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인 봄철 공포영화 흥행 ‘곤지암’

워싱턴-이규상 leek@rfa.org
2018-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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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식 감독(왼쪽 첫번째)과 출연 배우들이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곤지암'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범식 감독(왼쪽 첫번째)과 출연 배우들이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곤지암' 프로젝트 발표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여름=공포영화 틀을 깨고 봄에 흥행에 나선 영화 ‘곤지암’

-괴담 떠도는 실제 정신병원에서 공포체험 겪는 이야기

-극도의 공포 공간에서 실제 생방송처럼 진행하는 ‘페이크 다큐’ 방식 도입

-10대들이 공포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두려움 없는 모험심

(program title music)

여름=공포영화 틀을 깨고 봄에 흥행에 나선 영화 ‘곤지암’

이장균 : 안녕하세요, 김헌식 교수의 열린 문화여행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지난 4월1일과 3일 평양에서 열린 남측예술단공연, 1일에는 단독공연이었고 3일에는 합동공연을 펼쳤는데요, 많은 화제가 됐었습니다.

‘봄이 온다’는 공연제목처럼 한반도에 평화와 협력의 진정한 봄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다들 지켜보셨을 것 같습니다.

여러 뒷얘기들이 많습니다만 북한에서도 남한가요, 노래들을 많이 듣고 알고 있구나 하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고요,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나 영화를 북한주민 여러분이 많이 보신다는 얘기는 오래 전부터 들었지만 이번에 또 확인할 수 있었던 기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북한주민 여러분께서는 어떤 영화를 많이 좋아하시는지 궁금합니다만 오늘 김헌식의 열린문화여행은 최근 남한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얘기로 함께 하겠습니다.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학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헌식 : 네, 안녕하세요?

이장균 : 영화의 종류가 다양하고 흥행에 성공하는 경우도 있지만 어느새 슬그머니 사라지는 영화도 있는데요, 여러 가지 영화가 계속 나오고 사라지고 하는 가운데 보통 여름에 많이 나오는 공포영화가 최근에 봄에 개봉해 사람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고요?

김헌식 : 네,'곤지암'이라는 영화입니다. '공포영화=여름'이라는 공식도 깨고, '한국 공포영화는 흥행이 안 된다'는 선입견도 보기 좋게 깨뜨리고 있습니다.

'곤지암'은 총제작비가 24억 원, 미화로 2백만 달어 정도의 적은 예산으로 만든 영화입니다. 한국 상업영화 평균 제작비가 5백만 달러를 웃도는 것을 고려하면 저예산 중의 저예산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개봉한 영화는 개봉 3일 만에 손익분기점(60만 명)을 돌파하고 개봉 주 주말에 이미 두 배가 넘는 흥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공포영화로 100만 관객을 동원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인데요. 영화 곤지암은 이미 150만을 넘어서 곧 이백만 동원을 눈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장균 : 저도 어릴 때, 학창시절 공포영화를 보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외국영화로는 ‘드라큘라’같은 영화가 공포영화의 대명사였죠. 한국영화로는 공동묘지가 많이 등장했는데 ‘월하의 공동묘지’ 같은 처녀귀신이 많이 나오는 영화로 기억됩니다.

침체기 잦은 공포영화 그러나 관객은 여전히 존재

그러나 최근에는 막무가내로 무서움을 유도하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 완성도가 높은 몰입도가 대단한 공포영화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그렇다고 공포영화가 계속 인기를 유지해 온 건 아니죠?

김헌식 : 그렇습니다. 공포영화가 흥행에 성공하기는 다른 영화에 비해 쉽지 않은데요, 영화 '곤지암'의 흥행 바람은 한국 공포물로 비수기에 승부하겠다는 기획의 승리이자, 그리고 무서운 영화를 만들겠다는 공포장인의 새로운 도전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간 한국 공포영화는 위기와 시련의 시간을 겪었습니다. '여고괴담' 시리즈를 필두로 한 학원 공포물이 사랑 받던 1990년대 그리고 '장화, 홍련', '알포인트', '시실리2km', '폰' '기담' 등 완성도 높은 공포물이 속속 쏟아진 2000년대 이후 10년 가까이 이렇다 할 대표작이 없었습니다. 공포물이 '돈 안 되는 장르'로 취급 받으면서 제작 자체가 뜸해졌지만, 공포물을 즐기는 관객층은 여전히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장균 : 그렇다면 곤지암은 어떤 영화인가요?

괴담 떠도는 실제 정신병원에서 공포체험 겪는 이야기

김헌식 : 영화 '곤지암'은 공포 체험의 성지 곤지암 정신병원에서 7인의 공포 체험단이 겪는 기이하고 섬뜩한 일을 그린 영화입니다. 실제 이 병원은 1996년 폐업한 이후 여러 가지 소문이 돌았습니다. 정범식 감독은 흥미로운 공간에 영화적 상상력을 덧입혀 '곤지암'을 만들었습니다.

