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 ‘지옥‘, ‘오징어 게임’ 이어 전 세계 인기
2021.11.24

여러분 안녕하세요, 열린 문화여행 이 시간 진행에 이장균입니다.
전 세계 한국 드라마 열풍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에 이어 이번엔 ‘지옥’ 이라는 드라마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습니다.
과연 한류열풍의 중심에서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우리 한국 드라마의 위력이 대단합니다. 오징어 게임의 뒤를 이어 세계적인 영상 보급사인 넷플릭스에 공개 된 지 하루만에 1위에 오른 드라마 ‘지옥’이 또 전 세계에 얼마나 큰 열풍을 일으킬 지 주목됩니다.
오늘 자세한 관련 소식 알아봅니다. 문화평론가이신 동아방송예술대 김헌식 교수님 모셨습니다.
공개되자 마자 하루만에 넷플릭스 시청률 1위
21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난 19일 첫 공개된 '지옥'은 한국을 비롯해난 20일을 기준으로 ‘지옥’은 한국, 바하마, 바레인, 벨기에, 홍콩, 인도네시아, 자메이카,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모로코, 모리셔스, 나이지리아, 필리핀, 폴란드, 카타르, 루마니아,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폴, 남아프리카공화국, 타이, 트리니나드토바고,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멕시코 등 24개 국가에서 1위에 오르는 등 전 세계 24개국에서 정상을 차지했다.
영화데이터베이스 사이트 IMDB에서는 10점 만점에 7.3점을 기록 중이다. '지옥'이 공개됨에 따라 지난 9월 공개돼 무려 2개월(9주) 넘게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킨 '오징어게임'은 다시 2위로 순위가 내려앉았다.
플릭스패트롤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와 부문별로 나눠 24시간 동안 시청률을 집계해 하루 단위로 시청 순위를 공개하고 있다. 이 순위에서 한국 콘텐츠가 넷플릭스 공개 하루 만에 시청 순위 1위를 차지한 것은 '지옥'이 처음이다. 지난 9월 21일 공개 닷새 만에 1위에 오른 '오징어 게임'의 기록을 나흘이나 앞당겼다.
원작은 인터넷 만화 웹튠
'지옥'은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 영화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감독과 '송곳'의 최규석 만화가가 협업해 완성한 동명 인터넷 만화, 웹툰이 원작이다. 이번에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TV 시리즈는 총 6부작으로 완성됐다.
영화 '부산행''반도' 등으로 한국형 좀비물의 위력을 전 세계 알린 연상호 감독은 "웹툰 작업 때도 영상화를 고려해 기존에 제가 시나리오를 쓰던 방식으로 대본을 썼다"며 "최규석 작가는 그전 작품들도 워낙 영화적인 방식으로 연출하는 만화가"라고 전했다. 넷플릭스 시리즈에는 두 사람이 공동 각본가로 이름을 올렸다.
지옥'은 넷플릭스에서 드라마화가 결정되면서 만화책으로 해외 10여개국에서 출판을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의 유명 출판사가 출간을 결정했다. 연상호 감독은 만화 작가로서도 국제적인 명성을 쌓게 됐다.
오징어 게임 보다 재미있다 – 세계인들 반응
지옥'의 문을 연 해외 시청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사람이 얼마나 쉽게 사람을 굴복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공포를 느꼈다. 어떤 형태로든 지금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 같아 더 놀랍다"(@wellhu***), "'오징어 게임' 보다 '지옥'이 더 재미있다. 단순한 디스토피아 드라마가 아니다"(@miko***) 등의 후기를 영어와 일본어로 올려 호응했다.
해외 외신에서도 호평 이어져
'지옥'은 앞서 토론토국제영화제, BFI 런던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 등에서 선공개돼 "흥행작 '부산행'을 만든 연상호 감독의 매력적이면서도 섬뜩한 드라마"(BBC),영국 BBC는 "엄청난 성공을 거둔 '오징어 게임'에 이어, '지옥'은 이미 치솟고 있는 한국의 TV와 영화산업의 국제적 위상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한국 드라마는 디스토피아, 즉 현대사회의 부정적인 면을 극대화 시킨 어두운 영화를 많이 선보였지만 '지옥'은 그 모든 것을 능가한다"(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들의 호평을 받았다.
유명 영화 평점 사이트인 로튼토마토는 이날 기준 '지옥'의 신선도를 100%로 평가했다. '지옥'이 '오징어 게임'보다 더 빠른 속도로 흥행 질주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벌써 나오는 배경이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이용한 사이비 종교 집단과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과의 대결
'지옥'은 갑자기 죽는 날을 고지받은 인간들이 예정된 시각에 죽임을 당하는 초자연적 현상이 벌어지며 사회가 혼란에 빠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혼돈에 빠진 사람들이 각자 신념을 주장하면서 충돌하는 모습을 그려내며 보는 이들에게 법체계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느날 갑자기 괴이한 천사의 얼굴이 나타나 ‘몇 날 며칠 당신이 지옥에 간다’고 고지하고, 정확히 그날이 되면 지옥의 사자들이 당사자를 불태워 살해한다.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면서 평범했던 세상은 하루아침에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다.
