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중문화의 세계화

워싱턴-이장균 leec@rfa.org
2021-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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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중문화의 세계화 지난 2019년 BTS의 미국 공연 모습.
/AP

여러분 안녕하세요,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최근 한류의 열기가 뜨겁다 보니 문화, 관광 등 직접적 연관 산업 외에도 식품, IT, 자동차, 의류 등 제조업 전반에 파급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 한류의 시작과 중심에는 역시 우리의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노래 등 대중문화가 자리잡고 있는데요 오늘 열린 문화여행을 통해 최근 더욱 뜨거워지고 있는 한류의 이모저모를 진단해 봅니다.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방탄소년단, 한국영화 등 최근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적인 약진

방탄소년단(BTS)의 미국 빌보드 싱글차트 석권,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작품상 등 네 부문 수상, 영화 ‘미나리’의 골든글로브 수상과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 지명. 지난 1년여 새 한국 대중문화의 성취다.

2억명이 이용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넷플릭스에선 한국 SF영화 ‘승리호’가 글로벌 인기 순위 1위를 차지하고, ‘킹덤’과 ‘스위트홈’, ‘사랑의 불시착’ 등 한국 드라마들이 시청률 상위권을 휩쓸기도 했다.

특히...방탄소년단(BTS)...미국 빌보드 차트를 석권한 데 이어 지난달 미국 최고 권위의 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드’에서 단독 공연 무대를 가진 방탄소년단(BTS). 지난해 10월 신종 코로나 사태 와중에 BTS가 개최한 온라인 콘서트엔 전 세계 191국 100만명의 유료 관객이 모였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7일 공식 유튜브 채널 '방탄TV(BANGTANTV)'를 통해 온라인 스트리밍 축제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 21'(BTS LIVE STREAMING, 이하 '방방콘 21')을 개최했다.

'방방콘 21'은 제목 그대로 '방에서 즐기는 방탄소년단 콘서트'의 줄임말로 방탄소년단이 아미(팬클럽)를 위해 준비한 특별한 선물을 담은 언택트 공연이다. 특히 '방방콘 21'은 최대 동시 접속자수가 270만명을 웃돌았다고 알려져 방탄소년단의 글로벌 인기를 증명하기도 했다.

K팝과 한국 드라마·영화의 세계적 인기로 한국 대중문화의 위상 크게 높아져

BTS의 소속사 하이브(HYBE)가 세계 최고 팝스타로 꼽히는 저스틴 비버와 아리아나 그란데를 거느린 미국 미디어 기업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하고, 소니뮤직이 한국의 연예기획사 JYP와 손잡고 전원 일본인으로 구성된 K팝 스타일의 여성 아이돌 그룹 니쥬(NiziU를 출범시켜 ‘국민 아이돌’로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BTS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여성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는 멤버마다 3000만~5000만명의 소셜미디어 팔로어(follower)를 거느리며 전 세계 여성의 패션과 뷰티 트렌드, 즉 의상과 화장품계의 유행을 이끄는 초특급 영향력을 과시하는 ‘수퍼 인플루언서’로 등극했다. 한국 대중문화는 전 세계인이 즐기는 하나의 문화 장르로 인정받는다.

BTS의 소속사 하이브(HYBE)의 미국연예기업 인수, 한국대중문화의 세계시장 주류로 발돋움

미국의 굴지의 연예기업사 이타카 홀딩스를 10억5000만달러에 전격 인수하는 일도 벌어졌다. 세계 대중문화 산업의 본고장인 미국의 유명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한국 기업에 인수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위상이 높아졌다며 “K컬처(한국 문화) 산업이 세계 시장의 주류로 진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70년대 중화학, 1990년대 반도체에 이어 21세기 주도 산업인 콘텐츠 산업에서 한국의 영역 확장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이번 인수 대상에는 이타카홀딩스 산하에 스쿠터 브라운이 이끄는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제이 발빈, 데미 로바토 등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 ‘SB프로젝트’와 테일러 스위프트를 발굴해 사세를 확장한 레코드 레이블 ‘빅머신 레이블 그룹’도 포함된다. 이외 TV 및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콘텐츠 제작·유통사, 의류·뷰티 사업 등도 있다.

