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피서 문화

워싱턴-이장균 leec@rfa.org
2018-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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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명시 가학동 광명동굴을 찾은 어린이들이 시원한 동굴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 가학동 광명동굴을 찾은 어린이들이 시원한 동굴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자연의 무더위, 자연의 방식으로 대처한 조상들의 슬기

-조선시대 여성들 책 빌려보며 더위 잊기도

-한옥마을, 한국민속촌 찾아 조상들의 피서방법 체험도 인기

-동굴, 고지대 등 이색지대 찾는 피서객들

-더위 피해 집안에 머물며 ‘방콕 장보기’ 하는 이들도 많아 온라인 관련업계 판매 급증


(program title music)

이장균 :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헌식의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한반도가 불덩이가 됐다, 펄펄 끓는다 이렇게 표현할 만큼 거의 재난 수준의 폭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폭염으로 인해 사망자도 늘고 있고요, 온열환자들도 속출해서 그야말로 재난이 맞는 것 같습니다.

한반도 뿐만 아니라 지구촌 북반부 전체가 최강의 폭염에 휩싸여 있다고 하는데요, 남한주민들은 물론이고 북한주민 여러분들도 아주 힘든 여름을 보내고 계실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더위로 인한 인명피해가 없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오늘 열린 문화여행은 더위 얘기로 함께 하겠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김헌식 : 네, 안녕하세요?

이장균 : 대단합니다. 무더위가.. 100년만의 더위라는 얘기도 있고.. 근래 이런 더위는 본적이 없다는 얘기도 들립니다만 더위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는 과정에서 그냥 담담하게 피서 얘기하기가 조금은 조심스럽기도 한데요,

그러나 우리가 지혜롭게 이 더위를 이겨내자는 뜻에서 오늘 더위 얘기를 함께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정말 이 더위를 어떻게 견뎠을까.. 신기한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만 나름대로 슬기롭게 자연에서 오는 더위를 자연의 방법으로 극복해낸 조상들의 슬기가 느껴지죠?

자연의 무더위, 자연의 방식으로 대처한 조상들의 슬기

김헌식 : 그렇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1824년 여름에 쓴 ‘소서팔사'란 시에는 여덟 가지 피서법이 소개되어있습니다. 대나무자리를 깔고 바둑 두기, 소나무 숲에서 활쏘기, 빈 누각에서 투호놀이 하기,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비 오는 날 시 짓기, 탁족 하기입니다.

8가지 모두가 자연을 활용한 피서법으로서 피할 수 없는 더위를 오히려 자연을 통해 즐긴 피서법이죠. 차가운 물에 발을 담그고 준비한 삼계탕을 먹거나 붕어나 메기 같은 물고기를 잡아 어죽을 끓여 보양을 했습니다. 또 독서로 한 여름에 피서를 하는 법, 그래서 숙종 때 뛰어난 유학자였던 윤증 선생은 이런 시를 지었습니다.

‘구름은 아득히 멀리 있고 나뭇가지에 바람 한 점 없는 날 누가 이 더위를 벗어날 수 있을까, 더위 식힐 음식도 피서도구도 없는데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는 게 제일이구나.’이런 시를 통해 피서법으로 독서를 권하기도 했는습니다.

이렇게 나무 그늘이나 정자에서 독서를 하는 방법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사실 출판계에서는 일년 열 두 달 중에 가장 책이 많이 나가는 때가 여름이라고 합니다.

여름에 더울 때 돌아다닐 수가 없기 때문에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는 분들이 많아서 오히려 여름에 책을 많이 사고 읽는다고 합니다.

이장균 : 저도 어릴 때 무더운 여름날 계곡을 찾아서 그 차가운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 머리 끝까지 온 몸이 시원해지던 기억이 납니다만 요즘의 에어컨 바람과는 비교할 수 없는 시원함이죠.