어디에 숨든, 어디로 도망가든 끝까지 뒤쫓아가서 인간을 한줌의 재로 만들어버린다. 고지 받은 사람이 지옥의 사자들에 의해 죽는 과정은 온라인 및 지상파 방송국을 통해 생생하게 실시간 중계된다.
이성과 관념만이 가득했던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예상하지 못한 불안감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다. 천사로부터 지옥행 고지를 받았다는 사람들은 구체적이고 정확한 이유가 없음에도, 불안한 심리와 극도의 압박을 느낀다. 지옥의 사자들이 사람들을 상대로 펼치는 ‘시연’은 징그럽고 잔혹하다.
혼란의 틈을 타 모든 것이 신의 뜻이라고 주장하는 새진리회는 연약한 사람들의 심리를 파고든다. 구원받고자 하는 인간들은 새진리회를 맹신하기 시작하고, 의장 정진수(유아인 분)는 신적인 존재로 추앙받는다. “공포가 죄에서부터 해방시킬 것” “정의롭게 살자”고 주장하는 정진수 의장은 일명 ‘화살촉’이라고 불리는 집단의 힘을 얻어 점차 파급력을 갖는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고 자본의 힘까지 얻은 새진리회는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연약해진 사람들을 조종하고, 정보를 조작한다.
1~3부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한 이후 어떻게 신흥 사이비 종교가 사람들의 마음을 파고들어 세력을 확장하는지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슬픔 따윈 아랑곳없고 때로는 미성년자의 여린 마음도 이용해 자신들이 원하는 바를 이룬다.
'화살촉'이라는 광기의 집단도 등장한다. 그들은 정의의 이름으로 피해자의 비극을 조롱하고, 때로는 가짜뉴스를 유포해 사람들의 분노와 혐오를 유발한다.
4~6부는 세력을 확장한 사이비 종교집단이 어떻게 변질돼 우리 사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지 보여준다. 사이비 종교집단에 맞서 그들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이들과 비극의 주인공이 된 피해자들의 고군분투가 이어진다.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여
파격적인 설정에 혼란 속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인간 군상에 관한 메시지, 유아인, 박정민, 김현주 등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여하는 배우들의 연기에 호평이 쏟아졌다.
‘지옥'은 혼란을 파고든 사이비 종교단체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부딪치는 이야기를 다룬다. 유아인이 '새진리회' 의장으로, 김신록이 지옥행 고지를 받은 아이 엄마 박정자로 나와 공포를 굴린다.
무엇보다 새진리회 의장 정진수(유아인 분)에게 30억 원을 받고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 세례 속에서 잔혹한 죽음을 맞이하는 시연 장면은 충격 그 자체. 달려오는 지옥 사자들의 소리를 듣고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는 마지막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정진수를 연기한 배우 유아인은 영화 ‘소리도 없이’ 속 캐릭터에서 180도 변신했다. 유아인이 그 어떤 장르도 연기력으로 소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한다. 전작에서는 스포츠컷을 하고, 살을 찌웠던 그가 ‘지옥’에서는 머리카락을 길게 기르고 멀쑥한 얼굴로 나타났다. 심각한 얼굴로 신의 존재와 인간의 죄, 인간이 만든 법체계에 대해 설파한다.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진 세상을 지키기 위해 맞서는 ‘소도’의 리더 민혜진 변호사 역 김현주는 차분한 가운데 단단한 모습으로 신념의 아이콘을 표현한다. 가족의 비극을 경험한 진경훈 형사 역 양익준과 가족의 비극을 막기 위해 애쓰는 배영재 PD와 아내 송소현 역 박정민·원진아는 연상호 감독 작품에 늘 등장하는 ‘가족애’를 책임진다.
조연 연기파 배우 김신록 눈길 끌어
특히 김신록은 '지옥'을 통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극 중 어린 자녀들 앞에서 갑작스레 지옥행을 선고받은 뒤 새진리회 권유로 지옥행 시연 생중계를 하게 되는 박정자를 연기한 김신록은 혼란과 절망에 빠진 인물의 감정선을 완벽하게 표현해내 감탄을 자아낸다. 남겨진 아이들을 향한 뜨거운 모성애 역시 눈물겹다.
연상호 감독 역시 김신록의 연기에 "시연 직전 연기는 '지옥'의 모든 부분을 관통하는 연기"라며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지옥'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 김신록은 알고 보면 데뷔 17년 차 배우다.