미국 연예기업의 인수는 연예 업계에선 물론 국가적 차원에서도 의미가 있다. 본국이 주체가 되어 자국 문화와 비즈니스를 선진국에 수출하는 등 판도를 뒤집은 첫번째 계기로 한국의 대중문화 관련 비즈니스가 세계 연예산업의 주류로 자리 잡을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라는 평가이다

기존 연예기획사와는 다른 길을 걷고 있는 방탄소년단 소속사 ‘하이브’

하이브의 강점은 확고한 지지층인 팬덤을 기반으로 한 전 세계적인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Weverse)’에 있다. 하이브가 2019년 선보인 위버스는 아티스트가 직접 사진을 올리고, 팬과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아티스트 관련 물품이나 유료 관련상품들도 판매한다. 그룹과 지지층들이 모여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다.

위버스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지난해 하이브의 총매출액 7억 달러 중 41% 가량인 3억 달러를 책임졌다 한국의 대중문화 산업은 이제 전 세계 연예산업을 당당히 선도하는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미국에서의 K팝 소비 폭발적으로 급증

실로 미국에서의 K팝 소비는 지난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영향으로 대면 이벤트가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폭발적으로 급증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음반류 수출금액은 지난해보다 94.9% 증가했다.

가장 가파른 증가율을 보인 국가는 미국이다. 전년 동기 대비 117.2%가 뛰어 수년째 수출액 2위를 차지하던 중국을 추월했다.

이에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일제히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그동안 원더걸스를 시작으로 싸이, 2NE1 씨엘 등이 미국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오르며 K팝 역사에 유의미한 기록을 남겼다. 이제는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인기 K팝 그룹들이 연일 신기록 소식을 전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국내 음원차트에서만 가능할 줄 알았던 '롱런'(인기순위에 장기적으로 머무는)을 빌보드에서도 이뤄냈다. 최근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32주 연속 인기순위 안에 머무는데 성공하며 종전 한국 가수 최장 기록(31주)을 보유 중이던 싸이를 8년 만에 넘어섰다.

그 뿐만 아니라 몬스타엑스, 스트레이키즈, 에이티즈 등 다수의 아이돌 그룹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카카오와 스포티파이의 유통 계약이 끝나 해외 스포티파이에서 일부 K팝 음원이 제공되지 않았을 당시, 트위터상에서는 "당장 K팝을 내놓으라"는 해외 팬들의 원성이 끊이지 않았다. 미국 길거리에서 여러 차례 외면을 당하면서도 전단지를 돌리던 때를 떠올려보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시장에서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약진은 각종 통계 수치에서도 확연히 드러나

현재 K팝과 한국 영화·드라마를 즐기는 소비자(팬)는 2억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지난해 집계한 세계 98국의 한류 온라인 동호회 회원만 1억478만명에 달한다.

2015년의 3560만명에서 5년 만에 3배가 된 것이다. K콘텐츠 산업의 해외 시장 규모(수출액 기준)도 2015년 57억달러에서 2019년 100억달러로 4년 만에 약 2배가 됐다.

K팝 음반은 글로벌 음반 시장의 불황 속에서도 홀로 선전 중이다. IFPI(국제음반산업협회)는 “2013~2019년 글로벌 음반 시장 규모가 연 평균 5.7%씩 감소했지만 K팝 음반의 판매량은 연평균 28%씩 성장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한국의 디지털 콘텐츠 시장 규모는 미국·중국·일본·영국에 이은 세계 다섯째 규모로 성장했다.

포브스(Forbes) 등 미국 유력지의 한국 대중문화 산업에 대한 평가도 수직 상승

미국의 유력경제전문지 포브스는 “K팝이 서구의 음악 팬들이 비서구권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꿨다”고 했고, 영국 월간지 모노클(Monocle)은 “한국 음악과 영화, 드라마가 한국의 강력한 소프트파워가 됐다”고 했다.

미국 연예매체 더할리우드리포터는 “한국은 세계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새로운 힘”이라고 평가했고 모노클지는 “한국이 엔터테인먼트 혁신에 새로운 기준을 세웠다”고 평가했다.

한국의 대중문화, K컬처 산업의 경쟁력이 새로운 ‘혁신 모델’로 주목받으면서 미국의 콧대 높은 연예기업들까지 인수하면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혁신적 경쟁력의 바탕은 디지털 경쟁력

전문가들은 한국대중문화의 세계적인 경쟁력은 우선 철저히 디지털화한, 즉 혁신적인 전자기술을 바탕에 두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K팝과 드라마·영화 모두 기획 단계부터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홍보와 소비자(팬덤) 확대가 우선된다. 수익화 역시 인터넷 산업의 다양한 공짜 비즈니스 모델을 충실히 따른다.