이렇게 자연과 더불어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는 것 만으로도 시원해지는 또 숲속에 앉아서 혹은 조용한 방에 앉아서 책을 읽는 피서방법.. 이런 게 모두 마음의 어떤 여유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아요. 요즘처럼 빨리 빨리 늘 급한 생활과는 맞지 않는 분위기인데요, 그만큼 옛날 사람들은 마음의 여유가 많았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반면에 우리 조상들은 밖에서 밭일도 하고 논일도 해야 하고 땡볕을 그대로 견뎌야 하는 매일 매일의 생활이 많았는데요, 특히 여자분들은 격식이 엄격해서 옷도 함부로 벗고 다닐 수도 없어 꽉 끼는 옷들을 입고 집안살림도 해야 하지만 논밭 일도 해야 하는 그런 어려운 생활 속에서 어떻게 그 무더운 여름을 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그나마 더위를 모면할 수 있는 그런 것들도 있었다고요?

조선시대 여성들 책 빌려보며 더위 잊기도

김헌식 : 한 여름에도 속바지를 겹겹이 입고 지내야 했던 옛날 여성들이 한여름 무더위의 고통에서 해방되는 날이 음력 6월15일 유두 날이었습니다.

유두는 흐르는 물에는 머리를 감는다는 뜻으로 이 날은 동네여인들이 개울가에 모여 머리를 감고 멱을 감으며 놀 수 있는 날이었는데요, 조금은 여성들의 노출이 허용되는 날이다 보니 남성들이 훔쳐보는 진풍경도 있었습니다.

한편 최근에 알려진 바로는 조선시대 여성들이 독서로 여름을 났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18세기 후반에 생긴 세책점은 다양한 책을 구비해 놓고 돈을 받고 빌려주는 곳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지금으로 보면 도서대여점에 해당합니다.

당시 이 세책점에는 연애소설도 많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물론 연애소설뿐만 아니라 당대 인기 있던 영웅소설과 고소설 등이 구비돼 있었는데 한때 세책점에서 대여해주는 책이 100여 종 수천 책에 이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여름에는 시집에서 친정집을 다녀 오게 했는데 친정에 갈 때 여성들이 그 당시 인기 있던 책을 대여해서 집에서 읽으면서 더위를 쫓았던 얘기들이 실제로 전해오고 있습니다.

당시에는 한글 창작소설들이 많이 나왔고요 일부 국문학자, 문헌학자들은 전 세계에서 이렇게 소설이 많이 창작되고 유통되고 읽힌 곳은 조선이 유일하다고 주장하고 있기도 합니다.

(music / program ID)

이장균 :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여러 군데서 나타나고 있는데요, 인공적인 그런 것 보다는 자연의 이치를 잘 살려서 슬기롭게 살았던 모습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 것들이 우리 옛 가옥을 보면 과학적으로도 잘 지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서울의 남산골 같은 데 가면 우리의 옛 한옥들이 잘 보존돼 있고 또 옛날 마을의 모습을 재현해 놓은 한국민속촌도 있지 않습니까? 이런 곳들을 찾아 옛 조상들의 슬기로운 피서를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고요?

한옥마을, 한국민속촌 찾아 조상들의 피서방법 체험도 인기

김헌식 : 그렇습니다. 남한골 한옥마을은 한양 안에 있었던 한옥들을 옮겨서 하나의 마을을 만들어 놓은 곳인데요, 더위에 지친 시민들의 '낮잠 장소'로 개방을 한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한옥 만화방이 있어서 만화책을 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다고 하는데요 다음 달 31일까지 이곳을 찾으시면 선조들의 여름 필수품인 죽부인, 시원한 모시 베개, 이불이 놓여있는 대청마루에서 낮잠을 자는 '오수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또 얼음을 동동 띄운 식혜 같은 시원한 전통 음료도 제공되는데 이용 요금은 3천원, 3달러 정도 되는데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주 수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운영된다고 합니다.

