀고, 춤추면서 놀아요. 젊은이들의 낭만이라는 것은 여름이나 가을에 무등불(모닥불)에 삥 둘러앉아 노래하고 춤추는 것이 대중화 되어있죠.
나레이션 : 북한에서는 모닥불 피워 놓고 둘러앉아 ‘노래’하는 경우가 일상적이라고 했는데요, 이 모습은 남한의 7,80년대 문화와 비슷했습니다. 90년대 이후로 ‘노래방’이 대중화되면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노래하는 모습이 점차 사라진 것이죠. 지금의 남한청년들 대부분은 야외보다는 실내에서 ‘노래’문화를 즐기고 있었는데요, 이 모습이 가장 큰 남북의 노래문화 차이였습니다.
진행자 : 철남 씨가 얘기하던 중에 노래방이 많지 않다는 표현을 했어요. 많지 않다면 노래방의 출입이 조금은 제한적이라고 이해해도 될까요?
최철남 : ‘누구는 오지 마’ 이런 것은 없는데요, 아무래도 돈도 좀 있고 약간 시내라고 할 수 있는 그곳에 사는 사람이라던가, 시내에 속하는 읍 주변에 사는 사람들이 가지 굳이 노래방을 가겠다고 몇 십리씩 걸어서 가는 사람이 없거든요. 남한처럼 버스타고 가는 것이 아니고 걸어가야 하는데 그런 제약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런 문화 속에서 생활을 하다가 남한에 왔어요. 약간의 혼란스러움이 있었을 것 같아요. 어땠어요?
최철남 : 네. 그렇지요. 혼란스러움 반, 신기함 반 이런 식인데요. 혼란스럽다는 것은 북한에 있을 때는 놀이문화가 한정되어 있잖아요. 젊은이들이 놀 수 있는 것들이. 그런데 남한은 조금만 둘러보면 놀 곳이잖아요. 그래서 공부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그다음에 노래방에 가게 되면 애들이 미친 듯이 놀잖아요. 막 뭘 두드리고 책상에 올라가서 뛰고 난리도 아니더라고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참 자유롭게 논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주영 : 남한에 놀이문화가 많지만, 한국이 굉장히 유명한 게 열심히 일하고 정말 밤늦게까지 일하는 문화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가끔 놀 때 더 미친 듯이 놀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커피숍에 갈 때도 꼭 놀러가는 것뿐만 아니라 거기에 앉아서 공부를 많이 해요. 두세 명이 와서 얘기를 나누는 분들도 있지만 혼자 와서 조용히 공부하는 분들도 많고요. 저도 공부할 때 집에 있으면 졸리고 집중이 안돼서 커피숍 가서 많이 하거든요. 그래서 놀이문화가 발달돼 있지만 남한 청년들이 누구보다 공부를 열심히 한다는 거 알아두시고 통일이 됐을 때 북한의 청년들이 남한 청년들과 경쟁을 해서 이기기가 어려울 것을 미리 좀 각오를 해두셔야 할 것 같아요.
진행자 : 반대가 될 수도 있는데요. (웃음) 청취하시는 분들이 철남 씨의 표현을 듣고 어떻기에 놀랬을까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 어떤 면에서 가장 새로웠나요?
최철남 : 일단은 노래방 들어갔을 때 쭉 앉아있을 수 있는 의자라든가 탬버린이요. 그리고 소화기가 있는 것이 굉장히 신기하더라고요. 불 끄는 것 있잖아요. ‘굳이 여기에 불날 이유가 있나?’라고 생각했는데 무조건 국가에서 한 방에 하나씩 놓게 했더라고요. 그게 신기했어요. 그런데 그것을 사람들이 노래방 소품으로 쓰더라고요.
이주영 : 노래방가면 북한 분들은 아마 텔레비전에서만 보실 수 있는 큰 무대, 되게 화려한 조명 있잖아요. 그게 웬만한 노래방에는 하나씩 있거든요. 방마다 분위기를 나게 하는 큰 텔레비전도 있어요. 거기에 노래 가사가 나오고 반주가 나와요. 매달 신곡이 들어오고. 잘 놀 수 있는 분위기가 갖추어져 있는 것 같아요.
나레이션 : 주영 씨가 말한 ‘노래방’ 기계는 북한에도 있죠? 하지만 ‘노래방 문화’는 달라서 철남 씨에게 놀랍고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자유로운 남한의 ‘노래문화’를 하루라도 빨리 북에 있는 친구들에게 알려주고 싶어 합니다.