4K급 초고화질 뮤직비디오, 음악동영상도 음반 발매와 함께 인터넷상에 완전 무료로 공개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조회수 1회당 수익은 1~5원에 불과하지만, 1억회의 시청이 쌓이면 약 4억원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철저히 디지털과 결합한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경쟁력을 미국의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참고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또 다른 혁신 경쟁력은 ‘글로벌리즘(Globalism·세계화 추구)

인적 자원부터 그렇다. K팝의 경우 2010년대 이후 외국인 아티스트의 영입이 일반화됐다. EXO와 2PM, 슈퍼주니어,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 주요 아이돌 그룹이 대표적이다. 스타뿐만이 아니다. SM엔터테인먼트는 1998년부터 해외 작곡가를 영입, 최근에는 400여 명 이상의 해외 작곡가를 관리하면서 매달 수백 곡의 샘플곡을 받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의 핵심 프로듀서 테디는 미국 교포 출신이다.

한국의 연예기획사들을 사전 기획 단계부터 해외 판권 판매를 목표로 철저히 준비한다. 이는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정체성이자,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핵심 경쟁력이 됐다.

특히 일본과 중국 등 해외시장에서 현지 소비자의 이질감을 낮추는 데 크게 기여한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것을 소개하면서, 사람들이 이미 익숙한 것들을 끌어들이는 전략”이라고 평한다.

한국 드라마·영화의 매력은 강렬한 영상미와 긴장감

한국 드라마·영화의 특징은 강렬한 영상미와 변화무쌍한 스토리 전개에서 오는 긴장감이다. K팝도 마찬가지로 멜로디의 고조가 분명하고, 한 곡 안에서 스타일(장르)과 리듬이 변화를 거듭한다. 뮤직비디오는 한 1초도 정적인 장면이 없을 만큼 역동적이다.

때로 상식을 한참 벗어난 ‘막장 드라마’나 사이코, 초능력, 북한과 같은 독특한 소재를 활용해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식도 중독성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저비용·고효율로 제작하는 방식도 주목 받아

극단적 효율성의 제작 문화 이런 방식이 뿌리내리며 형성된 한국 대중문화 산업의 독특한 스타일이다. 1990년대 이후 작은 한국 시장을 놓고 대형 방송사와 케이블 채널 등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인 영향이다.

K팝의 제작 시스템도 다르지 않다. 아이돌 그룹의 경우 2000년대 초부터 SM과 DSP, JYP, YG 등 대형 기획사 간 경쟁이 고조되면서 외모와 노래뿐 아니라 완벽한 군무까지 요구하는 높은 잣대가 자리 잡았고, 4~5년간 인재 육성(트레이닝) 과정이 일반화했다. 연예 기획사는 체계적 A&R(아티스트 발굴·육성) 조직을 통한 트레이닝 시스템의 ‘공정화’도 실천했다. 연습생들은 고난도의 트레이닝 속에서 지속적인 경쟁을 통해 극소수만 데뷔하는 ‘초 경쟁 시스템’에 길들여진다.

자만하지 말고 더 좋은 작품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이렇게 K컬처 산업, 한국의 대중문화 산업이 여러 혁신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대중문화 산업이 따라하고 싶은 벤치마크 대상까지 됐지만, 한국 대중문화가 세계적 ‘주류’가 됐다고 보기는 아직 성급하다는 분석이 많다.

“지금은 잊힌 일본 영화와 스웨덴 팝이 각각 1950~1960년대, 1970년대에 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나라의 특정 문화 상품이 세계적 이목을 끌면 그 나라의 문화 예술 전체가 상당 기간 ‘글로벌 트렌드’, 세계적 유행이 되는 것이 상례라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시장을 뚫고 들어가는 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K팝과 한국 드라마·영화를 이민자와 소외된 청소년의 문화로 폄하하는 분위기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K컬처가 글로벌 대중문화 산업의 주류로 자리 잡으려면 이른바 ‘K’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 대중문화의 성공은 산업적 경쟁력이 높아서이지, ‘한국적’이어서 성공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 “자꾸 ‘한국적’이라는 부분만 강조해 흥행만 했다 하면 ‘K’를 갖다 붙이지만 이는 외국인에게 반감만 사고,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과 함께 “반도체, 자동차, 조선처럼 우리나라가 잘하는 산업 중 하나로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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