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되고 경제협력이 활성화 돼서 남한과 북한이 함께 자동차를 생산한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남한이 자동차 바퀴 축을 만들고 북한이 자동차 바퀴를 만든다고 했을 때 북한에서 가져온 바퀴가 남한의 바퀴 축에 들어가질 않는다면 낭패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주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겠지만, 남한과 북한의 표준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표준, 영어로는 STANDARD라고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사물과 개념, 방법과 절차에 대하여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하고, 다수의 사람들이 어떤 사물을 만드는데 있어 그 기준에 맞추는 것을 말합니다.
산업 분야에서 이렇게 표준을 정하는 목적은 제품 생산과 업무 행위를 단순화하고 또 관계자들 간의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할 뿐더러, 인력과 자재를 절약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이러한 표준 문제는 남한과 북한이 향후 통일을 앞두고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 중에 하나입니다.
남한과 북한 사이에 분류 체계와, 형식, 용어 등의 산업 표준이 없이 통합한다면 수 십 년에 걸쳐 간격이 벌어진 표준의 이질화에 따른 혼란이 예상되며,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 통일 이전이라도 남북 경제협력에 있어 서로 다른 표준은 남한과 북한 생산자들 간 의사소통의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생산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첨단 한반도,' 오늘은 남한의 한국표준협회 류길홍 책임 연구원으로부터 남북 간의 표준 통합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한국 표준협회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
표준협회는 한국의 산업표준을 보급하는 기관이다. 정부 산업자원부 아래 있는 민간 표준 대표 기관이다.
한 국가의 산업이 표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표준은 과거에는 대량생산의 수단으로 활용됐으나. 현재는 기술이 빠르기 때문에 기술 선점을 위해서는 표준화가 되어야 하고, 표준화는 시장선점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상황에 맞게 얼마만큼 빨리 표준화를 하는냐. 이것이 기업의 사활을 결정하기 때문에 중요한 것이다.
만약 이러한 표준 규격을 무시하고 제품을 생산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예를 들어 달라.
표준은 어떻게 보면 무역장벽으로 이용될 수 있다. 국제규격을 지키지 못한다는 것은 그 기술수준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규격을 사용하는 국가에 수출을 못한다거나 시장에 진입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럽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어린이 장난감을 생산하는데 이것이 안전 규격에 부합되지 않으면 유럽지역에 들어갈 수 없는 그런 경우가 있다.
KS나 KPS, 그리고 ISO등 여러 가지 표준을 칭하는 영어 약자들이 많은데 이것들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KS는 대한민국의 국가 규격이고, KPS는 북한의 국가 규격이다. ISO는 국제 규격인데 ISO는 국제표준화 단체이다. 각국마다 표준화 대표 기관들이 있는데 이들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고 국제적인 협의체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ISO를 자국의 국가 규격으로 채택하고 있다. ISO에 있는 규격을 각국의 언어로 번역을 해서 국가 규격으로 채택하는 추세이다. 또 그렇게 권장하고 있다.
북한도 국제추세에 맞춰 ISO를 국가 규격으로 채택하고 있나?
그렇지 않다. 북한 경우 자국의 규격을 많이 보급하고 있고 러시아와 중국의 규격을 많이 도입해서 자국의 국가 규격으로 많이 활용했다. 최근에는 일부 ISO 9001, 14001 등을 도입해서 국가 규격으로 채택하고 있는 추세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개성공단사업 등 남북 간의 경제 협력이 활발해 지고 있는데 이러한 표준 규격의 이질화로 인해서 발생한 문제점 들은 없나?
그렇게 큰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주로 초창기에 많이 나타나는 문제들은 용어 문제이다. 남북이 50년 이상 분단되어 있다 보니까 언어 이질화가 상당히 심각해졌다. 그러나 다행히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이기 때문에 쉽게 빨리 적응하는 양상을 보였다. 언어문제가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었다.
앞으로 남북 간의 경제협력이 더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인프라 즉, 사회하부구조의 규격이 통합돼야 할 텐데 이에 따른 문제점 들은 없나?
그런 문제는 없다. 표준규격 문제로 인해 문제되는 것은 없고 사실 남북협력을 위해 철도를 연결하다 보면 우리의 규격으로 철도를 다시 놔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그런 기술적인 문제라기보다는 재정적인 문제라고 봐야할 것이다.
향후 남북 간의 표준 통합은 어떤 방향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표준이라는 것은 하나의 선택의 문제이기 때문에 남쪽의 표준과 북쪽의 표준을 조율해서 하나의 통일된 표준을 만든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앞으로 새로 만드는 국가표준은 ISO와 같은 국제규격을 그대로 도입을 해서 남과 북이 각각 국가표준으로 채택한다면 실질적인 통합이 될 것이다. 또 북한에 SOC 즉, 사회하부구조관련 지원을 할 때 남한의 표준과 기술을 보급하고 자연스럽게 따라오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본다.
워싱턴-이규상
