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소설 인기

워싱턴-이장균 leec@rfa.org
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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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작가별 소설코너.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작가별 소설코너.
사진-연합뉴스 제공

-줄어드는 독서 인구, 인터넷 미디어 영향으로 짧은 소설 인기

-독자들의 관심사를 빨리 파악, 작품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

-손바닥 소설 반응 높아지면서 다양한 연작시리즈 출간도 활발

-짧은 소설 인기에, 장편 소설은 길이 줄인 경장편 출간으로 활로 모색

 

이장균 : 안녕하세요, 김헌식 교수의 열린 문화여행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며칠 전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얘기가 좀 충격적이었는데요, 올해 일본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에 관한 조사를 했는데 일본 대학생들의 반 정도가 하루에 독서 시간이 “0” 로 거의 책을 손에서 놓았다 이런 통계가 나와 있고요,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조사한 내용을 보니까 성인 열 명 중 네 명이 일 년에 책 한 권도 안 읽는 걸로 나타나 역대 최저 수치라고 합니다.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저도 어릴 때 많이 들어왔지만 요즘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랄까요, 여러 가지 영향 때문인지 독서가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새로운 독서의 틈새시장이랄까요, 그런 것도 엿보이는데요, 그런 데 대해서 오늘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김헌식 : 네, 안녕하세요?

줄어드는 독서 인구, 인터넷 미디어 영향으로 짧은 소설 인기

이장균 : 조금 전에 말씀 드렸습니다만 독서 인구가 자꾸 줄어드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김헌식 : 네, 많이 줄어들었죠. 옛날에 비하면 정말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이장균 : 아마도.. 요즘은 손전화를 통해서 많은 것을 보고 읽고 또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생활에서 언제 긴 내용의 책을 읽느냐.. 이런 것 때문에 자꾸 책에서 멀어지는 느낌도 드는데요, 그런 독서 경향의 변화에 따른 출판사들의, 혹은 작가들에 의해 책을 새롭게 내는 시도가 많이 이루어져 왔습니다만 그 가운데 요즘 손바닥 소설이라고 불리는 짧은 소설이 유행한다고요?

김헌식 : 네, 그렇습니다. 최근 문학계 트렌드, 즉 유행은 ‘분량의 가벼움’이라 할 만 합니다. 경장편 소설의 인기에 이어 단편으로 분류할 수도 없는 ‘짧은 소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단편 같은 경우는 원고지로 70-80 장 정도 되는데 그보다도 훨씬 짧다는 겁니다. 그래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아니면 잠자기 전 잠깐, 또는 심심할 때 한번에 읽고 끝낼 수 있는 분량의 소설이 뜨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까 말씀하신 대로 손바닥소설이라고도 부르고 또는 엽편소설, 미니 픽션, 플래시 픽션 등으로 다양하게 부르는 원고지 30매 분량 이하의 짧은 소설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예전에는 이런 형태를 꽁트라고 불렀는데 요즘은 짧은 소설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예전에 저희가 많이 봤던 꽁트와 유사한 손바닥 소설이 요즘 인기인 것 같은데요, 실제로 이런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까? 또 잘 팔리는 지도 궁금합니다만..

김헌식 : 그렇습니다.

지난해 12월 출간된  양진채 작가의 ‘달로 간 자전거’는 30여편의 짧은 소설을 묶은 건데  200자 원고지 기준, 10장 내외로 압축돼  어떤 것은 시보다 더 짧다고 얘기 될 정도입니다.

한 서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단편소설 판매량은 전년 대비 6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만 최근에는 단편을 넘어서 ‘엽서소설’ ‘초단편’으로 불리는 200자 원고지 30매 이하의 짧은 소설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노동자 소설가로 불리는 김동식 작가는 지난해 12월 ‘회색인간’을 출간했는데 출간 한 달여 만에 1만 2000부가 나가며 4쇄까지 인쇄했습니다.  그밖에 지난해 문학계를 강타한 소설가 조남주, 중견 소설가 성석제를 비롯해 장강명, 손보미, 천명관 등 유명 작가들도 초단편, 손바닥 소설에 도전해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또 인터넷 상에서도  ‘3분 초단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어서 하나의 유행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장균 : 그러니까 긴 소설을 읽으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을 해야 되지 않습니까? 그런 부담 때문에 짧은 소설.. 뭐 단편소설이라는 장르는 계속 있어 왔던 건데요, 이런 단편과는 달리 더 짧고 내용은 더 강렬하다든가 깊은 인상을 준다든가 해서 순식간에 읽을 수 있는, 흥미를 끌 수 있는 내용의 짧은 소설이다 이렇게 생각이 듭니다만 이런 짧은 소설이 단편적으로 하나 둘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연작 기획물로 내는 경우도 있다고요?

