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방(집을 소재로 한 방송) 전성시대

워싱턴-이장균 leec@rfa.org
2020-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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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건축 탐구 집’의 한 장면.
EBS ‘건축 탐구 집’의 한 장면.
/EBS TV 캡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얼마 전 이 시간을 통해 먹는 방송, 먹방에 대해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오늘은 집방을 소개해 드립니다.

집방은 집을 소재로 한 방송이라는 뜻입니다. 먹방과 함께 요즘 집에 대한 방송이 인기를 끄는 배경은 무엇인지 또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는지

오늘도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 모시고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의식주, 북한에서는 식의주라고 합니다만 세 가지 가운데 주, 거주할 자신의 집을 갖는 것은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의 기본 관심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만

최근에 인기를 끄는 먹방처럼 이번에는 집방이라는 이름으로 집에 대해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코로나 사태로 집에 갇혀 지내고 있는 현재의 상황과 무관해 보이지 않네요?

*‘집방’ 코로나 19 상황과 맞물려 호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면서 ‘집’의 의미가 더욱 커진 데서 이유를 찾을수 있다. 집 콘텐츠는 그동안 인테리어나 경제 채널의 단골 소재였지만 요즘처럼 주요 채널에서 주류가 된 적은 드물었다.

집의 가치를 가격과 면적으로 평가하던 인식에서 벗어나 집이라는 공간 자체에 주목하는 흐름은 코로나19 상황과 맞물리면서 집이 지닌 의미를 변주하기에 이르렀다. 집은 인간과 밀접한 터전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은 집을 곧 자기 자신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실내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이라는 공간의 소중함이 한층 깊어진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집은 주거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가장 안정적인 재테크 수단으로서 존재한다. 이런 환경 속에서 ‘집’에 대한 로망은 ‘살기 좋은 곳’이 아닌, ‘사고팔기 좋은 곳’으로 제한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사는 공간으로서의 집’에 주목한 TV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20년 전 MBC 예능 프로그램 ‘신동엽의 러브하우스’ 집방의 시초

허름한 집들을 재건축 (리모델링) 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의뢰인들은 리모델링된 집을 보고 놀라며 기뻐했다.

특히 취약계층의 주거 공간을 자주 다뤄 공익적 의미의 방송으로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러브하우스’는, 한국 최초로 '집'을 소재로 삼은 예능이었다.

이후로 집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들은 자주 등장했다. tvN이 시도했던 ‘렛미홈’이 그랬고, JTBC ‘내 집이 나타났다’도 주거 예능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집방(집을 다룬 방송)'의 시초가 그랬듯, 주거 공간의 재편을 통해 일상의 배경을 바꾼다는 취지의 프로그램이었다.

현재 인기를 끄는 '집방'은 거주의 의미를 넘어 재미와 치유, 놀이의 공간으로


그간 집방은 꾸준히 예능에서 사랑받는 소재로 사용됐다. 일반 가정집을 리모델링 해 탈바꿈 시켜주는가 하면, 다인, 다가구의 셰어하우스나 1인 가구 등 변화하는 주거문화를 조명하는 예능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올해 코로나19라는 위기를겪으며 ‘집’이라는 공간의 의미도 더욱 확장되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야외 활동이 어여워지면서 ‘집콕족’이나 ‘홈하비족’(집+취미)을 겨냥한 집방이 주목받고 있다”며 “이젠 집이란 공간이 거주의 의미를 넘어서 재미와 힐링 그리고 놀이의 공간으로 재구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라, 심리와 취향, 생활방식이 반영된 공간으로서의 집을 소개하는 방송이 등장했고, 정리나 살림등 일상적인 생활에서 자기계발의 실마리를 찾는 흐름도 생겨났다.

코로나19 시국에서 그 시도들은 더 다양해졌다. 외부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 '집'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재미와 정보를 갖춘 프로그램들이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몇년간 예능의 대세였던 '쿡방'까지 밀어내고 예능가 안방을 차지한 최근의 집방들은 집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과 집과관련된 과제를 다채롭게 담아 보여준다.

MBC ‘구해줘 홈즈’는 연예인이 발품을 팔아 의뢰인의 집을 찾고, EBS ‘건축 탐구 집’은 집과 사람, 공간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이다. 최근 2부작 파일럿으로 선보인 SBS ‘나의 판티집’은 제목 그대로 꿈속의 집을 구현했고, tvN ‘신박한집’은 '집콕 생활'에 유용한 정리 노하우를 전달한다.

