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의 개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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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청춘만세의 김인선입니다. 제가 웃음에 관한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요, 그분의 말에 따르면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합니다. 첫 번째는 남을 웃길 줄 아는 사람이고, 두 번째는 웃긴 이야기를 듣고 웃어줄 수 있는 사람이며, 마지막 세 번째는 남을 웃기지도 못하고 웃지도 않는 사람으로 웃기게 생겨야 한다고 하네요. 웃는 얼굴에 침을 못 뱉는다는 말처럼 ‘웃음’을 지닌 사람과 함께 하기를 원하기 때문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청년들에게 있어 웃음이란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은데요, 남북 청년들이 함께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이정민, 김재동, 김강남 씨와 함께 웃음과 관련된 남북의 개그에 대해서 이야기 나누어보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이정민, 김재동, 김강남 : 네. 안녕하세요.

진행자 : 날씨가 상당히 추워져서 감기로 고생하는 분들 많은데 다들 괜찮으세요?

이정민 : 저는 아직까지 괜찮은 것 같아요.

김재동 : 저도 아침, 저녁으로 조심해서 그런지 괜찮은 것 같습니다.

진행자 : 저는 코감기로 고생했는데, 청취하는 여러분은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남과 북의 ‘개그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일단, 개그라는 용어가 영어예요. 북에 있는 청취자분들이 뭐라고 하면 이해할 수 있을까요?

김강남 : 웃긴다? 웃기는 말? 희극, 웃음극

진행자 : 개그라는 단어는 희극이라고 이해를 해주시면 될 것 같아요. 남과 북의 개그, 희극의 차이는 어떤 게 있는지 생활적인 면에서 어느 정도 어떻게 녹아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일단, 희극이란?

이정민 : 제가 생각할 때는 무거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남자나 여자나 적당히 웃길 줄 아는 것도 하나의 장점인 것 같아서 우리 생활과 밀접히 결부되어 있지 않나 그렇게 생각해요. 북한도 역시 그런 거(웃기는 거) 좋아하고요. 주도적으로 나서서 얘기를 해주면서 웃기는 사람들이 굉장히 인기가 있었어요.

김재동 : 이런 게 일상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 하나의 활력소가 되는 것같이 느껴지고요, 저도 그런 것을 통해서 치유를 많이 받고요. 그리고 요즘 가수나 배우나 어떤 사람들이든 간에 개인기라고 해서 자기만의 재미있게 하는 모창, 흉내 내기, 이런 것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도 개인기를 나름대로 준비를 한 적이 있고요.

진행자 : 들려주세요.

김재동 : 그럼 고) 정주영 회장님 성대모사 한번 해보겠습니다. “여기 오는 동안 더워서 죽는 줄 알았어. 난방을 왜 이렇게 틀어. 전기세가 아까워서 어떻게 해. 자원도 없는 나라에서. 이러면 안 돼”

이정민 : 정주영 회장님은 북한 사람들도 굉장히 잘 아는 분이세요. 그런데 실제로 그분의 육성을 들어본 북한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냥 정주영이라는 분이 계시다는 정도만 알고 있어서 들어본 제가 볼 때 굉장히 유사했다고 말할 수 있어요.

진행자 : 그렇다면 재동 씨의 개인기는 굉장한 실력인 걸로 해요. (웃음) 강남 씨가 생각하는 개그란?

김강남 : 인생의 양념? 없어서는 안 되는 거겠죠. 삶의 고정된 틀 속에서 헤어 나오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강박관념, 그 관념을 조금이라도 완화시켜주는 역할이 아닐까요?

진행자 :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힘나게 해줄 수 있는 활력소로 다들 표현을 해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떻게 사용하고 접하고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이정민 : 아무래도 TV 매체를 통해서 접하는 경우가 제일 많고요, 북한도 남한과 비슷하게 몸 개그도 있고 말로 웃기는 사람들도 있고 재동 씨처럼 모창을 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제일 개그를 접하게 되는 것은 음담패설인 것 같아요. 북한사람들은 그걸로 많이 웃는 것 같아요.

김강남 : 맞아요. 대체로 쉬는 시간, 힘든 시간을 그런 말로 서로를 웃고 즐기는 편이예요. 그런데 그 수위가 엄청 심해요. 진짜 재밌어요.