김헌식 : 그렇습니다. 한 출판사의 경우는 지난해 8월부터 짧은 소설을 모은 ‘짧아도 괜찮아’ 시리즈를 통해 호평 받고 있습니다.

크기도 작아서 외투 호주머니에도 들어갈 법한 크기의 책에 한 작품당 분량이 고작 다섯 장 안팎입니다.

그런가 하면 격월간지도 전문문학잡지를 만들어서 매호 주제에 맞는 짧은 소설을 작가에게 청탁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또 일찌감치 문고시리즈로 내고 있는 출판사도 생겨서 결과적으로 작가들이 한 편만 내는 게 아니고 출판사에서 계속 연작시리즈로 내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독자들의 관심사를 빨리 파악, 작품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

이장균 : 이렇게 잠자리에 들기 전에, 혹은 여행 중에 잠시 손에 들고 읽을 수 있는 짧은 소설.. 그렇다고 가볍게 읽을 수 있다고 해서 내용 자체가 가벼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그런 면에서 어떻게 그 짧은 소설에 독자의 마음을 끌어당길 수 있을까 하는 작가들의 새로운 연구, 시도도 계속 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요?

김헌식 :  네, 문예지 수가 줄어들면서 발표 지면이 적어진 작가들 입장에서는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자꾸 줄어드니까 말씀하신 것처럼  독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부분들을 작품에 빨리 실어서 선을 보이는 것이 굉장히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흔히 말하는 ‘나홀로족’ 이라고 하는, 혼자 여행을 하거나 작품을 보거나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말들이 유행을 하기도 하거든요, 그런 걸 빨리 작품화 해서 선을 보인다든지 해서 유행하거나 부각되는 소재를 발 빠르게 짧은 소설로 보여주는 형태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 출판사 편집장은 “사회문제에 대한 소설가의 대응이 주제에 맞게 빨리 빨리 청탁이 되고 작품화 되기 때문에 오히려 호응을 받고 있다”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장균 : 네, 현재의 어떤 사회 현상과 동떨어진 내용보다는 현재의 사회 현상을 반영하는 소설들이 나온다고 봐야 할 것 같은데요, 그런 걸 빨리 파악하는 게 중요하겠군요. 실제로 독들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김헌식 : 말씀하신 것처럼 단편 조차도 길게 느껴지기 때문에 독자들은 짧은 소설에 대해 굉장히 좋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독자로서는 시간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되고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작가가 생각하는 번뜩이는 성찰이라든지 깨달음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빠르게 읽으시는 분들은 십 수분 안쪽으로 읽을 수 있고 특히나 각 주제별로 작가들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감성이라든지 주제의식들을 빨리 빨리 선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적은 분량이지만 상당히 풍성하게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고요,

사실 우리나라 뿐만이 아니고 이미 전세계적으로는 짧은 소설이 유행 중입니다.  외국에서도 ‘틈틈이’, ‘짬짬이’ 보는 내용의 소설이 사랑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전자책에서도 짧은 소설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하니까 어쨌든 세계적인 유행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인터넷을 통해 손전화나 컴퓨터를 통해서 만화를 보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걸 ‘웹튠’이라고 하죠? 이런 인터넷 만화, 웹튠이 유행하는 것도 인터넷의 영향이 큽니다만 이 짧은 소설도 역시 인터넷의 영향이 좀 있겠죠?

김헌식 : 그렇습니다. 웹튠처럼 웹소설이라는 게 있는데, 바로 인터넷 상에서 연재가 되거나 작품화 되는 것인데 2013년 이후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 웹에 오르는 소설들 역시 대부분 짧습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 안에 읽는 내용들이기 때문에 종이책에 담는 소설들도 짧게 변화되고 있다고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music / program ID)

이장균 : 마음이 답답할 때 배낭 하나 짊어지고 불쑥 여행길에나 한번 나서볼까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요, 그 배낭 안에 오늘 저희가 얘기하고 있는 ‘손바닥 소설’ 한 권 넣고 떠나면 참 멋질 것 같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노 리플라이’가 노래하는 ‘낡은 배낭을 메고’ 잠시 듣고 또 얘기 나눌까요?

 

손바닥 소설 반응 높아지면서 다양한 연작시리즈 출간도 활발

이장균 : 현재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인 짧은 소설의 책들이 유행하는 데 대해  출판사들을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나요?

김헌식 : 사실 처음에는 짧은 소설에 대해 반신반의를 했다고 합니다. 거기다 이런 짧은 소설에 대해 어떤 비난도 있을 수 있는데요, 왜냐 하면 그게 무슨 소설이냐 이렇게 얘길 할 수 있었는데 중요한 것은 이제 두꺼운 책들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절감했기 때문에 사실 출판사 입장에서는 다른 대안이 별로 없어요.

