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동북공정 다섯 번째 순서에서는 간도 영유권 논란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오늘 순서에서는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북한과 동북삼성 지역의 조선족들의 입장과 반응에 대해 알아봅니다.
한국에서는 중국의 동북공정이 본격적으로 언론에 보도된 2004년부터 역사학자들과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은 학술대회/토론회, 규탄 집회, 그리고 신문 방송을 통해 이를 역사왜곡, 역사침탈이라면서 반박하고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여왔습니다. 한국 정부도 이에 대처하기 위해 같은 해에, 연구재단을 세웠고 중국정부와는 고구려사 왜곡문제가 정치문제화 하는 것을 방지하고 학술교류를 통해 해결하자는 외교적 합의에 까지 나섰습니다.
하지만 정작 고조선 고구려 발해의 영토와 역사를 물려받은 후손이라고 자처하는 북한은 이 문제에 대해 꿀 먹은 벙어리로 일관해 왔습니다. 특히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문제에 대해서는 ‘비열하고 철면피한 범죄행위’라고 강경 비난하고 독도문제에 대해서도 남북이 공동 대응하자고 까지 적극 나섰던 것과는 너무 대조적인 자세인데요. 왜 그럴까요?
한 마디로 중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처지 때문이라는 것이 학자들과 탈북자들의 얘깁니다. 2004년 KBS 방송의 동북공정 특집보도 취재 해설을 위해 평양에 갔었던 고구려연구회의 이사장인 서길수 서경대학교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서길수 교수: 이런 얘기다. 나뿐만이 아니라 [남한]국회의원들이 갔을 때도 그렇고, 대체적인 [입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해서는 우리가 열심히 반격을 하겠다. 다만 중국의 [역사]왜곡에 대해서는 남조선이 좀 나서달라.’ 이것은 정치 경제 모든 면에 있어서 [북한이] 중국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현상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같은 해에 금강산에 갔었던 한국 고조선사연구회 회장인 서영수 단국대 교수 역시 북한 학자들로부터 같은 얘기를 들었다고 말합니다.
서영수 교수: 북한의 경우는 자기 정권의 정통성을 모두 고구려에 두고 있기 때문에 고구려 문제가 더 중요하다. 그래서 학자들은 속으로 울분을 삭이고 있는데, 북한의 현재 사정이 중국에 여러 가지로 큰 소리 칠 입장이 못 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그런 [동북공정 반박] 얘기는 못한다.
2004년 금강산에서 고구려사에 대한 남북 학계의 공조방안에 대해 모임을 가진 적이 있는데 거기에서 북한 학자들이 마음에 품고 있는 얘기를 다 하라는 정부 당국의 말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그 같은 말들은 공개적으로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유감스럽다. 북한학자들이 저희들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 한-일 관계문제는 자기들이 얘기를 할 테니까 중국의 고구려 왜곡문제는 우리[남쪽]가 좀 힘써 달라.
남한에서 언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한 탈북자 역시, 중국의 동북공정에 대한 북한의 침묵에 대한 질문에 중국과의 특수한 관계 때문이라며 다음과 같은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김정일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그래서 중국과의 영토 논란에 대해서는 내적으로는 아주 강하게 대처할 것을 지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반도의 특수한 지형학적, 정치적 문제 때문에 김정일은 중국을 경계하면서도 경제적인 지원을 받기위해 함구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럼 동북 3성 지역에 살고 있는 조선족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이용우: 조선족 교포도 중국 국민이기 때문에 굳이 거기에 대해서 깊은 관심을 안가지고 있다.
요녕성 대련 한인회의 이용우 사무국장입니다.
이용우: 민족만 우리 민족이지 자기들도 중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고 중국정치에 따라야할 의무가 있는 국민이기 때문에 거기에 왈가왈부 하지를 않는다.
이용우씨는 조선족 일반 주민들뿐만 아니라 학자들의 경우에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이용우: 우리 조선족 학자들도 거기에 대해 거론을 하지 않는다. 중국학자들의 일부가 한 2년전 얘기를 하다가 상당히 곤욕을 치루고 더 이상 깊이 안 들어 간 걸로 알고 있다. 그럴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한국 포항공과대학의 중국 근현대사 전문가인 박선영 교수 역시 중국내 학자들 중에서도 이 문제에 관여하고 있는 극소수의 학자들만이 동북공정 사업을 알고 있다고 말합니다.
박선영 교수: 중국에서도 동북지역 사람 말고 외부 학자들은 이 문제를 잘 모른다. 이런 것[동북공정 연구사업]이 있는 것조차 모르고 동북학자들도 관여해야만 안다. 일반인이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은 그 연구결과를 현장에서 활용하기 때문에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이라는 푯말을 붙인다. 그로써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교육이 된다.
한국 고구려연구회 이사장인 서경대학교의 서길수 교수는 연변대학에 있는 역사교수 같은 사람들은 대단히 난처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고구려 역사가 한국 것이라고 하자니 그곳에서 살아남기 힘들 것이고, 중국 것이라고 하면 진실한 역사를 부인 하는 셈이 되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들이 내 세운 논리의 하나가 ‘일사 양론’, 즉 하나의 역사를 두 나라가 사용하자는 주장이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고구려 수도가 중국 땅에 있었을 때에는 중국 역사로 쓰고, 수도를 평양으로 옮긴 뒤에는 조선의 역사로 쓰자는 것입니다.
기획보도 동북공정, 다음 순서에서는 중국의 동북공정의 목적과 이 역사적 논쟁을 해결하기 위한 제안들에 대해 알아봅니다.
워싱턴-전수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