진행자 : 음담패설을 우스갯소리로 받아들이는 건가요?

이정민 : 그렇죠. 개그의 소재로 대체한다고 보시면 돼요.

김강남 : 아주 무겁지는 않게, 자기의 일상생활을 말해버리거든요. 북한에서는 장난? 재미? 이런 걸로 많이 해요. 생활이나 경제적으로 억류된 부분이 많다보니까 자기 생활을 이기려고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이정민 : 한마디로 음담패설을 그냥 개그로 받아들이는 거예요.

김강남 : 보편화시키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렇게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개그를 시도하는 사람들을 사회에서 다 좋게 보는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을 보고 낙천적인 사람이라고 그러죠? 일단은 자기 삶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고 힘든 부분도 있을 텐데 낙천적인 성격으로 남을 웃기려하고 하면서 자기의 행복을 찾으려는 것은 좋은 행동인 것 같아요.

김재동 : 개그방송을 일주일에 하나 이상은 챙겨보는데, 남한에서는 몸 개그라든지 언어유희를 통한 개그도 있지만 독설개그도 한 유행을 타는 것 같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풍자개그도 있었는데 요즘은 정치부분이 많이 빠져있어요. 연인관계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개그상황으로 만들어서 하는 경우가 많이 있고요, 직장생활의 고달픈 애환을 재미있게 표현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정민 : 북한도 풍자할 수 있는 게 있어요. 정치풍자는 안되지만 남조선 풍자는 돼요. 그래서 남조선 군인들이 나와서 보리밥을 먹는다는 식으로 남한사람들의 생활을 풍자하는 개그무대도 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북한 군인이나 북한 실상을 풍자한 개그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탈북자인 저로써는 그것을 보고 느낀 게 ‘분단의 현실을 서로를 풍자하는데 까지 소재로 쓰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는 계기였지요.

내레이션 : 풍자란 정치적 현실과 세상에 대해서 조소적인 발언을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지 넘치는 비판을 통해 풍자개그를 하는 것인데, 남한에서는 명예훼손 수준이 아니라면 정치적인 내용도 개그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전혀 허용이 안 된다며 정민 씨는 남한의 개그문화가 더 훌륭한 것 같다고 말합니다. 북한에서는 개인들끼리도 정치적인 이야기를 말을 못하는데 남한에서는 개인뿐만 아니라 텔레비전을 통해서 표현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하네요. 남북의 개그문화의 차이로 인해 느껴지는 거리감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이정민 : 북한에서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서 아주 재밌게 봤던 개그 중에 이런 게 있었어요. 할머니 한분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 줄을 서서 들어가는데 줄을 잘못 선 거예요. 북한에서는 일반 사람들이 들어가는 줄과 간부들이 들어가는 줄이 따로 있거든요. 그랬더니 봉사원이 “할머니 일반 줄로 서세요” 하니까 할머니 대답이 “나는 일반이 아니라 남세반이야” 이렇게 말을 한 거예요.

진행자 : 남새반?

이정민 : 남새반이 뭐냐면 농장에 가면 작업반이 나눠져 있어요. 1반, 2반, 3반 혹은 담배 반, 남새반 이렇게 나뉘어져 있는데 할머니한테 일반이라고 하니까 본인은 일반이 아니고 남새반이라고 대답을 한 거예요. 이런 게 개그인데 제가 이런 얘기를 남한 사람들에게 하면 전혀 안 웃기는 거죠. 하지만 북에 있을 때 저희는 웃겼었어요. 이런 것들이 문화차이가 아닌가 싶어요.

김강남 : 처음에는 개그콘서트를 보고 뭐가 웃기지? 이랬어요. 그랬었는데 지금은 웃기거든요. 적응을 한 거죠. 남과 북의 개그 분위기가 많이 달라요. 남한은 개그를 얍삽하게, 조심스럽게 많이 하더라고요. 상대방의 화를 안 나게 하면서 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더 독해보이기도하고 그렇더라고요. 북한에서는 그냥 바로바로 쏘아버리거든요.