그런 면에서 이동하는 시간도 많고, 이렇게 차 한 잔, 커피 한 잔 마시며 읽을 수 있는 분량의 소설이 빨리 돌아가는 세상에 맞지 않나 생각해서 짧은 소설 시리즈를 기획하게 됐고 이것이 의외로 반응이 좋다 보니까 출구를 찾던 출판계에서 확산이 됐던 것이고 실제로 서점에서 독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서 앞으로 다양한 연작시리즈로 출간할 계획이라고 출판사들이 밝히고 있습니다.

이장균 : 그렇군요,  제 생각에는 문화계에도 하나의 유행이 있어서 소설이 길어서 힘드니까 짧아졌다가 이렇게 너무 짧아지다 보면 좀 더 깊게 길게 느끼고 싶다고 해서 또 늘어나지 않을까.. 마치 저희 예전 학창시절 바지통이 넓어졌다 줄었다 하던 것처럼 말이죠 .

김헌식 : 일단은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에서 그런 현상들이 좀 일어나고 있는데요, 인터넷 상에서는 주로 재미있는 드라마를 찾지만 실제로 자기가 재미있어 하는 작품들 같은 경우는 길기를 바라고 또 연작시리즈가 나오길 바라고요, 또 예능프로그램 같은 경우는 갈수록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요.

전에는 예능프로그램이 한 시간이었는데 지금은 한 시간 10분, 한 시간 30분 심지어는 두 시간까지 늘어나는 경향이 있어서 재미 있는 건 더 깊이 관심을 갖는 경향성을 행각해 보면 먼 앞날엔 장편 소설이 다시 주목을 받을 때가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이장균 : 김헌식 교수께서는 어떻게 전망 하십니까? 짧은 소설의 유행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

김헌식 : 길이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요, 작품의 완성도가 굉장히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 밖에도 사람들이 항상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어차피 그때 그때 따라서 관심사항들이 많이 바뀌는데 예를 들면 우리가 지난 주 컬링에 대해 얘기 나눠봤는데요, 컬링이 유행하면 컬링에 관련한 작품들이 나와서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는 작품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런 작품들에서는 재기 발랄한, 뭔가 재미도 있으면서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는 작품들이 있기 때문에 결국 분량에 맞는 적절한 소재와 내용들이 작가들의 발굴과 함께 계속 지속된다고 하면 인터넷 시대에, 또 바쁜 현대인들에게 맞는 장르로서 자리를 잡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짧은 소설 인기에, 장편 소설은 길이 줄인 경장편 출간으로 활로 모색

이장균  :저희가 짧은 얘기만 계속했는데요, 사실 명작들은 장편소설이 많지 않습니까? 그래서 장편소설을 새로운 형식으로 다시 내는 경우도 있다면서요?

김헌식 : 그렇습니다. 2~3시간만에 완독할 수 있는 원고지 500매 분량의 '경장편' 소설이 최근 잇달아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경장편은 대개 300매선인 중편 소설보다는 길지만 1000매 분량의 장편 소설보다는 좀 가벼운 작품들인데 대체적으로 보면 경장편은 기존의 장편소설을 새로 편집해서 줄여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짧은 소설이 유행하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서사구조를 완벽하게 갖춘 깊이 감이 있는 소설에 대한 수요도 여전히 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소설이 무조건 짧아지지만은 않겠다 생각을 또 ‘경장편’을 통해 해 보게 됩니다.

이장균 : 네, 현대생활에서 나타나는 의류도 그렇고 음식도 그렇고 또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드라마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고 유행을 타게 됩니다만 문학 쪽에서의 긴 소설에 대한 부담으로 짧은 소설이 인기를 얻고 있는데요,

이런 현상이 새로운 활로로 독자들의 인기를 계속 얻게 될 지는 더 두고 봐야 할 부분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튼 독서경향의 여러 변화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마음의 양식으로서의 독서랄까요, 내 마음에 필요한 좋은 책들을 잘 선택해서 마음이 황폐해지지 않도록 가꾸는 쪽에서의 자신만의 독서를 생각해야 할 때가 요즘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마음이 너무 메말라 가는 느낌이 드는 요즘이 아닌가 싶은데요..

김헌식 : 아무래도 종이책은 여전히 자기가 보고 싶을 때 자기가 보고 싶을 때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는 측면들이 있고 특히 마음에 여운을 주고 마음을 다독여줄 수 있는 측면은 종이책이 아무래도 다른 전자책이나 인터넷책보다 낫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종이책의 기능,역할 이런 것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네요.

이장균  : 네, 오늘 열린 문화여행은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짧은 소설의 유행에 대해 함께 얘기 나눠봤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시고 말씀 나눴습니다. 감사합니다.

김헌식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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