'집방'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도 좋은 편이다. ‘구해줘 홈즈’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이고, 2부작 파일럿으로 제작된 ‘나의 판타집’도 좋은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다양한 가족의 구성이 흥미 끌어

요즘 집방 프로그램은 부모와 아이로 이뤄진 3~4인 가족에 국한되지 않는다. 작업실을 공유하고 각자의 생활 공간은 따로 두려 하는 친구들, 혼자 살 수 있는 월셋집을 찾는 직장인, 반려묘들과 함께 살아가는 부부 등 가구의 구성도 다양하다.

침실 2개, 주방 1개, 화장실 1개가 아니라, 고양이들의 놀이터나 공유 사무실 공간이 존재해야 한다는 필요. 그것이 이 프로그램 속에 등장한다. 의뢰인들의 욕구를 집을 찾는 데 반영하면서, 다양한 삶의 방식을 담아내는 장소로 집이 변주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바퀴달린집'은 말 그대로 바퀴가 달린 집을 타고 전국을 유랑하며 소중한 이들을 초대해 하루를 살아보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성동일과 김희원, 여진구를 중심으로 하지원, 엄태구, 아이유 등의 게스트가 연이어 출연하며 매회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집에 대한 꿈, 환상을 현실과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

SBS의 2부작 ‘나의 판타집’은 제작진이 프로그램을 '거주감을 체험하는 관찰 예능'이라고 표현한 이유는출연진들의 꿈을 현실화시켜주면서도, 그 집에서 현실을 마주할 때의 문제를 함께 다뤘기 때문이다.

단순히 연예인들의 휘황찬란한 집을 보여주던 과거 프로그램과 달리, 실제 집이라면 고려해야 할 가격, 관리비, 난방 등의 요소를 살펴볼 수 있게 하면서 현실적인 논리를 첨가했다.

제작진은 “집이라는 공간에서 실제 가족이 생활하면 공간과 사람이 어떻게 유대하고 연결되는지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용적이면서 공감되는 정보를 전해주는 집정리 프로그램도 인기

코로나19로 인한 '집콕 시대'의 도래는 '정리'라는 과제를 끌어냈다. 많은 시간을 집에서 보내게 되면서 '집에 있어야 할것'과 '없어도 될 것'을 구분하게 됐고, 정리를 통해 많은 공간을 확보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tvN ‘신박한 정리’는. 버리는 것에 대한 조언에서 그치지 않고, 전문가가 매회 실용적인 정리 비법을 풀어놓는다. 가구 배치와 공간 활용에 대한 요령을 알려주고, 손잡이 달린 봉투를 정리함으로 활용하는 소소한 방법을 가르쳐준다.

과거부터 쌓인 물건을 정리한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시간을돌아보는 것이기도 하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의뢰인들의 이야기도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볼거리가 된다.

“프로그램 ‘신박한 정리’ 를 보고 집 정리를 했다”는 시청자들도 많아

요즘 집에 대한 프로그램, 집방은 얼마나 효과적이고 마음에 와 닿는 정보를 전달하는지가 중요하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하기도 어려운 지금, 집을 뜯어고치는 것보다 지금 거주하고 있는공간을 정리하고 쾌적하게 만드는 것이 시청자들에게 훨씬 현실적으로 다가온다는 얘기다.

‘신박한 정리’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반사효과를 누렸다. 네이버 등 인터넷 검색에서는 ‘정리’라는 단어 검색이 크게 늘었다. 집안 곳곳 가득 찬 물건을 비우고 재배치하고 정리하면서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뜻이다.

자연을 찾아 가는 집 이야기를 다룬 방송 프로그램도 인기

'집콕'과 답답한 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힐링(치유)을 필요로 한다. 대부분 힐링을 하기 위한 요소 중 하나로 '자연'을 떠올린다. 그런데 코로나19 시국에는 밖에 나가기도 망설여진다. 공원과 산 등 야외 공간에서도 많은 사람을 마주칠 수밖에 없다.

개인적으로 누릴 수 있는, 자연 공간이 없다. 이 때문에 자연을 접할 수 없는 집 안에서, 사람들의 눈은 자연을 찾아 움직이는 집으로 향했다.