영화 '곤지암'은 공포체험의 성지 곤지암 정신병원을 찾아가 실시간 공포체험방송을 하던 젊은이들에게 닥친 사건을 다큐 형식, 즉 기록영화 형식으로 그려냈습니다. 곤지암 정신병원은 미국의 CNN 방송이 선정한 세계 7대 소름끼치는 장소로 선정되면서 젊은 층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받아 온 곳입니다.

이런 배경 때문에 영화 '곤지암'은 개봉 전부터 사회간접망 서비스인 SNS를 통해 10대와 20대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며 유명세를 톡톡히 떨쳤습니다.

(insert : 영화 ‘곤지암’ 장면 sound)

이장균 : 이 영화는 기존 영화와는 다른 마치 현장에서 생생하게 생방송 중계를 하는 형식을 도입해 공포감을 더했다고 하죠?

극도의 공포 공간에서 실제 생방송처럼 진행하는 ‘페이크 다큐’ 방식 도입

김헌식 : 네, 전세계에서 이런 공포공간을 실제 탐험해보고 그것을 인터넷에 올려 알리는 게 유행입니다. 한국에서도 폐가 같은 공포 공간을 탐험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를 하기도 합니다만 특히 유튜브나 SNS를 활용하는데 영화에서 그런 형식으로 그대로 보여주는 거죠.

그래서 7명의 주인공은 유튜브 중계를 위해 카메라를 하나씩 지참하고 곤지암 정신병원에 들어갑니다. 실제로 영화에 쓰인 90%가량의 촬영분은 배우가 직접 찍었습니다.

이런 촬영 방식이 주는 효과는 생생한 현장감입니다. 마치 영화를 보는 관객이 현장에 있는 느낌을 줍니다.

(insert : 영화 ‘곤지암’ 장면 sound)

이장균 : 이런 시도가 예전에 전혀 없었던 건 아닌데요, 실제 상황을 작품에 담는 다큐멘터리 작품과 유사하게 그러나 그게 실제상황은 아니죠. 그런 것을 ‘페이크 다큐멘터리 (fake documentary) 라고 합니다만 이런 것이 영화 곤지암의 흥행성공 요인이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페이크 다큐멘터리’ 기법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죠.

김헌식 : 마치 사실처럼 연출하는 이 기법이 관객을 몰입하게 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페이크 다큐는 할리우드에서는 활발히 활용되는 기법이죠. 1999년 제작비 2만 달러를 들여 만들어진 공포영화 ‘블레어 위치’가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해 2억 달러의 수익을 내면서 본격 시작됐습니다.

정범식 감독은 “진짜 같은 공포 체험”을 위해 페이크 다큐 방식을 적극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곤지암에서는 생생한 현장감이 그대로 담겼고, 덕분에 관객 역시 그 ‘현장’에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됩니다.

(공포영화배경음악 / program ID)

이장균 : 보통 공포영화의 단골요소 하면 괴기스런 모습으로 공포감을 주는 주인공, 그리고 공포감을 배가 시키는 음산한 음악, 그리고 사방에 튀기는 피, 이런 것들이 있는데 영화 ‘곤지암’에서는 일부러 이런 것들을 배제했던 것 같아요?

김헌식 : 네, '곤지암'에는 스타가 없고, 음악이 없고, 피가 적습니다. 이런 3무 전략은 개봉 전만 해도 위험 요소였지만, 지금은 차별화된 흥행 요소가 됐습니다.

이 영화에는 얼굴을 보고 이름을 단번에 떠올릴 수 있는 배우가 거의 없습니다. 유명 인기 배우를 기용하지 못한 현실적 이유는 저예산이라는 한계 때문이겠죠. 음악도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공포 영화가 불쾌한 효과음으로 긴장감을 조성하고 강렬한 음악으로 공포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것과는 차별화된 전략입니다.

피의 사용도 최소화 했습니다. 대신 영화는 각 인물의 심리적 공포를 시각화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습니다. 그러나 엄청난 기존의 공포영화가 주는 방식의 공포감을 기대했던 관객들은 다소 지루했다는 의견도 있어서 평가는 엇갈리고 있습니다.

(insert : 음산한 공포영화 배경음악)

이장균 : 또 다른 공포 영화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는데 기사를 보니까 4월12일 오늘 개봉이네요. 소리로 공포를 주는 영화라고요?

소리로 공포감 극대화한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도 화제

김헌식 : 네, 공포영화에서 '공포지수'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소리죠. 미국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quiet place)'는. 설정부터가 '소리 내면 그 즉시 죽는다'입니다. 영화 상영 30분이 지나도 배우의 음성은 들을 수 없습니다. 사각사각 풀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 같은 음향과 배경음악이 깔릴 뿐입니다.

작고 낮은 목소리가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과 집중을 불러일으키듯, 소리를 가급적 배제한 이 영화는 1시간 반 동안 관객을 숨죽이게 만듭니다.

(insert : 영화 ‘콰이어트 플레이스 장면 sound)

영화는 괴생명체의 공격에서 거의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가족의 사투를 그리고 있는데요, 괴생명체는 앞을 볼 수 없지만, 온몸이 청각 기관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소리를 듣자마자 쏜살같이 나타나 사람을 해치웁니다.