최철남 : 가르쳐주고 싶은 것은 노래할 때 보면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노래할 때 가만히 앉아있거든요. 그 사람이 노래 부르면 들어줘야한다 이런 게 있어서 가만히 앉아있어요. 그런데 남한은 한 사람이 노래 부르면 같이 나가서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따라서 놀잖아요. 그런 문화를 가르쳐주고 싶어요. 같이 어울릴 수 있는 문화 있잖아요.
이주영 : 노래방에 온다는 것 자체가 되게 신기하실 것 같아요. 마이크도 쉽게 접할 수 없잖아요. 가수나 하던 것을 나도 할 수 있다는 그런 게 되게 재미있으실 것 같아요.
최철남 : 그리고 지금 노래방에 그런 문화 있잖아요. 내가 노래하는 것을 녹음할 수 있어요. 녹음해서 가지고 갈 수도 있고.
이주영 : 그리고 노래가 끝나면 노래방 기계가 점수도 매겨주거든요. 그런 여러 가지 재밌는 게 있고, 사실 노래방뿐만 아니라 재밌는 게 더 많으니까 빨리 같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레이션 : 남한에서의 ‘노래’는 라디오와 텔레비전 그리고 음반과 인터넷에서까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통로가 하나뿐인 북한에서는 방송보다 구전이 더 활성화 되었다고 합니다. 남한의 노래 역시 사람과 사람을 통한 구전으로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네요.
최철남 : 98년도쯤인가? 99년 그때쯤 이었는데요. 국경지대다 보니까 중국 TV가 들어와요. 몰래몰래 보는 거죠. 불법이거든요. 못 보게 채널을 다 막아버리는데 제가 뜯어가지고 나오게 했어요. 중국TV가 연변, 조선족들 TV지요.한국말로 다해요. 그러다보니까 한국노래도 많이 나오거든요. 그런데 거기서 한국드라마 ‘첫사랑’이라는 드라마가 있어요. 그 드라마에 나오는 김종환 씨의 ‘존재의 이유’ 그 노래를 제일 처음 들었어요. 노래가 너무 좋은 거 에요. 그래서 몰래몰래 따라서 부르고 했었어요. 그 노래를 처음 접했던 것 같아요. 국경지대에서 꽤 유명했을 거예요. 왜냐면 드라마가 유명했거든요.
진행자 : 남한의 드라마 속에 나왔던 음악을 가장 쉽게 받아들이네요.
최철남 : 그렇죠. 아무래도 드라마를 보니까 노래가 나오잖아요. 특징이 남한 드라마 노래가 다 좋아요. 싫은 노래가 없어요. 노래가 강제로 나오는 게 아니고 자연스럽게 나오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접하는 거죠. 요즘도 드라마 노래를 많이 따라 부른다고 하더라고요. 드라마가 많이 들어가니까요. 예전보다 훨씬.
이주영 : 한국에서 유행한 ‘별에서 온 그대’ 주제곡을 중국 분들이 좋아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까 북한 분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싶네요.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도 인기가 많거든요. 심지어 영국의 유명한 여성그룹에서 한국어 가사를 집어넣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우리 남한의 문화가 굉장히 발전해 있다는 거, 그래서 우리가 통일을 했을 때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거 그런 점 말씀드리고 싶어요.
최철남 : 북한사람들이 남한 노래를 많이 접하다보니까 남한노래를 많이 부르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데 다는 아니지만 남한노래가 애창곡인 사람이 꽤 있을 거예요. 북한체제에서는 마음대로 못 부르니까 하루라도 빨리 통일이 돼서 애창곡을 자유롭게 부르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주영 : 남한의 놀이문화나 음악문화에 대해서 말씀드린 것 같아서 좋고요, 곧 통일이 될 테니까 함께 노래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나레이션 : 오늘은 ‘청춘의 노래, 나의 애창곡’이라는 주제로 ‘남북의 노래문화’에 대해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누구나 ‘노래’에 얽힌 기억과 추억 그리고 사람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래’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습니다. 드라마를 통해서 그리고 사람의 입을 통해서 전해지는 그 ‘노래’가 남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음을 확인하면서 오늘 이 시간 마무리합니다. 지금까지 청춘만세,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