사실 남산골한옥마을이 들어선 필동 지역은 조선시대에 계곡과 천우각 등이 있어 선비들이 피서 겸 놀이를 했던 장소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리고 한국민속촌 같은 경우에는 양반층인 4대부보다는 일반 서민들의 마을 중심으로 꾸며놓은 곳인데요,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대규모 물놀이, 조선시대 피서법, 다채로운 공연 관람 등을 통해 여름 나기 피서법을 전수한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피서법 프로그램 중 하나인 '선비들의 여름 따라잡기'는 다산 정약용의 소설팔사에서 제시된 탁족체험, 매미소리 듣기, 그네타기 등 선조들의 무더위 극복법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또 이번 행사에서는 무더위 극복에 도움 되는 공예품 만들기 체험도 마련되는데요, 공예품 만들기 체험은 대나무 물총, 전통부채 등을 직접 제작하고 하나 밖에 없는 나만의 공예품을 기념 소장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피서와 피서에 관련된 용품들까지 체험할 수 있도록 행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장균 : 흔히 여름에 피서하면 바다, 산, 강, 계곡.. 이런 곳으로 떠나는 것만 쉽게 생각하게 됩니다만 막상 다녀오면 너무 많은 인파 속에 고생만 하다 왔다는 분들도 많죠.

이렇게 우리의 옛 선조들이 더위를 피했던 여러 가지 슬기로운 방법들을 직접 체험해 보면서 자연을 벗삼아 혹은 책을 벗삼아 아니면 공예 같은 것에 몰두해 보면서 땀방울을 흘려 보는 것도 의미 있는, 슬기로운 여름 나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저런 피서방법이 있지만 그래도 가장 많이 찾고 가보고 싶어 하는 곳은 바다 같아요, 해수욕장.. 잠시 노래 한 곡 듣고 말씀 이어가겠습니다. 신나는 해변으로 떠나 보시죠. 쿨이 노래하는 ‘해변의 여인’입니다.

(music : 해변의 여인 / 쿨 + program ID)

이장균 : 김헌식의 열린 문화여행 오늘은 정말 근래 보기 드문 폭염이 계속되는 날씨 속에서 더위 얘기, 피서얘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져 연일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는데요,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찾는 바다나 강, 계곡 같은 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주 특별한 '이색 피서지'를 찾아 다니며 다양한 방법으로 더위 탈출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있다고요?

동굴, 고지대 등 이색지대 찾는 피서객들

김헌식 : 네, 국내에서 유일하게 도심 속에 자리 잡은 강원 동해시 천곡동굴이 화제를 모으고 있는데요,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며 낮 기온이 37도, 38도를 넘어서는 바깥 세상과는 달리 동굴 속은 14도고요, 좀더 안으로 들어가면 12도까지 내려갑니다.

이처럼 바깥온도와 20도 이상 차이를 보이면서 긴 옷을 입은 피서객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하는데요, 심지어는 시원하다기 보다는 춥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합니다.

이곳을 자주 찾는 주민들은 바닷가에 가면 오히려 덥고 모래도 묻고 귀찮은데 여기오면 시원하고 깨끗해서 좋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또 경기 광명시 광명동굴을 찾는 발길도 많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광명동굴 내부는 외부 기온이 아무리 높아도 항상 섭씨 12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요즘에는 이 동굴 안에 와인, 즉 포도주를 보관해서 와인을 즐길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하고 각종 문화공간도 마련해서 성공사례로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인데 지난 일요일에는 1만3천여명이 광명동굴을 찾아 더위를 달랬고요, 평일에도 줄잡아 2천∼5천명이 찾고 있다고 합니다.

야간개장 기간 매주 금•토요일 오후 6시부터는 광명동굴 빛의광장에서 하루 한편씩 영화도 상영한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해발 800여 미터에 있는 옛 대관령휴게소도 이색 피서지로 명성이 높습니다. 800m가 넘는 해발고도에서 불어오는 백두대간의 시원한 바람 탓에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명당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도심 속 더위에서 탈출한 피서객들로 붐비고 있습니다.