도심 속에서 자연을 접할 수 없다면 자연을 스스로 찾아가겠다는 작고 이동이 가능한 집, 그것을 tvN 예능 ‘바퀴 달린 집’은 보여줬다.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타이니하우스'라는 것을 소재로 했는데, 최소화된 면적에 생활 공간을집약시킨 이동식 주택을 일컫는다. 그러면서 이동식 소형주택이 겪는 어려움도 그대로 표현했다. 그곳에서 살아보는 재미와 불편함을 동시에 보여주고, 이동하며 사는 삶이 주는 낭만을 그리면서 호평받았던 이 프로그램은 얼마 전 종영했다. 외출과 여행이 자유롭지 못한 지금의 상황에서 ‘바퀴 달린 집’은 앞마당의 자연을 보듯 갇혀있는 답답함을 달래며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차에서 숙박하는 ‘차박’ 다룬 예능 프로그램도 눈길 끌어

최근 시작한 KBS 의 ‘나는 차였어’ 프로그램은 ‘차박(차에서 하는 캠핑)’을 보여준다. 비대면 시대에 타인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기만의 사적인 공간을 원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추세를 방송에 담았다.

야외에서 차에서 숙영하는 '차박 캠핑'을 위한 캠핑카의 모든것을 알려준다는 목표로 출발했다. '바퀴달린집'과 달리 특별한점은 단순한 예능으로서의 요소 외에 실제 적용 가능한 정보와 요령을 전해준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소형차를 개조해 캠핑카를만드는 사례를 살펴보는가 하면, 개조에 대한 비용까지 자세히 전해준다.

시골에서의 한달 살이 프로그램 ‘여름방학’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자연경관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텃밭에서 딴 토마토와 바질로 샐러드를 만들고, 명상 도구 소리를들으며 휴식을 취하고, 떡볶이를 만들어 먹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보내는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해 주고, 집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보여준다.

모두가 갖고 있지만 생활과 가사, 육아, 다양한 업무로 인해 누릴 수없었던 '집=휴식'이라는 기본적인 정서를 대리만족을 통해 느끼게 한 것이다.

마치 여름방학을 즐기듯 동해안 속초의 아담한 집에서 한 달 동안 살아보는 형식이다. 여행이 아닌 거주의 의미로 ‘여름방학’을 해석할 수 있는 이유는 한 달이라는 기간에 있다. 몇 해 전부터 관심을 모으고 있는 ‘한 달 살기’ 형식을 차용한 방식이다

요리와 집을 잇는 '집쿡방'도 등장

비대면으로 쌍방향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집은 시청자 참여의 공간으로도 변하고 있다. 지금의 쿡방은, 셰프(유명 요리사)들이 나와 경연 방식으로 요리를 펼치고, 화려한 한식이 식탁을 수놓았던 쿡방들과 조금 다르다. 시청자가 참여하게끔 유도하고, 그 참여의 배경은 집이 된다.

올리브 ‘집쿡 라이브’는 TV와 온라인을 통해 실시간으로 요리 수업을 생중계해, 시청자들이 집에서 괴외를 받는 느낌으로 요리에 참여하게 했다.

시청자들이 각자의 집에서 출연자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요리를 배울 수 있게 한 MBC ‘백파더: 요리를 멈추지마’도 등장했다. 이런 쿡방의 변신은 단순히 화려한 집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정리 방법과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팁을 제공하는 집방의 변주와 맥락을 같이한다.

코로나19 시국에, 많은 사람들이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집'이라는 공간과 '참여'라는 방식은 이제 방송 프로그램들이 필수적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는 요소가 됐다.

코로나 19로 집에 대한 새로운 의미 찾는 계기

먹거리 일색이던 예능 제작 경향이 주거로 옮겨가고 있다. 집 구하기부터, 주거 공간, 부동산 관련 토크까지 이제는 예능에서 만난다.

사실 집은 모두에게 반드시 필요한 곳이자, 많은 이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코로나 19 장기화 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집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집을 다룬 연예 프로그램을 통해 집을 둘러싼 환경이나 천차만별인 조건보다도 실질적인 삶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들여다보 또 ‘집’에 대한 새로운 의미와 재미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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