연극 '서바이벌 캘린더'로 데뷔한 그는 이후 영화 '연애의 목적', '아스라이', '하얀 나비', '버닝' 등에 출연했지만, 비중 있는 역할을 맡지는 못했다. 드라마 데뷔는 2020년 '방법'이며 '괴물', '너의 나의 봄'에 출연하며 조금씩 얼굴을 알렸다.
연기파 배우 김신록은 이 작품의 반전 키맨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극적인 변화를 절절한 감정과 표정연기로 소름돋게 전달한다. 이외 김도윤, 류경수, 이레 등이 가세해 사람들의 절망과 공포, 탐욕과 광기를 보여주며 긴장감을 쌓아 올린다.
특이하게 다른 드라마·영화와 달리 딱히 주인공이라고 규정하기 힘든 분량과 롤임에도 배우들은 주조연 캐릭터를 뛰어넘어 속도감 넘치는 호흡을 탑재한 채 ‘주역’으로 작품을 활보한다.
세계인들 속에 자리 잡은 한류 드라마의 위상
오징어 게임'에 이은 연타석 흥행 홈런으로, 'K드라마'가 넷플릭스 1, 2위를 휩쓸며 세계 대중문화 시장의 중심에 다가섰다.
'오징어 게임'이 83개국 넷플릭스에서 1위를 차지하며 시청자를 사로잡은 지 2개월 만에 또 한 번 세계적 인기를 기록해 한국 드라마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K드라마'가 보편적인 정서를 특유의 감성으로 풀어낸 점이 세계 각지에서 받아들여지면서 한번 마음을 연 시청자들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한류 콘텐츠에 관심을 갖는 선순환 체계가 구축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계속되는 한류 드라마의 인기로 연쇄적 확산 효과
넷플릭스가 개인에게 맞는 작품들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으로 운영된다는 점에서 '오징어 게임'에 빠진 시청자들에게 새로운 한국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 '지옥'의 인기 요인이라는 해석이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창구의 등장은 한류를 팬덤 문화를 넘어 대중문화로 진화시켰으며, 그 영향으로 한류가 미국 드라마처럼 하나의 'K장르'로 해외 시청자들에게 인식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이어 독점 공개된 한국 작품이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넷플릭스 이용자 수도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잇고 있다.
잇단 흥행으로 세계 인터넷 영상물 시장 (OTT) 은 K드라마의 각축지
K드라마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국내 콘텐츠 기획사는 미국 굴지의 제작사를 인수해 세계 대중문화 산업에서 영향력을 더 키우려는 움직임이다.
CJ ENM은 영화 '라라랜드' 제작에 참여한 할리우드 제작사 '엔데버 콘텐트'를 7억7,500만 달러를 주고 인수한다고 19일 밝혔다. 앞서 JTBC스튜디오는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버디상을 수상한 '디킨슨'을 제작한 미국 콘텐츠 회사 '윕'을 올 상반기에 사들였다.
지상파에서 방송 중인 드라마를 제작한 기획사의 대표는 "한국 대중문화 기업의 미국 제작사 인수는 현지 제작 인력을 흡수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려는 전략"이라며 "북미뿐 아니라 남미도 주 OTT시장으로 떠오른 것도 현지 진출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옥'이 단숨에 넷플릭스 인기순위 1위에 오르자 K콘텐츠 관련주들도 들썩이고 있다. 특히 이번 작품 제작에 참여한 아이오케이, 제이콘텐트리, 덱스터 등이 직접적인 수혜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긴 호흡으로 K 드라마의 미래 준비해야
당장 눈앞의 성과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K드라마의 미래를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한 국가의 드라마가 세계 곳곳에 뿌리내리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미국, 영국의 드라마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다. 드라마는 음악이나 영화에 비해 길이가 길다. 그래서 외국인이 보기엔 언어적 한계, 문화적 간극이 훨씬 크게 느껴진다. 기존 한국 드라마들이 수출되기보다 현지에서 리메이크된 사례가 많은 것은 이런 한계를 잘 보여준다.
그럼에도 K드라마는 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과거엔 일본, 동남아시아 등 아시아 중심이었지만 이젠 미국과 유럽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킹덤’은 그 신호탄이 됐으며, 오징어 게임은 한국 드라마의 폭발적인 잠재력을 널리 알린 작품이 됐다.
그 중심엔 강력한 스토리가 있었다. 참신한 소재의 힘도 있었지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정교한 전개와 큰 울림을 주는 메시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결국 국내외 시청자를 막론하고 많은 사람들이 긴 시간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탄탄한 스토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이다.
100여 년간 세계 시장을 이끌어온 디즈니엔 불변의 철학이 있다. ‘스토리가 왕(Story is King)’이란 원칙이다. K드라마가 앞으로 가야 할 방향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이 확고한 원칙 위에 절대 무너지지 않을 튼튼한 스토리 제국을 세워 나가길 바란다.
기자 이장균,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