옛 대관령휴게소 광장은 마치 야영장처럼 곳곳에 캠핑카와 텐트가 자리 잡고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저녁이 되면 기온이 20도 안팎으로 떨어져 두꺼운 이불과 전기장판까지 준비하고 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이장균 : 그야말로 폭염이 접근할 수 없는 특별한 지역들이 있군요. 이렇게 야외로 또 특별하게 시원한 이색장소를 찾는 경우도 있지만 이 더위에 나가가 싫다.. 힘들다.. 이런 분들은 흔히 말하는 방콕.. 태국의 방콕이 아니고 방에 콕 들어박혀 있다는 뜻이죠.

더위 피해 집안에 머물며 ‘방콕 장보기’ 하는 이들도 많아 온라인 관련업계 판매 급증

그래서 아예 밖을 나가지 않고 집안에 머물면서 더위를 식히는 분들도 있는데요, 그러다 보니 집에서 뭔가 시원한 걸 많이 찾게 되겠죠?

김헌식 : 그렇습니다. 날씨가 더워지니까 좋아하는 곳은 온라인 쇼핑업체입니다. 집에서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주문해서 배달을 시키는 거죠. 즉석식품부터 신선식품까지 가리지 않고 50퍼센트 가까이 늘어난 사례도 보이고요, 쿨링 제품, 그러니까 시원하게 해주는 제품 중에 휴대용 손선풍기가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올해는 56퍼센트 정도 매출이 늘었다고 합니다.

또 얼굴이나 목 등에 붙이는 1000원짜리 다이소 쿨링 시트, 붙이면 굉장히 시원해 지는 이 제품은 지난 한 주 동안 1000개씩 팔리며 대박상품이 됐습니다.

그 외에도 1인용 냉온수 매트라든지 물놀이용품 등도 200퍼센트 가량 넘게 판매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관련업체들은 온라인에서 물놀이, 레저 아웃도어제품, 그러니까 많은 피서용품들을 아주 저렴하게 판매하면서 대목을 보고 있어서 한쪽에서는 더위 때문에 굉장히 어려워 하는데 관련 용품을 파는 한쪽은 웃음짓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장균 : 네, 북한에서도 사실 평양 같은 데서는 손전화를 통해 주문을 하면 배달을 해준다고 하죠. 왠만한 생활용품은..

이제 남한의 경우를 북한주민들이 보시면 아시겠습니다만 집에서 컴퓨터나 손전화를 통해 주문하는 양이 해마다 엄청나게 늘고 있어서 북한도 앞으로 중국이나 베트남 같은 다른 나라들처럼 개방이 되기 시작하면 상점에서 장사를 하는 것도 처음에는 계속되겠지만 이렇게 컴퓨터 온라인, 손전화 등을 통해 주문하는 이런 것이 굉장히 빠르게 북한도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런 쪽도 많이 관심을 가져 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program title music)

이장균 : 누군가는 그렇게 얘길 하시죠. 겨울은 춥고 여름은 더워야 하는 게 자연의 올바른 법칙이고 질서다.. 여름의 강한 햇볕 속에서 사람들은 좀 더울지 몰라도 곡식들은 알차게 여물고 과일은 단맛이 더해진다.. 이렇게 얘길 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너무 지나치면 문제가 되는 게 아니겠습니까? 요즘 더위처럼..

김헌식 : 그렇습니다.

이장균 : 폭염이 계속되는 날들 속에 더 이상 귀중한 인명 피해라든가 온열병으로 인해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김헌식의 열린 문화여행 오늘은 최근 계속되는 폭염과 관련해 더위, 피서에 관해 얘기 나눴습니다.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학 김헌식 교수님 함께 해주셨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헌식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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