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에서 생활하는 청년들의 생각을 들어보는 <청춘만세> 저는 진행자 윤하정입니다. 먼저 이 시간을 함께 꾸며갈 세 청년을 소개할게요.
클레이튼 : 안녕하세요, 미국 켄터키주에서 온 클레이튼입니다. 한국에 거주한 지 7년 됐고, 한국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강예은 : 안녕하세요, 강예은이라고 합니다.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있는 학생입니다. 제가 살아갈 세상과 통일 한반도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 많은 이야기를 통해 서로 이해를 넓혀갔으면 좋겠습니다.
광성 :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회사 다니고 있는 정광성입니다. 고향은 함경북도 회령시고, 남한에 온 지 11년 됐습니다. 북한 청취자 여러분을 위해 좋은 소식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12월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내가 올 한 해 어떻게 살았나' 많은 생각을 할 텐데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한 해가 어떻게 운영됐는지 많이 짚어보거든요.
각종 언론사에서도 2017년 남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 '10대 뉴스'를 뽑아보는데, <청춘 만세>가 뽑은 '10대 뉴스'도 얘기해 봐야죠. 청년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2017년은 어땠는지 살펴볼까 하는데요. 순위가 있는 건 아닙니다. 무작위로 10가지를 얘기해 볼게요. 그런데 순위를 정하지 않아도 첫 번째 뉴스는 바로 나올 것 같습니다.
광성 : 그렇죠. 올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사건이었죠, 대통령 탄핵.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등 고위직 간부들이 법적으로 잘못했을 때 공식적으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헌법재판소에서도 죄를 인정하면 대통령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거죠. 올해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당하는 모습을 전 국민이 텔레비전 앞에서 지켜봤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예은 : 아직 구치소에 수감돼 있어요. 탄핵 사건이 의미가 깊었던 게 일반 청년들이 대부분 자기 일이 바빠서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는데 이번 일은 전 국민적인 사안이라서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 촛불집회에 나가고, 정치에 관련된 방송도 많이 생겨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진행자 : 대통령이 탄핵됐다, 그러니까 대통령이 물러나게 된 거잖아요. 그 얘기를 하자면 광화문광장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열렸던 촛불집회를 빼놓을 수 없을 거예요. 지난해 10월 말부터 시작돼서 넉 달 이상 진행됐거든요.
국정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한 대통령은 물러나야 한다는 국민들의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서 주말마다 나와서 작년 이맘때에도 사람들이 모여서 촛불집회를 했었죠.
여러분 알아요? 12월 달력을 보면 12월 20일이 '대통령 선거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우리는 대통령 선거를 치렀죠. 전 대통령이 탄핵됐기 때문에. 이유도 없이 끌어내린 건 아니에요. 분명히 법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에 끌어내린 거예요. 어떻게 보면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건데 그런데도 의미가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은 : 일단 국민의 손으로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을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것이고, 두 번째로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광성 : 그렇죠, 대통령은 국민이 뽑은 거잖아요. 대통령이 잘못했을 때, 대통령직 수행에 있어 뭔가 문제가 있을 때는 우리가 뽑았으니까 우리가 끌어내릴 수도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줬죠. 전 세계적으로도 화제가 됐거든요.
클레이튼 : 미국에서도 큰 화제였어요.
예은 : 제 중국 친구들도 연락이 와서 중국 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고 하더라고요. 한 나라의 사건이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다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진행자 :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사사로운 이유로 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한 것은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에요. 그런데 그걸 다시 법대로 단죄할 수 있었다는 점은 민주주의 국가 국민으로서 그래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한 해가 아니었나.
클레이튼 : 그만큼 많이 성장했다는 거겠죠. 30년 전만 해도 대통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무너지지 않았지만 이제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탄핵될 수 있다...
진행자 : 민주주의가 완성된 건 아니지만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5월 9일에 새로운 대통령을 뽑았잖아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돼서 6월 말에는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도 만나고, 그러다 보니 또 하나의 새로운 뉴스가 얼마 전에 있었죠?
클레이튼 : 네, 12월 초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한을 방문했습니다. 25년 만에 국빈 방한이어서 다른 대통령 때와 달리 좀 더 화려하고 높은 수준으로 대우했어요. 보통 국빈 방한이면 청와대에 가서 대통령을 먼저 만나는데 트럼프는 주한미군기지 가서 거기에서 문재인 대통령 만났어요. 한미동맹이 잘 돼 있다, 어느 때보다 강하다는 걸 상징한다고 생각해요.
예은 : 사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기 전에 국내 여론은 걱정을 많이 했어요. 왜냐면 한미동맹이 그렇게 견고한가, 특히 북한이 그 즈음 계속 도발을 했잖아요.
진행자 : 올해 6차 핵실험 있었고요. 올해만 11월까지 15차례 미사일 발사를 했거든요. 이런 도발이 있을 때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하다는 말보다 좀 더 수위가 높은, 공식적인 발언치고는 강도가 센 말을 많이 했어요. 광성 군이 잘 알잖아요, 북한의 화법을.
광성 : 정말 세죠.
진행자 : 똑같은 강도로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친 것 같아요.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한다고 했을 때 걱정이 많았죠.
광성 : 많이들 긴장했죠.