주인공 가족은 이미 폐허로 변한 도시를 떠나 농장에서 자급자족하며 지냅니다. 소리가 곧 죽음으로 이어지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일상의 소음을 최대한 줄이려는 이들 가족의 노력은 눈물겹습니다. 모든 대화를 수화로 하고, 신발 없이 맨발로 다닙니다. 달그락 소리가 날 수 있는 식기와 수저 대신, 나뭇잎과 손으로 음식을 해결합니다.

이장균 : 소리를 내면 죽는다는 발상 자체가 참 신선한 느낌이 듭니다만 저도 군대생활 할 때 깊은 산속에서 보초를 서면서 가장 무섭게 했던 것이 소리였던 기억이 나거든요. 바스락 거리는 그런… 그래서 저도 소리가 주는 공포감이 어떤 건지 어렴풋이 짐작이 갑니다.

관객을 무섭게 하는 여러 가지 기법을 동원하고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는 게 공포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만 그래서 연령별로도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은데요, 계층별로..

저만해도 예전엔 호기심 때문에 많이 봤는데 요즘에는 고도로 연출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속는 줄 알면서 괜히 신경을 곤두세우며 보는 게 피곤하더라고요 그래서 요즘엔 선뜻 잘 안보게 됩니다만 의외로 10대 들이 공포영화의 흥행을 결정하는 세대로 등장하고 있다고요? 김헌식 : 그렇습니다. 공포장르의 특성상 '곤지암'은 시작부터 10대와 20대가 주 대상이었습니다. 사전 시사회도 10대 고등학생과 중학생을 상대로 열었을 정도입니다. 시사회 후 "진짜로 무섭다"는 입소문이 퍼지자 폭발력은 배가됐습니다.

그래서 10대들이 공포영화 흥행의 바로미터가 되고 있습니다. 극장 안 10대들의 '비명'이 클수록 공포영화도 흥행한다는 공식이 있을 정도입니다. 공포영화가 대부분 15세 관람가를 노리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장균 : 그렇다면 10대들이 공포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10대들이 공포영화에 열광하는 이유

김헌식 : 한 대형영화배급사 담당자는 10대,20대들이 두려움을 잘 모르는 세대로 모험심이 강해 공포나 스릴러 영화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공포영화가 긴장과 스릴을 주기 때문에 쫄깃한 자극에 최고로 반응하는 10대들이 마치 놀이기구를 타는 것처럼 즐기는 것 같다는 거죠. 거기다 극장 안에서 함께 소리를 지르며 해방감을 느끼고, 친구들과 이야깃거리가 많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또 공포영화는 악령, 좀비, 흡혈귀, 또는 연쇄살인마를 다루거나 인간의 욕망, 사회적 금기를 다뤄 10대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아무튼 공포영화가 10대들에게 해방구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거 공포영화에서는 억눌렸던 것, 사회적인 금기가 공포의 실체로 귀환하기 때문에 몸은 이미 성인과 다름없지만, 사회적으로 금기된 것들이 많은 10대의 무의식을 자극하는 면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장균 : 공포스럽긴 하지만 새로운 것을 탐험하는, 도전하는 마음으로 즐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music / program ID)

이장균 : 영화를 보는 이유를 굳이 답하라고 하면 아마도 가상체험, 그러니까 영화 속에 몰입해서 내가 마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대리체험이랄까요, 대리만족을 해보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면 얘정물, 사랑의 감정이 많이 담긴 영화 같으면 몰입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어떤 비극적인 영화는 거기에 공감해서 함께 울기도 하고 이런 것이 어떤 대리체험이랄까 가상체험인데 공포영화는 공포를 체험하는 거죠.

굉장한 긴장감 속에 들어가서 공포를 즐긴다고 할까요.. 그래서 공포영화를 또 보게 됩니다만 북한주민 여러분들은 남한 주민들처럼 이렇게 자유롭게 많은 다양한 영화들 가운데 자신의 취향대로 선택해서 볼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없는 환경에서 생활하고 계신데요, 그러나 최근에는 몰래 북한으로 반입되는 USB나 알판, CD에 담긴 영화들을 그나마 볼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마 공포영화를 선택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밤에 몰래 보다가 비명 지르다가 잡혀가는 수도 있을 테니까요.

그렇지만 혹시 여러분이 장마당 같은 데서 구하려는 USB나 알판 영화 목록에 ‘곤지암’이라는 제목이 있으면 아~ 그때 들었던 그 영화구나 한번 생각을 하시고 공포영화를 체험해 보시고 싶은 분은 한번 시도해 볼만한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예전에 여러분이 보셨던 공포영화와는 분위기나 기법이 다른 영화니까 한번 보실 만한 영화일 것 같습니다.

김헌식 : 한국적인 특징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충분히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program title music)

이장균 : 김헌식의 열린 문화여행 오늘은 보통 여름에 개봉해서 화제가 되는 공포영화가 봄에 개봉돼 크게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곤지암’을 중심으로 얘기 나눠봤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학 김헌식 교수님 모시고 말씀 들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헌식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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