내레이션 : 개그를 표현하는 방법과 개그 소재에 대한 남북의 차이가 계속됩니다. 자세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겨우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되는데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비슷한 유머, 북한말로 유모아도 있더라고요.

김재동 : 저는 독설개그를 좋아하다보니까 남한에서 ‘라디오스타’라는 방송을 자주 챙겨보거든요. 예를 들어 윤종신 씨가 지금 몇 시냐는 질문에 “몹시 흥분” 이라고 개그를 하면 김구라 씨가 옆에서 “무슨 말 같지 않은 소리야!”하면서 분위기를 만드는 게 있어요.

이정민 : 북한도 비슷한 거 있어요. 몇 시야? 이러면 가죽 시에 털 분 이런 거 있어요. 무슨 뜻인지는 아시겠어요?

진행자 : 모르니까 지금 가만히 있게 되네요.

이정민 : 손목에 시계가 있어야하는데 없는 거예요. 그래서 가죽에 털밖에 없다고 말을 하는 거예요. 이런 개그였거든요. 북한은 실생활을 그대로 반영하는 개그이고, 남한은 남한대로의 고차원적인 개그가 많은 것 같고.

김강남 : (남한에선) 개그 방송이 많고 선택해 볼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불가능해요. 재밌는 개그가 있다 해도 볼 수 있는 확률이 절반도 안돼요. 왜냐하면 전기 시설도 좋지 않고 텔레비전이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결국에는 개그를 접하지 못해요. 그게 많이 아쉬워요.

진행자 : 결국에는 우스갯소리, 개그도 구전으로 전해지는 건가요?

이정민 : 그렇죠. 그냥 민간에서 자기들끼리 축적된 내용으로 공감하고 나누는 거예요. 그래서 정치적이거나 문화적인 것은 빠지고 음담패설로 많이 가는 것 같아요.

김강남 : 북한의 개그는 많이 조심스러워요. 개그라는 게 말을 해서 웃기는 것이잖아요. 말은 조금만 하다보면 정치적인 면으로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게 되죠. 또 시청자들이 생생한 것을 못 봐요. 1년 전에 나왔던 내용을 뒤늦게 공감한다거나 하는 일이 자주 발생해요.

이정민 : 반면에 한국에서는 와서 보니까 같은 방송이라도 매주 내용이 다르더라고요. 알고 보면서부터는 대단해 보이는 거예요. 매 회마다 다른 내용을 가지고 나오고 다르게 웃기고 재미없다 싶으면 다른 방송이 새로 나오고 이런 것들이 재미있는 것 같아요.

김재동 : 요즘 남한에서는 인터넷의 발달이 엄청나다보니까 방송이 예를 들어 6시 30분에 시작해서 7시 55분에 끝났다고 해볼게요. 그러면 2분, 3분 안에 인터넷 상에 반응이 옵니다.

김강남 : 개그라는 것을 토론하다보니까 아쉬운 게 있어요. 북한의 수많은 인재들, 개그 재능을 가진 사람들, 단체생활을 하다보면 굉장히 웃긴 친구들이 있어요. 아무 말을 해도 웃기고 행동도 웃기고 생각도 특별하고 그런 애들이 재능을 희극배우로 발전하지 못하고 썩는 것이 속상해요. 그래서 빨리 통일이 돼서 그런 사람들이 자기 꿈을 찾아서 능력을 그대로 발휘 할 수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김재동 : 그런 분들이 남한에 오셔서 함께 긍정적인 선의의 경쟁이라고 할까요? 남과 북의 희극인들이 함께 모여서 연구를 하고 많은 시청자들에게 보여주고 웃길 수 있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네요. 남한에서는 여러 방송사에서 이런 개그방송들이 행해지고 있는데요, 웃음점이 조금 안 맞을 수도 있을 거예요. 하지만 일상생활의 탈출구로 방송을 통해서 웃음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 가장 크고요, 이런 것들을 통해서 남과 북이 세대차라면 세대차? 그런 것들이 많이 허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내레이션 : 유머, 개그, 웃음을 통해서 삶의 활력을 느낄 수 있고 지친 마음을 달랠 수도 있습니다. 음담패설을 통한 개그만이 아니라 여러분의 마음을 유쾌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다양한 개그가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청춘만세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