예은 :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때 우리 예상과 달리 한미동맹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서 한국 여론이 긍정적으로 반응했고, 국회에서 연설할 때도 북한에 대해, 한미동맹에 대해 언급하는 등 신뢰를 줬어요.
광성 : 트럼프 대통령이 국회에서 연설할 때 북한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전달할까 궁금했는데 북한 인권, 주민들의 현실 등에 대해 상세히 얘기해서 놀랐어요. 앞으로 북한 인권을 해결하는 데 큰 의지가 있다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어요.
진행자 :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 외로 한반도에 대한 인식이 깊다는 걸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라 이번 방한은 대부분 만족하는 눈치였습니다.
좀 전에 북한 인권에 대한 얘기가 나왔는데 최근에 북한 인권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일이 있었죠? 세 번째 뉴스가 되겠네요.
광성 : 네, 지난 11월 13일이었죠.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았어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근무하던 북한 병사가 판문점을 넘어서 남한에 귀순했어요. 그 과정에서 북한군의 총 40여 발이 발사됐고 5발을 맞아서 치명상을 입었는데 쓰러져 있는 병사를 남한 군인들이 포복 전진으로 구해서 병원까지 옮겼어요. 장장 5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고, 2차 수술까지 받고 지금은 회복해서 말도 하고 걷기도 하고.
진행자 : 담당 의사가 '목숨을 걸고 온 사람이니까 어떻게든 살려내겠다'고 했죠.
클레이튼 : 멋있는 말이에요.
광성 : 한 명의 목숨을 무사히 구해내서 기쁜데 북한 쪽에는 많이 안타까운 소식이 있더라고요. 당시 경비 서던 군인들이 모두 좌천됐다고 해요. 판문점에 있는 유엔군에서 당시 영상을 공개했는데, 또 한 번 놀랐어요. 과연 나라면 저 상황에서 올 수 있었을까. 물론 저도 사선을 넘어왔지만 저와는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목숨을 담보로 귀순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진행자 : 북한에서는 대부분 이 사실을 모르실 거예요. 뒤에 총탄이 날아오는 걸 알면서도 남한으로 온 거잖아요. 무엇이 25살의 청년이 목숨을 걸고, 총을 맞으면서 남한에 올 의지를 만들게 했을까 많이 생각하게 했던 계기였어요.
예은 : 자유를 향한 갈망이 총탄을 맞아가면서까지 목숨을 걸고 귀순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 최전방에 근무하는 군인들은 확성기로 전해지는 남한의 방송을 들으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 같아요.
진행자 : 그래서 충성도가 높은 사람을 이들 지역에 배치한다고 하는데.
광성 : 일단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 배치되는 군인들은 고위층 자녀들이고, 대우도 다른 군인들보다 남다르거든요. 솔직히 이번에 귀순한 군인은 제대하면 좋은 데로 갈 텐데 그걸 다 내려놓고 왔다는 게. 또 부모 형제가 있는데도, 그게 걸리더라고요.
클레이튼 : 저는 놀란 게 두 가지인데 하나는 북한 군인인데도 미국 드라마, 한국 노래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원래 군인은 접하기 힘들지 않나.
광성 : 드라마는 잘 모르겠는데 남한 노래는 확성기 방송을 통해 계속 들으니까. 드라마도 대북방송으로 가끔 읽어주는 게 있다고 들었어요. 몰래 들어가는 CD나 DVD를 통해 봤을 수도 있고요.
클레이튼 : 두 번째 놀란 건 기생충. 북한사람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미국에 계신 부모님도 알게 됐대요. 북한군 중에 판문점에서 근무하면 그나마 잘 먹는다는데.
광성 : 저도 놀란 게 귀순 병사 장에 강냉이가 있었다고. 그런데 일선에 있는 군인들은 대우가 정말 좋거든요. 판문점에는 말라서 갔다 살이 쪄서 온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예요. 먹는 거 하나만은 정말 잘 준다는 얘기가 있는데, 왜 옥수수가 나왔을까 궁금해요.
진행자 : 그러니까 귀순 병사를 수술하는 과정에서 장에서 옥수수가 나오고, 수많은 기생충 때문에 수술하기가 힘들었을 정도였다고 해요. 그러면서 두 번째로 경악한 거죠.
광성 : 저는 그 부분에 놀라지는 않은 게... 북한에 제가 있을 때도 가끔 구충제를 먹어요. 정기적으로 주는 게 아니라 집에서 사서 먹는데 그렇지 않은 집들이 대부분이다 보니까. 그런 환경에 노출돼 있으면 기생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남한처럼 깨끗한 환경이 아니니까.
진행자 : 예은 씨 생각은 어때요? 광성 군과 나이가 비슷하잖아요.
예은 : 저희 부모님 세대, 구충제도 잘 못 먹고 가난하게 살던 시절이 생각나거든요. 그런데 판문점은 그나마 군인들 대우가 좋다는데 거기에서조차 강냉이를 먹고, 회충이 그렇게 많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이라는 게 북한이 그만큼 힘든 상황이 아닌가.
휴전선 155마일을 경계로 남북한이 참 다른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청년들이 뽑은 10대 뉴스, 법의 심판에 따라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밀려난 남한 대통령,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남한 방문, 그리고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북한 병사 귀순에 이어 또 어떤 소식들이 있는지 다음 주에 계속해서 전해드리겠습니다. <청춘 만세>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지금까지 윤하정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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