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 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예은 : 안녕하세요.
저는 30대 초반이고,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 청년 강예은입니다.
북한에 관심이 많아서 이 방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정하늘 : 안녕하세요. 정하늘입니다.
제 고향은 북한 함흥이고,
2012년 대한민국에 와서 현재 대학생입니다.
로베르토 : 안녕하세요. 로베르토입니다.
이탈리아에서 왔는데, 한국에서 거의 5년 정도 살고 있어요.
학교에서 강의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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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 10월이다. 2021년도 1/4밖에 남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이 길어지면서
일상이 달라지고 새로운 기술도 많이 나오고 있다는 얘기를 종종 했는데,
오늘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얘기해보자.
일단 올해 들어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게 된다.
로베르토 : 가상, 초월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 우주를 뜻하는 ‘유비너스(Universe)’의 합성어다.
요즘 새로운 기술 덕분에 인터넷, 온라인의 가상세계에서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것을 현실세계처럼 체험할 수 있다.
진행자 : 쉽게 생각하면 가상세계라고 말할 수 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외출이 줄어들면서
이 가상세계를 이용한 활동이 훨씬 다양해지고 관련 분야도 활성화됐다고.
여러분 또래에게 익숙한지?
예은 :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사람은 주변에 많지 않은데, 단어는 많이 들었다.
뉴스 등에 계속 나오니까 특히 관련 분야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관심을 많이 갖더라.
나보다 어린 세대는 확실히 많이 사용한다.
가상세계에서는 나를 대신하는 분신 같은 캐릭터, 아바타가 있는데
그 아바타를 통해 친구도 사귀고, 활동을 많이 하는 것 같다.
하늘 : 우리가 이렇게 말하면 북한 청취자들이 이해를 잘 못 하실 거다.
우리 사회에 네비게이션은 필수 아닌가.
북한의 경우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런 게 어디 있느냐고,
길을 알려주는 기계에 대해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북한에도 이제 길동무가 생기지 않았나.
그것처럼 북한에 몇 년 뒤에 생길지 모르는 현상을
우리가 지금 먼저 얘기한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현실이 아닌 가상의 공간에서 가상의 내가 활동하는 건데,
내 주변에도 아직 용하는 친구들은 거의 없다.
예은 : 그런데 앞서 ‘동물의 숲’이라는 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그 ‘동물의 숲’이 메타버스의 개념이다.
그 게임에 내가 키우는 동물이 있고, 나를 대신해 모든 활동을 한다.
‘오늘 동물의 숲에서 만나자’라고 친구한테 말하면
각자 다른 곳에 있지만 그 게임에 들어와서 얘기도 하고, 차도 마시는 것이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후보 시절 그 ‘동물의 숲’ 게임을 이용해 선거 유세를 했다고 한다.
진행자 : 그렇다. 북한에서도 컴퓨터 게임을 하는지 모르겠다. 일반적이지는 않겠지만.
게임에서 보면 내가 누군가와 싸우기도 하고 승부를 겨루지 않나.
그런 가상 세계가 훨씬 다양하게 확대됐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로베르토 : 그 안에서 구매도 할 수 있다.
진짜 현금이 아니라 전자화폐를 통해 비싼 명품 가방도 살 수 있고.
그 가방도 실물은 아니지만 아바타가 들고 다니는 거다.
진행자 : 작년에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등교를 많이 하지 않았다.
대학교는 크고, 특히 자기가 사는 지역이 아닌 곳에 진학할 때가 많으니
학교에 대해 잘 모를 텐데
일부 대학에서 가상 세계로 캠퍼스를 구현해서
각각의 학생들이 아바타를 통해 등교하고, 공부도 하고, 동아리 활동도 한다고.
그런데 아바타가 모두 같은 모습이면 재미가 없으니까
로베르토 씨가 말한 것처럼 가상의 옷이나 가방, 신발 등을 사서 꾸미는 거다.
요즘은 기업이나 연예계, 가수나 배우들의 활동도 메타버스를 많이 활용하더라.
예은 : 회사에서는 워크숍이라고 직원들의 단합을 꾀하는 행사를 진행하는데
코로나로 모일 수가 없으니까 메타버스로 많이 한다고.
진행자 : 게다가 하반기에는 각 기업에서 취업박람회를 많이 마련하지 않나.
북한에서도 들어보셨을 한국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강당 같은 공간에서 기업 관계자와 학생들이 모여 이런저런 정보를 나누는 건데
요즘은 취업박람회도 메타버스로 진행하더라.
이 상황을 설명하기도 어렵고, 북한에서 들으면서 이해하기도 힘들 듯.
우리도 현재 메타버스를 적극 이용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방송 준비하면서 ‘우리도 지난 세대가 됐구나’ 생각했다(웃음).
예은 : 관심사에 따라 상황이 다를 것 같다.
가수나 배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그들이 요즘 메타버스에서 활동을 많이 하니까.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 같은 K-POP 그룹이
메타버스에서 팬들을 만나고 뮤직비디오도 공개한다.
내가 그들을 좋아한다면 이미 메타버스를 적극 이용했을 것이다.
하늘 : 메타버스가 요즘 각광을 받고 있지만
그전에 이미 한국에서는 비슷한 개념의 싸이월드가 인기였다고 하더라.
아바타도 있고 도토리라고 가상화폐도 사용하고.
진행자 : 한국인이 만든 가상의 프로그램인데,
2000년대 중반 정도까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개인의 일기장을 가상세계에 옮겨 놓은 것처럼 글도 쓰고 음악도 틀면서 다른 사람과 소통했다.
당시 남한에 왔던 탈북민들도 싸이월드를 이용해 봤다고 하더라.
예은 씨가 말한 것처럼 K-POP 인기가 대단한데,
예전처럼 현지에 가서 공연하고 관람할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최근 블랙핑크의 경우 이 메타버스를 통해 팬미팅, 그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났는데
전 세계에서 5000만 명이 입장했다고.
현실세계에서 대한민국 인구가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어딨나.
우리가 아직 이 메타버스를 많이 활용하지 않을 뿐
산업계는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기업뿐만 아니라 일반인도 이 가상세계를 통해 많은 돈을 벌고 있다고.
예은 : 아바타를 꾸며야 하니까
관련 옷이나 소품 등을 디자인하고 개발하는 사람들은 많은 돈을 벌었다고.
또 메타버스에서 부동산 중개도 한다고 하니까
자신의 일을 발빠르게 메타버스로 옮길 수 있는 사람들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진행자 : 짧은 유행이 아니다 싶은 게
앞서 로베르토 씨가 말한 비싼 명품 회사들도 아바타가 소비할 제품을 제작해서 판매하고 있다.
산업계 전반에서 돈을 벌 수 있는 공간으로 생각하고 있는 셈이다.
로베르토 : 이런 기술이 북한에도 있다면 이산가족들이 메타버스를 통해 만날 수 있을 텐데.
하늘 : 정말 좋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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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라는 용어부터 저희가 나눈 대화 자체가 청취자 여러분에게 쉽게 닿지는 않을 텐데요.
북한에서도 기술이 도입되고 여러 정책이 바뀐다면
지금이라도 남북한의 가족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메타버스는 물론이고 코로나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4차 산업혁명을 앞당겼다고들 평가하는데요.
이건 또 무슨 말인지,
일상에서 접하는 새로운 변화들에 대해 다음 시간에 좀 더 얘기 나눠 보죠.
<청춘 만세> 지금까지 윤하정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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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윤하정, 에디터: 오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